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가 매월 발간하는 그린북 <경제동향보고서>
기획재정부
그린북(Green Book)이라고 있습니다. 책 표지가 초록색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05년 3월 4일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발간하는데, 원래 명칭은 그냥 '최근 경제동향'입니다. '그린북'이라는 별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매달 발표하는 경제 동향 보고서를 '베이지북'(Beige Book)이라고 부르는데, 이에 맞춰서 붙은 겁니다.
보고서는 매달 내수와 수출, 고용과 금융시장 등을 종합해서 경기를 진단합니다. 대체로 민간경제연구소 등에서 내놓는 비관적인 전망은 자제하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부가 내놓는 보고서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경제 전반에 걸친 현재의 경기 흐름을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로 확인하고 전망하는 데 주요하게 쓰입니다.
오늘(17일) 발표된 그린북이 관심을 끈 이유는 지난달 12·3 내란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나온 경기 진단과 전망 때문입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둔화', '위축', '위험', '우려' 등 입니다. 대신 지난달까지 13개월 동안 단골로 등장했던 '경기 회복'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
그동안 기재부는 "경기 회복 조짐이 있다"라고 해왔습니다. 작년 11월 보고서에는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라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14개월 만에 '경기 회복'이라는 단어를 지웠습니다. 그리고 내놓은 전망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보고서 어디에도, '계엄'이나 '탄핵'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단지 '대내외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정도죠. 이날 기자들과 만난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에는 최근 정치적 상황이 포함된다"라고 했습니다. 기재부는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후 내놓은 보고서에도 "국내적 요인에 의한 소비, 투자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확대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8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망인 듯 하지만, 다른 지표들이 사실 더 비관적입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5만 2000명이나 줄었는데, 양질의 일자리로 여겨지는 제조업 취업자가 9만 7000명 감소했습니다. 특히 건설업 취업자가 무려 15만 7000명이나 줄었습니다. 내란 사태 이후 출렁이는 원-달러 환율은 물가상승 우려를 낳았고, 앞으로 2~3개월 후에 실제 물가를 끌어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 부진도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0%나 줄었고, 소비자 심리지수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세계 경제 흐름은 그나마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통상외교의 부재로 이마저 쉽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이미 '각자 도생'으로 대응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정부 대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내놓은 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집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의 조기 편성 등 '특단의 조치'를 말합니다. 경제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 기획재정부가 17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의 주가와 환율 흐름.
그린북화면캡처
다음은 <오마이뉴스> 경제부가 꼽은 나머지 경제뉴스.
12·3 내란 사태로 외국인이 국내에서 상장주식 3조 6490억 원을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오늘 공개한 '2024년 12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월 외국인은 국내 주식 3조 6490억 원을 순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작년 8월 이후 5개월 연속 순 매도입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정치적 불확실성과 고환율에 따른 물가와 소비 불안이 겹치면서, 국내 증시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을 떠나고, 국내 투자자는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데, 증시가 좋을 리 없지요.
새해 들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과거 단순한 노동집약적 제품이 아니라 전기차를 비롯해 정보통신, 가전 등 다양한 상품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IT업체 샤오미가 한국 진출 9년 만에 별도 법인을 세우고, 국내 가전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고 합니다. 전기차업체 BYD도 지난 16일 공식으로 소형 전기차를 내놓았습니다. 현대기아의 같은 전기차보다 1000만 원가량 저렴합니다. 품질도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온라인 유통 시장까지 들어온 중국의 한국 시장 공습. 10년 전 '대륙의 실수'라는 평을 받았던 중국 제품들이 이제는 '대륙의 실력'이라고 합니다.

▲ BYD 전기 자동차
올해부터는 임직원 할인을 받아서 산 냉장고나 에어컨, 자동차 등을 2년 안에 다시 팔게 되면 세금을 토해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가 오늘 공개한 '2024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을 보면, 종업원 할인 근로소득 비과세 혜택이 조정됐습니다. 그동안 삼성과 LG, 현대 등은 복리 후생 차원에서 자사 및 계열사 제품 구입시 할인 혜택을 줬는데요. 세금 혜택을 받은 제품은 자동차, 대형가전 등이 포함돼 있고, 이들 제품의 재판매가 2년 동안 금지됩니다. 앞서 중고매매 사이트 등에 임직원 제품이 일부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었는데요. 이제는 쉽지 않겠군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대형유통업체인 쿠팡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쿠팡이 판매자들에게 대금을 60일이나 늦게 주면서도 지연이자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쿠팡이 업체들에 지급하지 않은 이자만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을 상대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온라인 유통 플랫폼 1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소비자와 물품을 제때 납품하는 판매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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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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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사태 후 첫 그린북, '경기 회복' 문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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