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 '반공청년단'으로 불러달라"최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참여해 '백골단'으로 회자된 단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의 소개로 이들은 이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 있었다.
남소연
이 와중에 등장한 백골단은 그들의 손에 꽃놀이패를 쥐여 주었다. 백골단의 부활이 의미하는 우리 사회의 퇴행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와 조회 수를 늘리는 데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할 뿐이다.
백골단이 국회에서 공공연히 기자회견을 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 퇴행의 징후적 현상이다. 다만, 주목해야 할 건 그들을 소개하는 여당 의원 뒤에 흰색 헬멧과 마스크 차림으로 얼굴을 가린 채 병풍처럼 선 백골단원의 초라한 행색이다. 슬프게도 난 그들에게서 지금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봤다.
그들은 과연 우리 사회에 공산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다고 믿는 걸까. 정녕 종북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만 하면, 그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유 대한민국이 오리라 확신하는 걸까.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공감보다 경쟁이, 희망보다 절망이 익숙한 세대에게 맹목적 혐오는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어 기제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2030 남성 청년 우파'들이 탄핵 반대 시위에 대거 참여하게 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그들은 'MZ 세대' 여성들 대다수가 페미니즘에 '오염'됐다고 간주한다. 여성주의로 납작하게 번역되는 페미니즘을 그들은 여성우월주의나 남성 혐오로 받아들인다.
곧, 'MZ 세대' 여성들이 주도하는 탄핵 찬성 집회는 페미니즘에 경도되어 있으니, 그에 대항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여긴 거다. 탄핵 반대 집회가 기회가 됐고, 반공과 반중 정서까지 뒤섞이면서 공고한 '혐오 카르텔'이 형성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들에게 주인공이 아니다.
다들 우리 사회가 노인 세대를 박대하고 있다며 한탄하지만, 내 생각은 정반대다. 근래 2025년 대한민국 청년들만큼 불행하고 절망적인 세대가 없다. 학창 시절 무한경쟁을 견디며 사회에 나왔지만, 정부와 기업의 방임 속에 약육강식의 정글에 내동댕이쳐진 초식 동물 신세다.
삶에 지친 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곳이 극우 유튜브였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곳이 극우 집회였으며, 심지어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의 기자회견장에까지 초대받았다. 그들의 퇴행적 역사 인식과 맹목적 혐오를 나무라기 전에 소외된 청년 세대의 신산한 삶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진정 분노해야 할 대상은 그들의 피폐한 정서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악질 정치인들이다. 그 중심에 불과 2년 반 만에 우리 사회를 두 쪽 낸 윤 대통령이 있다. 이번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2030 남성 청년 우파'와 'MZ 세대' 여성들의 극단적 갈등을 성찰하고 대책이 마련될 때라야 비로소 수습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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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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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폭동 '2030남성 우파', 누가 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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