▲ 용산 대통령실 앞에 놓여있던 화환.
전대호
'그'가 걸핏하면 꺼내는 말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반국가세력'이라고 칭할만한 존재는 북한 정권 정도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북한에 대해 '반국가세력'이라고 칭하고 있는 것인가.
애석하게도 그가 부르짖는 '반국가세력'은 북한이 아닌 것 같다. 정황상으로도, 또 이후 그가 작성한 편지 속에 '거대 야당', '국회 독재'라는 용어가 있는 것으로 봤을 때 그에겐 대한민국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좌파 사법 카르텔의 배후인 종북 반국가세력인 듯싶다.
'자칭 보수'들께서는 팔 년 전 보수 대통령에게 칼을 들이밀었다는 이유로 그렇게도 미워했던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진정한 보수'라는 명예를 선사했다. 상황에 밀려 국민의힘에 입당한 자에게는 상당히 과분한 딱지이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처단한다는 계엄의 근거는 정당한지에 대한 문제로 깊이 들어가고자 한다.
이 글은 사실만을 적은 '기사'라기보다는 필자 본인의 시선이 녹아 있으므로 (멋들어지게 포장하면) '칼럼'이 되겠다. 지금부터 내란 우두머리보다 더 악질인 내란 선동과 내란 동조에 힘쓰고 계시는 '자칭 보수'분들을 위해 몇 마디 글을 쓰고자 한다.
'반국가세력' 민주당?
우선 '반국가세력'에 대한 정의를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한 '반국가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이다. 반국가단체와 관련된 활동은 우리 형법상 내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2024년 4월, 용산 대통령실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한 여야 영수 회담(정확히는 대통령-제1야당 대표 회담)이 이루어졌다. 서로 손도 잡고, 진심이든 아니든 웃으며 맞이했던 야당 대표와 대한민국 국민인 민주당 지지자 모두 '반국가세력' 또는 이에 소속된 일원이라는 오명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숙고하길 바란다.
계엄 선포가 옹호되기 위해선 헌법재판소와 사법부가 더불어민주당이 반국가세력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직 파면 결정을 내리고, 형사 재판에서 내란이 인정된다면 피청구인/피고인이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세력임이 공식적으로 증명될 것이다.
'탄핵 남발'하니 반국가세력?

▲ 국무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전대호
방송 정책에 무지하지만, 대통령과 뜻을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통신 분야의 수장에 앉혀놓았고 일반 국민에게 상당히 이질감을 주는 액수의 봉급을 받는 국무위원들은 명백한 위법 행위를 저지르려는 대통령 앞에 침묵했다. 오늘날 여소야대 정국에는 잘못된 국정 운영 앞에 거야(巨野)로서 감시하고 제어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뜻이 담겨있다. 잘못된 인사와 친일 굴복 외교 등을 보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야당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다.
'자칭 보수'라는 분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없는 계엄을 어떻게든 옹호하려는 추태를 그만두시길 바란다. 국가원수이자 정부 수반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를 심판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대화와 타협, 민생과 복지를 버리고 소주만 찾던 대통령에겐 낙제점도 아깝다.
'민주당 지지' 기독교인, 기독교인 자격 없다?
필자가 경악했던 부분이다. 기독교인이 어떻게 이재명을 지지할 수 있냐는 영상과 댓글을 보게 되었다. 혹자는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면서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거론하기도 했고,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자들도 보였다.
익히 알다시피 윤석열 정권은 '무속에서 시작해서 무속으로 끝난' 시대였다. 대통령 부처뿐만 아니라 여권의 중진 의원을 손바닥 안에 뒀던 명태균씨도 무속과 연관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기타 역술인 천공,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 왕(王)자 논란까지 대통령 내외가 지나가는 곳에 무속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도리어 천공이나 신천지와 아주 인연이 깊다고 하는 건진 법사 같은 자들과 어울리는 것이 일국의 대통령 자질이 없는 것 아닌가 따져 묻고 싶다. '자칭 보수'라는 작자들은 전광훈씨와 같은 정치 목사들과 잡은 손부터 놓아라. 더는 성실히 교회를 다니고 있는 교인들을 선동하지 말라.
피해자 없으니 '합법 계엄'?

▲ 청와대 세종실에 걸린 대통령들의 초상화.
전대호
민주화 이후 보수 정당 출신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정치적인 고비가 있었으나 계엄의 '계' 자도 꺼낼 수 없었다. 박근혜 정권 때 쓰인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 파문을 일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당시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 이후 계엄은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는 식으로 말할 정도로 어렵사리 민주화를 쟁취해 낸 시민에게 계엄이란 사상 초유의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이상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위 굵은 글씨의 주장은 논박하는 것조차 민망한 "궤변의 정석"이다. 가련하게도 '자칭 보수'들은 이를 합리적인 근거라며 대고 있다. 12월 3일 밤 북한의 침공이라도 있었는지 싶다. '반국가세력 민주당'이 국가 체제를 전복시킬 음모를 꿈꾸고 이를 실행에 착수하기라도 했나.
결코 옹호할 수 없는 것을 옹호하기 위해선 본인 스스로조차 이해할 수 없는 논리를 한번 던져보는 것이 인간의 심리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에서 같은 한 표를 행사하고 법이 허용한 범위 안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민주시민이다. 오판을 멈추고 정의 실현에 함께 뜻을 모으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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