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현습지 현장 답사를 통해서 팔현습지의 가치에 대해서 현장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정수근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금호강 팔현습지를 둘러싼 개발 압력이 드세다. 팔현습지는 대구의 3대 습지 중 인간의 삶터와 가장 가까운 도시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더욱 주목을 받는 곳이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야생에 가까운 모습이었으나 점차 개발이 진행돼 현재는 인공정원에 심지어 파크골프장까지 들어서 있다. 이미 인간 편의를 위한 개발이 많이 진행된 곳이다.
팔현습지 보도교 사업에 대한 생태 전문가 자문회의
설상가상 최근 이곳에는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무제부 산지 앞으로 1.5㎞에 이르는 보도교를 설치하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관련 절차를 다 거쳤고 예산까지 책정되어 있는 사업이라며 강행하려 하지만,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등 대구경북 시민사회와 환경단체들은 19종의 법정보호종이 살아가는 주요 서식지로 반드시 보전해야 하는 곳이라며 이 사업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사업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사업이 착공돼 올 3월 정도면 완료가 돼야 하지만, 환경부와 환경시민단체가 팽팽히 맞서면서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지난 16일 생태 전문가들을 불러 이 사업으로 인해 어떤 생태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지, 저감방안으로 우려하는 생태 교란 문제가 해소될 수 있는지, 근본적 대안은 없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생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연 것이다.

▲필드스코프를 통해 수리부엉이를 관찰하고 있다.
정수근

▲팔현습지의 터줏대감인 수리부엉이 부부 중 암컷 '현이'가 하식애 절벽에 앉아 잠을 자고 있다.
정수근
이 자리에 조류, 어류, 포유류를 비롯 하천생태 전문가로 필자를 포함한 여섯의 생태 전문가들이 참여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들은 토론에 앞서 사업지 현장 답사를 진행해 함께 사업 예정구간을 돌아보았다.
팔현습지 하식애와 왕버들군락지 일대까지 둘러봤는데, 이날 팔현습지 하식애는 수리부엉이 부부 중 암컷인 '현이'가 자주 앉아 쉬는 팽나무 아래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현장을 찾은 모든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망원경으로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수리부엉이가 사냥한 흔적이 주변에 널려 있어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하고 잠을 청하는 둥지까지 가지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장을 확인하고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와 생태 전문가들로서 자신들이 주안점을 가지고 본 바를 각자 들려주면서 이번 보도교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바람을 남겼다.

▲수리부엉이가 사냥을 한 흔적을 확인하고 있다.
정수근

▲수리부엉이가 물닭을 한 마리 뜯어먹고 깃털만 남겼다.
정수근
먼저 하천생태 전문가로서 필자가 나서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혔다.
"민간에서는 팔현습지 2㎞ 구간에 법정보호종 19종을 목격했다. 나열해보면 수달, 삵, 하늘다람쥐, 담비, 얼룩새코미꾸리, 남생이, 수리부엉이,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큰고니, 큰기러기, 큰말똥가리, 잿빛개구리매, 새호리기, 새매, 매, 참매, 원앙, 붉은배새매 이렇게 19종이다. 여기에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추가로 목격한 솔부엉이까지 합치면 20종이 이 좁은 지역에서 목격이 되고 있다.
이곳은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공간이다. 담비와 하늘다람쥐까지 출현하는 곳으로, 생태적 용어로 '숨은 서식처'라 하는 멸종위기종들의 마지막 피난처라 볼 수 있다. 금호강의 원시자연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생태적으로나 지형적으로나 경관적으로 아름답고도 중요한 곳이다. 그런데 이미 너무 개발됐다. 인공정원에 파크골프장까지 들어와 있다. 따라서 이곳은 파크골프장까지 밖으로 빼고, 팔현습지를 원상으로 회복해 국가습지로 만들어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하는 곳이지 추가적으로 개발이 진행되어선 절대 안되는 곳이다.
대안으로 강촌햇살교를 넓힐 것을 제안한다. 강촌햇살교를 넓혀서 이 교량을 이용해 강 건너로 가면 동촌유원지까지 얼마든지 갈 수 있는 길과 교량이 놓여 있다. 그렇게 가면 걸어서는 5분, 자전거로 1분이 더 걸릴 뿐이다. 따라서 이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해서 이곳을 인간과 야생의 정말 바람직한 공존 모델로 만들어내야 한다."
팔현습지는 절대 보전해야 하는 핵심 생태계
조류 전문가로서 산에들에생태연구소 김정태 박사는 팔현습지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 감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조류) 천연기념물이 여기 다 있는 것 같다. 종 풍부도나 종 다양도를 봤을 때 여기는 그냥 보전돼야 되는 구역이라는 거다. 데이터로도 확연하게 알 수 있는 구역이라는 것이다. 하늘다람쥐가 세상에 여기 있다는 게 정말 놀라운 일이고, 담비가 여기에 나타난다는 게, 여기 팔현습지 안에 이런 개체들이 있다는 게 정말 놀랍다."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전문가 생태 자문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수근
포유류 전문가로서 이번 자문회의에 참여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 또한 팔현습지의 생태적 가치와 보도교 사업에 대한 우려를 남겼다.
"우리나라 주요 도심 지역, 특히 이런 대도시의 생태계 지역에서 담비라든지 하늘다람쥐가 같은 멸종위기종 상당수가 출연하는 지역은, 제가 환경부 동물과장을 10여 년간 하면서도 아직 국내에서는 이런 사례가 없었다. 여기 팔현습지 지역을 사람들이 이렇게 이용하고 있는데도 어떻게 보면 마지막 안식처로서 중요한 법정보호종들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서식지로서의 생태적 가치는 매우 우수하다. 그런데 이곳에 보도교가 들어오게 되면 담비나 삵 같은 개체는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립생태원의 조류 전문가 강종현 선임연구원도 "오늘 현장도 처음 와서 봤는데 수리부엉이도 이렇게 가깝게 있는 거 보고, 지역적으로도 좀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수리부엉이가 바로 앞에서 이렇게 먹이활동하면서 거기서 서식하고 번식하는 거 보니까 정말 중요한 지역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오늘 현장 봤을 때 사람들이 현재는 많이 이용하고 있지 않다 보니까 좀 안정적인 서식처로서 물새류들도 산새류들도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며 그런데 "혹시 보도교가 생기고 거기 조명이 또 생기면서 빛공해도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새들한테 활동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팔현습지 공사 전후 비교 사진. 산과 강이 자연스레 연결된 구간에 산과 강의 생태계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보도교가 계획돼 있다.
정수근
어류 전문가로서 참여한 대구보건대 김구환 교수는 "실제로 이곳은 산림 생태계 하고 육수 생태계가 만나는 접점 지역이다. 그리고 절벽도 있고 또 그 앞에 다양한 하중도가 있어서 은폐 시설도 되고 하니까 거기에 이제 (야생동물들이) 밀집해" 있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여기에 사람이 활동할 수 있는 뭔가가 들어가버리면 훼손되어 버리니까 이 구간은 어떤 도심 내 '생태 숨구멍' 정도로 이렇게 보존하는 것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업의 생태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화랑교에서 강촌햇살교 사이 우안 쪽으로 이렇게 우회시켜 주는 방안 그리고 또 화랑교에서 강촌햇살교 사이에 우안을 생태조망 구간으로 하면 대구시민들이나 또 오시는 분들한테 상당히 좋은 자원"이라며 "대구시와 국가적 자원으로 우리가 잘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과 제안에 대해 이날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배석한 하천공사2과 이강욱 과장은 자문회의를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모두 좋은 의견 잘 들었다. 특히 강촌햇살교를 넓히는 대안과 김정태 박사 터널식으로 보도교를 뒤덮는 것 등 모든 의견들을 잘 검토해 보겠다. 모두들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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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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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보호종 20종 사는 팔현습지, 보호지역으로 보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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