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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남태령을 지킬 때, 저는 남태령을 지키는 여러분을 지켰어요"

탄핵 집회 현장에서 쓰레기 줍고 물품 정리 담당한 자원봉사자, 냠냐씨 인터뷰

등록 2025.01.20 13:17수정 2025.01.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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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여성들은 어떻게 살아왔길래 광장에 뛰쳐나올까.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기록한다.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시위에 참여해야만 연대는 아니다.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연대하는 사람이 있다. 쓰레기를 줍고, 물품을 나누는 자원봉사자다. 최근 열렸던 탄핵 집회들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자봉러 경력직' 냠냐(활동명)님을 지난 8일 인터뷰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탄핵 집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자봉러' 냠냐입니다."

- 제가 냠냐님을 안 건 남태령 집회부터였습니다. 남태령에 모여달란 소식을 알자마자 바로 참여하셨나요?

"그날 광화문 집회가 있었잖아요. 집회 마치고 지하철을 타며 치킨과 맥주를 주문했어요. 12월 7일 이후 쉬지 않고 봉사활동한 나에게 상을 주기 위해서요. 남태령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집에서 치킨이랑 맥주를 먹겠지'란 생각 중이었어요. 그런데 집까지 한 정거장 남았을 때 트위터에 글이 올라온 거죠.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가 남태령에 갇혔다. 급하니 도와달라.'

글을 읽었지만, 솔직히 치킨을 포기하진 못했어요. 그날 한 끼도 못 먹었거든요. 대신 라이브를 보며 밤을 새우자고 다짐했죠. 미안한 마음에 참여 대신 후원하기도 했고요. 치킨과 함께 새벽 1시까지 라이브를 시청했어요. 그리고 그쯤 경찰 차벽이 (일부) 열렸죠. 다행이라 생각하고 잤어요.

근데 아침에 잠에서 깨 확인하니 상황은 똑같더라고요. 현장에 후원 물품은 계속 들어오고, 손은 모자라서 도움을 청하고. 하, 어떡하겠어요. 가야죠. 어젯밤 못한 거 오늘 해야겠다. 일단 종이가방에 응원봉을 쑤셔넣고 뛰어갔어요. 낮 12시쯤 도착한 거 같아요."


- 아, 역시 경력직이셨군요. 탄핵 집회 현장 어느 곳에서 첫 봉사활동을 했나요?

"12월 7일 국회의사당에서 여성촛불청소연합이라는 봉사단체에 합류했어요. 여성 한 분이 만들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집회 현장 주변 전봇대나 가로수에 재활용 봉투를 붙여 두었다가 집회가 끝나면 정리해요.


그런데 7일엔 국회의사당에 사람이 특히 많았잖아요? 둘이서 일하니까 버거웠어요. 그날 재활용 봉투 40-50개 정도 버렸거든요. 사람이 더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오픈카톡방(촛불들고행동하는여자들)에 상황을 알렸어요. 참여가 필요하다고. 나중에는 한 40명이 같이 한 적도 있어요."

- 둘이서 재활용 봉투 50개요? 몸은 괜찮으셨어요?

"안 괜찮죠. 진짜 너무 너무 힘들었거든요. 다시 생각해도 아찔해요(웃음)."

 여성촛불청소연합 “우리는 쓰레기 청소로 묵묵히 연대합니다”
여성촛불청소연합 “우리는 쓰레기 청소로 묵묵히 연대합니다” 냠냐

- 현장에서 후원 물품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남태령 오픈카톡방에 '선결제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쏟아지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걸 어떻게 다 챙기셨나요?

"자봉러와 후원자의 협업이에요. 전 현장에서 배송기사에게 물건 받는 일을 주로 담당했어요. 제 전화번호는 오픈카톡방에 공개되어 있었고요, 후원자가 배송기사에게 제 전화번호를 알려줘요.

그러면 전 온종일 전화 받고, 물건 받으러 뛰어다니고, 다른 자봉러한테 여기로 오라고 소리치고, 같이 옮기는 일을 하는 거예요. 최종적으로 남태령역 각 출구에서 집회 참가자에게 나누고요.

말씀하신 대로 현장에서 자봉러가 다 챙기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었어요. 말 그대로 물건이랑 음식이 쏟아지거든요.

그래서 후원자도 배송기사에게 도착 여부를 확인해요. 오픈카톡방에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요. 특정 위치에 두었다고 한다, 파란색 모자를 쓴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요. 내용을 남겨 주면 자봉러들이 피드백해요. 받았으면 받았다, 누가 찾아달라 이렇게. 사실 정말 정신없어요. 그래도 누락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노력했으니까요."

- 혹시 현장에 리더가 있어요? 봉사자들이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

"아니요. 없었어요. 오픈카톡방에서 각자 '이거 뭔데요?' '저거 뭔데요?' '지금 몇 번 출구에 인력 모자라요' '보조 배터리 남는 것 1번 출구로 갖다 주세요' 말하는 거예요. 그렇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일을 처리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저는 그때 모두가 리더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해산 후 남은 물건을 '디딤센터(여성노숙인시설)'에 후원하셨죠? 과정이 궁금해요.

"남태령이랑 한강진에서 받은 물건이 많이 남았어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정말 난감했어요. 차가 없어서 옮길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트위터에 글을 썼어요. 생리대, 핫팩이 많이 남았다, 추천할 물품 후원처가 있느냐, 그리고 차량 이동 봉사자를 구한다 이렇게요.

누군가 여성노숙인시설 '디딤센터'를 알려주더라고요. 차량 이동 봉사자는 두 분 오셨는데, 모두 여성이셨어요. 지나가던 여성 한 분도 도와주셨어요. 여성 대여섯 명이 그걸 했죠. 물품을 후원처로 보내고 일을 마무리하니 '정말 여성들은 단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냠냐 님은 한밤중 다른 여성들의 도움으로 후원 물품을 ‘디딤센터’로 보냈다
냠냐 님은 한밤중 다른 여성들의 도움으로 후원 물품을 ‘디딤센터’로 보냈다 냠냐

- 마지막까지 고생한 냠냐님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일명 '남냐님 배송작전'이 펼쳐졌죠?

"네. 국회의사당 청소 봉사 요청했던 오픈카톡방에서요. 저를 다 아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일하느라 오픈카톡방을 못 봤던 사이에 '냠냐님 배송 작전', '냠냐님 귀환 작전'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오픈카톡방의 몇몇 참가자가 차량 이동 가능자를 구하고, 각 지점을 연결해서, 국회의사당에서 저의 집까지 가는 경로를 만들었어요. 뒤늦게 계획을 알았어요.

그래서 '저 밖에서 자도 돼요. 괜찮아요'라고 했어요. 밤늦게 죄송하잖아요. 그런데 다들 '아니요. 절대 안 돼요. 집에 가서 쉬세요' 이러셨어요. 여러 루트를 거쳐서 2시 반쯤 집에 도착했어요."

- 한강진에서 3박 4일 계셨죠? 현장에서 봉사자들끼리 아주 돈독해졌을 것 같아요.

"네, 정말로 그랬어요. 심지어 한강진에서 남태령 자봉러를 만나기도 했어요. 깜짝 놀랐죠. 정말 반갑더라고요. 3박 4일 동안 같이 일하고, 못 자고, 못 씻고, 못 씻어서 머리카락이 기름기로 번들번들한 모습까지 보니까 안 친해질 수가 없어요. 저희끼리는 '바닥까지 다 봤다' 했죠.

잠시 쉴 때는 자연스럽게 관심사도 공유했어요. 적극적으로 연락처도 교환하고요. 다음엔 집회 현장이 아닌 곳에서 볼 것 같아요. 봉사하며 형성된 관계가 제 본진이 된 느낌이에요."

 자봉러들은 한강진 집회 당시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지하에서 주로 일했다
자봉러들은 한강진 집회 당시 한남동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지하에서 주로 일했다 냠냐

- 무엇이 3박 4일간 그 자리를 지키게 했을까요?

"모두가 한 고생이요. 은박담요 덮고 자리 지키는 분, 자유발언 하는 분, 그리고 물품이랑 음식 후원하는 분, 그리고 봉사자들. 모두 정말 고생 많이 하고 있잖아요. 현장에 있으면 모두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게 실감 나요. 연대하려는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

솔직히 제 눈에는 광장에 나온 사람도 여자고, 후원자도 여자예요. 자봉러도 대다수 여자예요. 전 자봉러로서 광장과 광장 밖의 여자들을 연결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물품이나 음식을 전달하는 일을 하면서 광장과 광장 밖을 잇는 거예요.

각 위치에 있는 여자들에게 '당신이 여기 있는 걸 응원하는 사람이 저기 있다, 그리고 당신이 응원하는 사람이 저기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여기서 혼자가 아니고, 당신이 거기서 혼자가 아니다' 그런 거요. 그 맛을 한 번 보면 현장을 떠날 수가 없어요."

지난 한 달, 언론은 탄핵 집회 현장의 많은 여성에 주목했다. 여성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 조명되는 여성은 주로 광장의 시위 참여자였다. 남냐님은 "여러분이 남태령을 지킬 때, 저는 남태령을 지키는 여러분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스갯소리라 덧붙였지만, 제대로 비추어지지 않는 곳의 연대와 힘을 드러내는 중요한 말이었다.

광장의 사람들을 지키는 힘. 인터뷰는 그 힘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냠냐님은 자신이 '여자들을 연결해주는 여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냠냐님의 자유발언으로 마무리하면 좋겠다.

"혼자면 그저 미약하게 비칠 빛 하나에 불과하지만, 모이면 반딧불 한 쌍이 되고, 함께하면 반짝이는 야경이 만들어진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는 브런치에 아카이빙 목적으로 게시될 수 있으며, 추후 인터뷰집 출간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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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집회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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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여성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를 사랑한다. nahyun_choi@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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