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
김별
어쩐지 요 며칠은, 집 앞 편의점을 들르지도,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일요일 밤 떠난 길고양이 파도 때문이다. 파도는 365일 편의점 문 앞에 앉아 손님들을 반겨주는 일을 하는 일당백 직원이자 일명 '개냥이'였다.
길고양이의 고된 삶이야 여타 다른 길고양이들과 무엇이 다르겠냐마는, 이번 헤어짐은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긴 사고였다 생각하니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만 같다.
이런 글을 써내려가는 것도 왠지 파도의 죽음을 팔이 하는 것 같아 나의 욕심인가 싶으면서도, 나 하나라도 이 작은 생명을 잘 간직하고 마음속에서 떠나 보내주지 않으면 후회가 짙어질 것 같아 우리의 추억을 몇 자 적어본다.
첫 만남
파도와의 첫 만남은 대학생 때였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는데, 집 앞 편의점에 작고 샛노란 아기고양이가 쪼그려 앉아있었다. 손을 내미니 다가와 코를 부비는 것도 모자라 4층인 우리 집 앞 현관까지 따라오는 게 아닌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얼른 집에 들어가 아기고양이에게 줄 간식이 있나 찾던 사이에 그 아기고양이는 다시 편의점 문앞으로 돌아가 있었다. 마치 여기가 내 집이라는 듯하며.
강아지보다 더 강아지같은 '진짜 개냥이', 밥 주는 편의점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이름은 '파도'라고 했다. 어디서 왔냐 하니 잘은 모르지만 누군가 이사를 가면서 여기에 버리고 간 것 같다고, 그래서 사람 손을 저렇게 타는 것 같다고 했다. 파도와의 첫 만남은 십년 전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첫 '고양이친구' 가 되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마주치는 사이가 되었다. 파도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밥을 먹고, 사람을 반기고, 나에게 인사해주었다. 파도가 햇빛을 쬐며 태양을 즐기는 것을 보고 나는 '나른함이라는 단어를 생명으로 만들면 파도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어느새 5년차 직장인이 될 때 까지의 바쁜 일상에 파도는 나에게 '쉼' 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바빠도 괜히 한번 들여다보게 되고, 날씨가 궂으면 어디에서 비를 피하는지 찾게 되고,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눈길 한번 더 주게 되는 그런 친구였다. 다른 고양이에게 눈길을 주면 어디서 지켜보고 있던 건지 그 새 달려와 자기를 더 예뻐하라며 야옹거렸다. 아기같기도, 친구같기도 한 파도는 그렇게 나의 첫 '고양이친구' 가 되었다.
위로가 되다
내가 보잘것없이 느껴지는 날에는 괜히 집 앞에 나가 파도를 찾았다. 파도는 멀리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친구이자 나의 상담사였다.
파도에게 손을 내밀면 한 번도 빠짐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주고 갔다. 별것도 아닌 그 작은 움직임이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들었던 이유가 무엇이든 다시 버텨낼 힘이 생겼다.
파도가 부비고 간 자리에는 털이 한가득이었지만, 바지에 붙은 그 털의 양 만큼 위로를 받는 것만 같았다.
헤어짐
그렇게 십 년의 시간이 지났다. 어느 새 우리집과 편의점 근처에는 신축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고, 온갖 흙과 돌을 실은 덤프트럭과 중장비들이 밤낮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편의점 앞 길은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밤, 파도와의 마지막은 그렇게 사고로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파도를 볼 수도, 따뜻한 감촉을 느낄 수도 없게 되었다.
공존할 수는 없을까
점점 높은 건물이 세워지고, 발전하는 세상에서 이것을 단지 사람의 욕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의 생활 환경을 별도로 조성하는 노력이 이런 사고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와 사람의 통행이 활발한 주택단지보다는 인적이 드문 곳에 밥을 놓아준다던지, 국가가 정책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TNR 사업(중성화)에 협조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해당 사업은 관할구청 동물관련부서나 다산콜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길고양이의 무분별한 출산을 막아 개체수 조절을 할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공존을 위한 노력들이 빠른 시간 안에 눈에 띄는 효과를 내기는 힘들겠지만,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길고양이에게 이해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보니 파도가 더욱 생각난다. 사람 근처에 살아도 환영받지 못하고, 서글픈 삶을 사는 길 동물들에게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그것이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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