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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명태균 통해 '여론조사 조작' 확신 키웠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나온 윤석열·김건희·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대화 분석

등록 2025.01.21 20:15수정 2025.01.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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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1월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선수가, 야구선수가 전광판 보고 운동하면 되겠냐, 전광판 안 보고 공만 보고 뛰고, 공만 보고 때려야 된다라고 하는 얘기를 선거 때부터 계속 했습니다."

지난 2024년 11월 7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연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은 전국지표조사(NBS)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9%를 기록한 날이기도 했다. (여론조사①)

그는 2년 반의 국정수행 기간 동안 여론조사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경찰에 체포된 지난 15일 공개된 육필 원고에서도 여론조사에 대한 깊은 불신이 드러난다.

"투개표 부정과 여론조사 조작을 연결시키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세력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특정 정치세력이 장악한 여론조사 시스템과 선관위의 확인 거부 및 은폐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여론조사를 장악했다고 믿었다. 그러니 임기 초반 지지율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낮게 나타나도 이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이같은 경향은 그가 정치를 시작한 때부터 나타났다.

<뉴스타파>가 입수해 지난 8일 밤 보도한 창원지방검찰청의 수사보고서에는 강혜경씨가 보관하고 있던 명씨의 PC에서 나온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 갈무리 이미지 파일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21년 6월 26일부터 2023년 4월 경까지 명씨가 김건희씨뿐 아니라 윤 대통령과 나눈 대화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마를 공식 선언한 시기는 2021년 6월 29일로, 명씨는 정치 입문 때부터 윤석열 부부와 의사소통을 해왔다. 이 카카오톡‧텔레그램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내용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다.

명태균 "여권이 작업 들어갔다"... 윤석열 "홍가도 고질적"


2021년 7월 8일 김건희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한 기사를 명씨에게 공유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사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의 7월 8일 공표 내용으로, 여야 대권 주자 간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 43%, 윤석열 33%라는 결과였다.(여론조사②)

김건희씨는 "어떡하죠 ㅠ", "이 정도는 너무심한데 ㅠ"라고 했다. 명씨는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여기는 친여 성향으로 여론조사 발표를 계속 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2021년 7월 14일 김건희-명태균 대화.
2021년 7월 14일 김건희-명태균 대화. 검찰 수사보고서

7월 14일에는 명씨가 쿠키뉴스-한길리서치의 이날 자 여론조사를 보도한 기사를 공유했다. 대선주자 가상 양자대결에서 이재명 43.9%, 윤석열 36.0%로 나온 결과였다. (여론조사③)

명씨는 "정당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에 편중된 표본조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라면서 이 조사 중 문재인 당시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46.6%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명씨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 한번 더 해야겠네요. ㅎㅎ 여론조사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ㅠ 큰일이네요"라고 반응했다.

7월 19일에는 김씨가 MBC-코리아리서치의 이날 자 여론조사 기사를 공유했다. 대선주자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 44.0%, 윤석열 34.9%로 나온 결과였다 (여론조사④)

김씨는 "황당하네요"라고 말했고, 명씨가 "걱정 안하셔도 되는 거 아시죠? 홍준표가 날리(난리)가 났겠죠?", "MBC 검언유착 보복이겠지요?"라고 김씨를 안심시켰다.

사흘 전인 7월 16일 검언유착 사건 재판에서 취재원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된 채널A 기자가 무죄를 받았는데, 처음 이 사건을 보도했던 MBC가 보복성으로 윤석열이 이재명에 크게 뒤지는 여론조사를 공개했다고 단정한 것이다.

여론조사 조작을 주장하는 명씨의 음모론은 계속됐다. 명씨는 9월 5일에는 야권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홍준표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기사를 김씨에게 공유하면서 이 조사를 실시한 언론사와 여론조사업체가 "홍준표 대표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9월 24일에는 윤석열이 직접 여론조사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야당이 여론조사 기관을 장악했다는 인식의 단초가 여기서 일부 드러난다.

그는 텔레그램으로 여론조사업체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이 이재명 대선캠프나 경기도 산하 단체에 몸담고 있는 명단을 제시했고, 이어 '홍캠프' 즉 홍준표 대선캠프에서도 국정원 출신 인사를 통해 한 여론조사업체의 조사를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홍가도 고질적입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우세' 조사는 신뢰... 명태균은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윤석열 부부가 가장 신뢰했던 여론조사는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 여론조사였던 걸로 보인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이 이재명을 오차범위를 넘어 따돌리는 결과가 이어졌다.

매주 발표된 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PNR 여론조사는 7월 11일자부터 갑자기 중단됐다. 이에 앞서 7월 5일 김건희는 이 여론조사가 갑자기 중단된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며 명씨에게 전했고, 명씨는 "제가 정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ㅎㅎ"라고 답했다.

 2021년 7월 5일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2021년 7월 5일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 뉴스타파

이후 PNR의 여론조사는 의뢰인을 뉴데일리·시사경남으로 바꿔서 계속됐고, 명씨는 이 결과를 김씨에게 계속 보고했다. 시사경남은 명씨가 CEO 겸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던 매체다.

9월 4일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김씨에게 전송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해 공개한 검찰보고서에는 이같은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4차례 윤석열 부부에게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21일 명씨는 국민의힘 당내경선 책임당원 5044명 여론조사 보고서를 윤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역시 비공표 여론조사다. 윤 대통령과 명씨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의힘 당원 중 '이중당적자가 최소 6만 명'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기도 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직접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조작 정황이 제기된 바 있다.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실무를 맡았던 강혜경씨와 명씨의 통화 녹음이 공개됐는데, 이 통화에서 명씨는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주문했다 (관련기사 : '명태균 여론조사', 윤석열 20대 여성↑, 홍준표 20대 남성↓조작 https://omn.kr/2arad)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나온 여론조사는 불신하고, 지지율이 크게 앞서는 걸로 나온 여론조사는 신뢰하는 일관성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명태균씨가 관여된 여론조사는 깊은 신뢰를 갖고 당 내 경선 전략에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이'를 봐야 할 여론조사, 무시하다 이 지경으로

여론조사마다 천차만별인 조사결과를 두고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결과값과 승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추이를 분석하라'고들 조언한다. 설문의 구성과 조사방법 등이 다른 여론조사들은 그 결과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니, 정치인의 언행과 정책, 사건 등이 유권자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보는 지표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여론조사를 분석해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정치 초보' 윤 대통령과 그 배우자는 '내가 이기는 조사는 공정한 조사, 내가 지는 조사는 조작된 조사'라는 태도를 보여왔고 급기야 '야당이 여론조사를 장악했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해 조언해야 할 명태균씨는, 이 조사도 조작됐다, 저 조사도 조작됐다, 여권에서 작업에 들어갔다는 등의 말로 윤씨 부부가 의심을 넘어 확신을 갖게 했다. 정작 명씨 자신이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있었으면서.

이는 축구 선수도 아닌 대통령이 '선수가 전광판을 왜 보느냐'는 안 맞는 비유를 들어가며 국정에 대한 평가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급기야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포고령 1호에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를 적시했고, 계엄군이 '여론조사꽃'으로 출동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조사①] 2024년 11월 4~6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1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여론조사②] 2021년 7월 5~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2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여론조사③] 2021년 7월 10~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유선 전화면접 20.5%, 무선 ARS 79.5%, 무작위 RDD 추출) 진행됐다. 응답률은 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여론조사④] 2021년 7월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3개 통신사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27.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수사보고서 #윤석열 #여론조사 #조작 #명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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