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애 SBS 기자
이영광
- 기자님도 예전에 참사 취재한 경험이 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저는 1995년 입사거든요. 그러다 보니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지는 못했죠. 미국 9.11테러 당시 <뉴스추적>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다뤘던 기억이 있고요.
트라우마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뉴스추적>하면서였는데요. 트라우마는 참사같이 큰 사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작은 사건 사고에도 있을 수 있고, 언론의 특성상 기자는 한 사건 취재하다 다른 일 터지면 또 그다음 사건 연달아 취재하는 식으로 어떻게 보면 힘든 상황이 계속 중첩되는 구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트라우마 관점에서 고위험군 직종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참사에 대한 얘기는 제가 경험한 게 아주 많지는 않아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꼭 참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트라우마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사건 사고에서도 경험할 수 있고, 특히 그게 직접적으로 죽음이나 죽음에 대한 위협, 또 폭력이나 성폭력 같은 사건을 경험할 때뿐만 아니라 간접 경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자신과 가까운 사람 혹은 잘 아는 지역의 사건을 취재하게 될 때, 예를 들어 이번에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에도 그 지역에 계신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그 지역을 취재하는 지역 기자들 같은 경우 더 힘들 수 있는 거죠."
- 언론인에게 트라우마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론인도 트라우마를 입을 수 있다'라는 걸 아는 게 되게 중요하죠. 이전까지는 언론계 내에서뿐 아니라 의학계에서도 크게 인지를 못 하고 있다가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계에서 기자들도 3차 트라우마 경험자가 될 수 있다며 경찰관이나 응급구조요원처럼 간접, 대리 트라우마를 입을 수 있는 대상으로 언론을 꼽아주셨어요.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언론이라는 직종도 트라우마를 입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그러다 보니 언론계 입장에서 주의해야 되는 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죠. 하나는 저희가 취재하는 사건·사고의 피해자나 유족들도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니 그분들의 트라우마를 더 해하지 않으면서 취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하고요.
두 번째는 참사나 사건·사고 취재하는 기자들도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으니 괜찮은지 체크해야죠. 예를 들어 유족 취재는 모든 기자가 힘들어하는 취재잖아요. 예전 같으면 한번 유족 취재를 보낸 기자한테 '유족들 안면도 익혔으니 유족 취재는 네가 계속하자'라고 했어요. 근데 트라우마의 관점에서 한 기자만 계속해서 유족 취재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들 수 있으니, 중간에 누구로 교대를 해 줄 건지, 또 특정한 사람이 힘든 취재를 도맡아서 너무 오래 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모니터링하면서 교대 시점 등을 더 정교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 이후에 심리치료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심리 치료도 굉장히 중요하고요. 실제로 이태원 참사 이후에 많은 언론사들이 참사 취재 이후 심리치료를 지원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보통 어떤 참사를 취재하고 오면 오자마자 일주일 내에만 심리 치료를 장려하는 경우가 많고 일시적으로 한 번만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사실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경우보다 어떤 사건이 있을 때 2~3주 정도는 힘들 수 있는데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거든요.
근데 한 달이 지나도 계속 힘들면 사실 그때 치료 받는 게 중요하대요. 물론 초기도 좋지만, 초기뿐만 아니라 조금 긴 주기로 치료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라든지, 아니면 말씀드린 것처럼 꼭 참사에서만 트라우마를 입는 게 아니니까 일반 사건 사고 취재에서도 혹시 힘든 사람이 있으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거나 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트 센터'라고 미국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부설의 저널리즘과 트라우마를 위한 비영리 단체가 있는데요. 거기서 주로 얘기하는 건 기자들의 트라우마인 경우 심리 치료도 중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학적인 치료도 받아야 되지만 동료들끼리의 지지가 치유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더라고요.
바로 '피어 서포트(Peer Support)'라는 동료 간의 지지 프로그램인데요. '피어 서포트' 제도를 갖추는 게 중요한 이유는 같은 언론인끼리는 취재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요. 그렇다 보니 '예전에 나는 그런 취재 하고 나서 며칠 악몽을 꿨었는데 너는 괜찮아?'라고 물어봐 준다거나 할 수 있다는 것이고요. 그런 과정에서 이게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겪는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우리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일이 왜 중요한지를 같이 상기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피어 서포트를 받는 언론인 입장에서도 '내 동료들이 나를 지지하고 내가 이런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이해해 주는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 훨씬 더 트라우마를 경험하지 않는 데 도움을 주거나 경험했다 해도 나아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건강한 기자가 건강한 보도 할 수 있어"

▲ 이정애 SBS 기자
이영광
-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동료와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게 도움이 될까요?
"그렇다고 해요. 그리고 그 고민을 나눌 때 어떤 충고나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얘기를 경청해서 들어주고 스스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게 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그래요.
왜냐하면 내 해법이 꼭 그 동료에게도 해법이 되는 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꼭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는 것보다는 일단 얘기를 들어주고 그다음에 자기도 만약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면 '나는 그때 이런 식으로 했었는데 꼭 그걸 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혹시 너는 어떤 걸 하면 조금 더 괜찮을 것 같아'라든지 '힘든 게 있으면 내가 언제든 너의 얘기를 들어줄 의향이 있어' 이런 식으로 해서 자기가 힘들 때 찾을 수 있는 동료 선후배, 동기가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게 치유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BBC와 미국 워싱턴포스트, 호주 ABC에서 이 '피어 서포트'라는 제도를 공식적으로 자기 보도본부 안에 만들어 놓고 있다는데요. 보통 트라우마에 대해서 관심 있어 하는 기자들에 먼저 교육 시킨다고 하고요.
그렇게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런 참사가 났을 때 만약 사회부면 사회부에서는 '어디 취재해라'나 '어떻게 취재해라' 이런 얘기들을 주로 할 거잖아요. 근데 그 사회부가 아닌 기자 중에 현장에서 취재하는 동료에게 괜찮은지 카톡이나 전화를 해본다든지 취재하고 끝나고 왔을 때 '우리 같이 차 한잔 마실래?'라고 제안하면서 같이 얘기 나눠주는 '피어 서포트'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기자들을 따로 훈련을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 참사 보도에서 어려운 것 하나가 유가족 보도일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언론인 트라우마에 대해 공부하고 또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 1.0'을 제작하면서 전문가들에게 들은 얘기는 우리가 보통 취재하는 단계인 특정 사건 사고 터진 바로 직후가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단기 기억하고 감각 기억이 형성되는 시기래요.
'페리 트라우마' 단계라고 하는데요. 그 시기에 특정 사건에 대해 내가 어떤 질문을 받느냐에 따라 그 사건이 내 기억에 평생 그렇게 남을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능하면 너무 감정적인 얘기보다 능동적인 행동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 예를 들면 어떤 걸까요? 저만 해도 유가족 인터뷰할 때 고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거든요. 그게 안 좋을까요?
"아니에요. 고인에 대해 묻는 것도 괜찮은데, 고인에 대해 얘기를 하는 데 있어서 어디서 얘기하고 싶은 지 언제 얘기하고 싶은지 예를 들어서 내가 인터뷰할 때 다른 가족과 동행하고 싶은지 그리고 기자한테도 질문을 할 수 있다라는 걸 알려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이때도 인터뷰이에게 조금 더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이분들의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아니고 다만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해 그리고 가급적 유족들의 회복을 돕는 차원에서 이왕이면 할 수 있게, 기존의 관행과는 무엇을 다르게 해야 하는지 언론에서도 이제는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 기자가 너무 감정을 이입해도 안 좋을 것 같고 제3자 입장으로 이야기해도 유가족 입장에선 별로일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당연히 약간의 거리를 두는 건 되게 중요하고요. 그리고 보통 저희가 이런 트라우마 같은 교육 할 때 많이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기 얘기를 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라고 얘기해요. '심리적 응급처치' 관련 저희가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 교육을 받을 때 들었던 얘기 중에 어떤 분을 내가 인터뷰하거나 혹은 섭외하는 데 있어서 '나도 그런 비슷한 일이 있어서 더 이해를 잘할 수 있다'란 식으로 얘기하는 게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 왜죠? 내가 당신 아픔 공감한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
"저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하지 말라는 이유가 그렇게 말할 경우에 상대방이 오히려 저 기자도 내가 위로해야 하는 거 아닌가란 생각을 가질 수도 있고, 뭔가 더 부담을 많이 갖게 된다고 그래요. 이야기의 중심이 취재원에게 가야 하는데 취재진 쪽으로 무게의 추가 옮겨갈 수도 있고요. 한 사람에겐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거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자기 얘기를 통해 공감을 얻는 것보다 자기 얘기를 하지 않고도 라포를 형성할 방법을 배워야 하고 그것이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도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 참사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뭘까요?
"일단 참사 보도는 언론에 있어 너무 중요한 보도라고 생각하고요. 보도의 목적은 피해를 줄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또 가급적 당사자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힘든 시기를 같이 잘 넘기고 회복될 수 있게 하기 위해 보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언론의 참사 보도의 중요성에 대해 그리고 그걸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이 지금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본인들이 그렇게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까지 고민하면서 했던 취재, 보도 방식들이 결국 언론인 본인의 트라우마를 덜 하게 하는 데도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언론사의 입장에서도 그 기자나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까지 고려할 수 있을 때 결국 건강한 기자가 건강한 보도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희가 더 좋은 보도를 결국 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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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도 트라우마 입을 수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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