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남소연
- 내홍의 본질은 뭐라고 보세요? 외부에서 볼 때는 다소 의아한 측면도 있거든요.
"그러게요. 저도 처음에는 그게 참 이상했죠. 이준석 의원과 함께 이 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 아닙니까? 저만 외부인이었고요. 제 스태프들한테 '나만 이물질이고 자기들은 전부 다 잘 아는 사이라서 아마 저 사람들은 내가 지도부 들어온 걸 되게 불편하게 생각할 거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제가 아닌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보고 처음엔 정말 의아했어요. 그래서 김철근 사무총장이 그만뒀다는 소릴 들었을 때도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결정적으로 제가 이 문제에 참전하게 된 건 12월 19일 최고위원들의 비공개회의 녹취록을 듣게 되면서였죠. 그 날 제가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 했는데 2시간 넘는 그 녹취록을 들어보니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더군요."
- 김철근 사무총장은 허은아 대표가 교체한 것 아닌가요?
"제가 듣기로는 교체하려고 대화를 시도하니 김철근 본인이 계속 그 대화를 회피했다고 해요. 그렇게 대표가 몇 번 대화를 시도하는 중에 결국 스스로 직을 던지고 나갔다고 하고요. 그 후 김 전 사무총장의 최측근인 조직부총장을 위시해서 몇 사람들이 연달아 사직했고요. 사실 대표가 정기 인사를 연말에 한 번 하겠다고 얘기한 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저도 예상을 못 했어요. 어쨌든 당권을 잡고 주류가 되면 인사권을 통해 전임 체제와 자기 체제의 차별성과 선명성을 가지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리고 작은 당이니 다양한 사람들이 사무총장직을 위시해서 여러 당직을 경험해서 실력 쌓고 인지도 높여 다가오는 선거에 출마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저도 늘 주장해 왔고요. 근데 사무총장 한 명 바꾸는 게 이렇게 문제가 커지고 이준석 의원까지 저렇게 발끈하면서 참전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는 정말 몰랐죠."
- 12월 19일 전에는 갈등이 없었나요?
"사소한 갈등은 늘 사람 사는 관계에서 있는 거 아닙니까?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도 사소한 갈등은 늘 있잖아요. 저는 그 정도라고 봤고, 이렇게 안으로부터 곪아있었는지는 정말 몰랐어요. 예를 들면 허은아 대표가 김철근 사무총장 때문에 직원들을 만나지도 못했고 직원들 만나기만 해도 김 총장이 대표한테 난리 치고 대표를 만난 직원에게 욕설까지 했다는 내용을 듣곤 충격을 받았거든요. 대표가 늘 이준석 의원 눈치를 많이 본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이준석 의원의 페이스북 글 한 줄에 공당의 당대표가 하루아침에 악녀가 되어 조리돌림당하는 이런 상황까지 맞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 '이준석 의원이 개혁신당 간판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쩔 수 없다고 얘기하면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저만 해도 이준석 의원이 '형님, 제가 이준석 당 만들어서 한자리 드릴 테니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면 합류 안 했을 거예요. 이 의원이 재작년 11월 저희 집 앞에 찾아와 한 40분 정도 얘기하면서 했던 내용도 '어떻게 정치를 바꾸고 국민의힘이라는 비정상적이고 이미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수도권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낡은 정당이 아닌 제대로 된 새로운 정당을 한번 만들어 보느냐'는 것이었어요.
이준석 의원이 제게 대구 얘기를 하기에 '나보고 대구 가라고? 그럼, 대구 내려갈게'라고 하니 이 의원이 '혼자 가시는 게 아니고 같이 가야죠'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이철희, 조응천, 천하람, 그 다음에 공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주호영 의원까지 '어벤져스'로 대구에 가자고 얘기했어요. 그러면 전국의 방송 카메라가 대구에 집중될 거고 보수의 중심이자 큰 집인 대구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면 전국 선거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정말 설렜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말했던 사람이 지금 저러고 있으니 제가 얼마나 기가 차겠어요.
그리고 보세요. 안철수 당이든 뭐든 개인이 당 만들었다 해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사당화하려고 했을 때 그 당은 결국 다 사라졌어요. 우리도 그걸 교훈 삼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반듯한 정당 하나 만들고 그걸 통해 수권 정당 만들자고 해놓고선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형태의 '이준석 당'을 만들려고 했다면 저는 참여하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 행태를 보면 마치 '이준석 당'이라 여기고 모든 걸 자기중심으로 하려고 해요.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준석 의원을 바꿔야 되고, 이 상태의 이준석 의원이 과연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뭐가 다른가 싶어요. 국민 앞에 서서 '이 사람을 찍으면 바뀐 세상이 온다'고 제가 혼을 걸고 이준석을 팔 수 있겠어요? 저는 그렇게 '양두구육'할 자신이 없어요."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내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2025.1.12
연합뉴스
- 허은아 대표는 이준석 의원이 상왕 정치를 한다고 주장해요. 위원님 생각도 같은가요?
"허은아 대표가 그렇게 느꼈다면 상왕 정치가 맞겠죠. 제가 만약 당 대표였다면 저는 이 상황까지 오지 않도록 이준석 의원하고 대화하든 아니면 맞서든 더 일찍 결판을 냈을 건데,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밝혀지고 있는 사실들을 보면 '허은아 대표가 이준석 의원을 상왕처럼 모셔 왔던 게 맞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 천하람 원내대표는 허은아 대표 리더십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건 당직자라고 하고 있어요.
"사실 당 사무처 직원들이 이번 사태의 고비마다 조직적으로 허 대표를 깎아내리고 공격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사건이 더 커졌어요. 현재의 사무처는 직원이 총 13명밖에 되지 않는데 주류 측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장악이 되는 구조예요. 그 주류는 바로 이준석 의원 측이고요.
다수의 사무처 직원이 이 당을 만들 때부터 동지적 관계였다고 얘기하면서 이준석 의원 측과 더 소통을 해왔고, 새로 직원을 뽑을 때도 전부 김철근 사무총장이 깊숙이 관여했어요. 그런 상태에서 허 대표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걸 사무총장이 중간에서 다 차단했어요. 게다가 직원 중 다수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 신분이라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김철근 전 총장이 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니,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구조거든요. 심지어 부총장까지도 자기가 추천한 사람들로 다 채워 넣고 당헌 당규도 그렇게 만들어 놨어요.
그걸 보며 제가 '총장이 딴마음을 먹으면 언제든 대표마저 바보 만들고 허수아비 만들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부총장들에 대한 사무총장의 추천권을 빼고 최고위원들이 추천하게 하고, 사무총장은 의견만 제시하고 대표가 뽑는 걸로 당헌 당규 개정을 추진했던 거거든요. 사무총장의 힘을 대폭 빼는 방향으로 말이죠. 그런데 사무처 당직자라는 사람들이 최고위원들의 최종 의결로 결정한 당헌 당규를 대표도 모르게 사무총장 권한을 강화하는 걸로 수정해서 대표한테 사인하도록 들이밀었다는 거 아닙니까. 이건 공문서위조죠.
그리고 노조 위원장을 위시한 사무처 직원들은 국민과 당원들이 주는 월급 받으면서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대표의 통상적인 업무 지시조차 거부를 해요.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공문서위조, 여론조작, 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직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해서 이 일에 연루되지 않은 선량한 직원들과 분리해야 해요. 제가 그걸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도 허은아 대표가 마음이 여려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노조 위원장을 위시한 사무처 직원들의 태업과 위법 행위가 도를 넘고 있는 거고요."
- 조기 대선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준석 의원은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죠. 근데 허은아 대표는 다른 사람을 염두에 둬서 갈등이 시작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와요.
"저는 이준석 의원이 지금 조기 대선을 언급하면서 대선 출마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뭔가 사연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현재 홍준표 대구시장 빼놓고는 누구도 조기 대선을 언급하면서 캠프 꾸렸다거나 우리 캠프에 와달라고 얘기 안 하거든요. 왜냐하면 아직 탄핵이 확정된 것도 아니잖아요. 빨리 탄핵 인용하고 대통령 수사하라고 국민들이 거리에서 저리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꺼낸다는 게 도의에 맞지 않아서거든요. 이준석 의원도 사실 대선 출마 얘기 꺼냈다가 국민들한테 얼마나 욕을 먹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 이준석 의원이 우리에게 다 말할 수 없는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어서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쫓겨나는 과정과 지금이 똑같아 보여요.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자신은 윤리위를 가동한 적도 없고 허은아 대표가 무슨 형사적인 잘못을 저질렀다고 몰아붙이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이 일이 터졌을 때 결자해지했으면 좋겠다 정도면 당의 대주주가 할 수 있는 가장 온건한 포지션 아닌가라고 하던데.
"결자해지는 허은아 대표가 하는 게 아니라 이준석 의원이 해야 하는 겁니다. 허 대표는 하고 싶어도 그럴 힘이 아예 없고요. 이준석 의원 측에서 얘기하는 결자해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허은아 대표 끌어내리는 거였어요. 제게 총 6차례의 최고위 비공개회의 녹취록이 있는데 그걸 국민과 언론이 다 듣게 된다면 이번 사태의 본말이 정확하게 읽혀요. 하니 대표 끌어내려고 온갖 거짓 뉴스 만들며 무리수 두고 있는 거 중단하고 이준석 의원이 허은아 대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게 진정한 '결자해지'라고 저는 여기고 있습니다."

▲조대원 개혁신당 최고위원
조대원 제공
- 당원 소환제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에요?
"우리 당의 당헌 당규에 당원 소환제 방식과 당원 소환제가 적용되는 경우에 대해서 정확하게 규정돼 있어요. 법령과 당헌 당규 위반 혹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으면 당원 소환제에 해당되는데 제 양심과 법적 지식 그리고 주변에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한테 다 물어봤는데도 이번 건은 전혀 해당 사항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준석 의원이 계속 무리수를 두며 이 일을 추진한다면 저는 이준석 의원을 해당 행위로 징계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에 건의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당원 소환제를 끝내 쓴다면 그때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유지 작동시키는 법의 힘에 호소해서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최고위원님이 생각하시는 해법이 있을까요?
"간단해요. 지금이라도 이준석 의원이 마음을 고쳐먹으면 제가 봤을 때 약자인 허은아 대표는 대화의 장에 안 나갈 수가 없어요. 이준석 의원이 상식선에서 제안하면 그 뜻을 우리가 어떻게 거스르겠어요? 이준석 의원이 원래 페이스북에 글도 되게 짧게 쓰고 그렇게 하라고 윤석열 대통령한테도 가르치신 분인데 제가 들어보니까 지난 주말 동안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무려 11개인가를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는 이준석 의원이 뭔가에 단단히 쫓기면서 지금 정상적인 판단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본인이 이성을 차리고 정상으로 돌아와 대화를 시도한다면 충분히 그간의 갈등을 덮고 국민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가 있습니다. 다시 당이 단합하여 국민이 바라는 개혁적이고 올바른 정치를 펼칠 수가 있고요. 하니 자타가 공인하는 대주주인 이준석 의원이 통 큰 결단으로 정치력을 발휘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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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조대원 "결자해지, 허은아 아닌 이준석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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