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아이가 눈을 기다리며 쓴 시.
박순우
그렇다고 아이가 내란 사태를 모르는 건 아니다. 아이들과 자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라, 이번에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감 없이 말해주었다. 역사의 한복판을 걸어가고 있는데 아이라는 이유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는 장면도 아이들과 함께 보았는데, 아이는 그 이후로 가끔 막대기를 들고 꽝꽝꽝 내리치며 국회의장 흉내를 내곤 한다.
무엇이든 놀이로 승화하는 나이라 해서 아이가 이번 사태에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제주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면 바로 4.3에 대해 배운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 학교의 경우 4.3교육을 교사가 아닌 학생자치회가 주도한다. 매년 4월 초가 되면 5, 6학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4.3 역사를 말해주고, 함께 추념식을 갖는다.
아이들이 계엄이 대체 뭐냐고 내게 물어봤을 때, 나는 4.3도 계엄령 하에 벌어진 일이라고 알려주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가 그리고 있는 광주민주화운동 역시 계엄령 하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나 군인이 어떻게 되려 국민을 해칠 수 있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계엄은 그걸 가능하게 하는 조치라고 일러주었다. 4.3교육을 받았기에 아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단번에 이번 사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늘 밝게 웃으며 뛰어놀아 별 생각 없는 듯 보이지만, 신나게 놀다가도 아이는 한 번씩 내 품에 폭 안기며 불안한 얼굴로 묻는다.
"엄마 계엄이 또 선포되면 어떡해?"
"대통령이 또 계엄을 선포하고 우리 마을까지 군인을 보내면 어떡해?"
아이들이 한 번씩 이런 질문을 던질 때마다 어쩌다 이렇게 불안한 나라가 되었나 싶은 생각에 속상함이 밀려온다. 엄마인 나는 걱정하는 아이들을 달랠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너무 걱정마. 어른들이 계속 지켜보고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감시할게."
그러면 아이는 다시 내 품을 떠나 자신만의 놀이 세계로 돌아간다.
일생 중 가장 웃음이 많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 아주 작은 것에도 깔깔대며 누구보다 행복한 날들을 건너고 있는 아이. 이런 어수선한 시국에도 티 없는 웃음을 보이는 아이들 덕분에 나도 잠시나마 미소를 짓는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일말의 불안감도 없이 이 시기를 만끽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른으로서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해 자못 부끄러워진다. 부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아이의 웃음마저 실종되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속가능한 가치로 아이들을 길러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육아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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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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