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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꼬리수리에 잉어 준 수달, 진귀한 장면 더 못 볼 수도

대전 하천 준설 현장에서 만난 수달-흰꼬리수리의 상생 그리고 먹이 쟁탈전

등록 2025.01.21 16:53수정 2025.01.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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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귀한 장면이었다. 수달이 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잉어 그리고 흰꼬리수리, 까치, 까마귀의 먹이 쟁탈전 이야기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쌍으로 보이는 두 개체가 얇게 언 얼음 위 잉어를 차지했다. 물고기와 작은 새들을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진 흰꼬리수리는 수달이 남겨둔 잉어를 먹으면서 생태계 청소부 역할도 하고 있었다. 잉어를 서로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고 '불청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흰꼬리수리 한쌍이 수달이 남겨놓은 잉어를 먹고 있고, 이를 위협하는 까치와 까마귀를 쫒기위해 날개짓을 하고 있다.
흰꼬리수리 한쌍이 수달이 남겨놓은 잉어를 먹고 있고, 이를 위협하는 까치와 까마귀를 쫒기위해 날개짓을 하고 있다.이경호

이같은 먹이를 노리면서 맹금류를 괴롭히는 까치와 큰부리까마귀(아래 까마귀)가 떼로 몰려왔다. 세렝게티에 하이에나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한두 마리가 수십여 마리가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흰꼬리수리는 수십여 마리의 까치와 까마귀 떼를 쫒기 위해 날개를 펴고 위협했지만 까치·까마귀떼는 잠시 움츠리기는 했지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수달이 차려 놓은 '잉어 식탁'을 맛있게 먹는 흰꼬리수리의 아침은 평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암수는 차분하게 먹이를 나눠 먹었다. 맹금류의 위용을 알기에 충분했다.

수달이 먹고 남긴 잉어... 양보하기 싫은 흰꼬리수리

 위용을 드러낸 흰꼬리수리의 모습
위용을 드러낸 흰꼬리수리의 모습이경호

보통 야생에서 흰꼬리수리는 까치·까마귀 떼에 쫒기는 모습을 주로 보이는데, 이날은 잉어를 양보할 생각이 없었나 보다. 결국 흰꼬리수리는 잉어를 충분히 먹고 이동했다. 남겨진 잉어는 까치·까마귀들 몫이었다.

흰꼬리수리의 경우, 꼬리가 하얀 성조를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꼬리가 흰빛으로 되는 데 4년이 걸린다. 이런 모습의 온전한 성조는 개체수가 많지 않다. 성조 암수 한쌍을 같은 곳에서 확인한 것도 놀라운데, 수달이 남겨놓은 먹이를 먹는 모습은 더욱 놀라웠다.


이날 현장에서 멸종위기종들의 협력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수달과 흰꼬리수리 모두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돼 있다. 수달은 먹이를 제공하고, 흰꼬리수리가 청소부 역할을 했다. 생태계 건강성을 높여주는 일을 했다고 여겨진다. 생태계 구성원들은 추운 겨울에도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자연은 서로 도우며 살아가지만,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착취하면서 자연을 위협한다. 흰꼬리수리가 찾아온 현장에는 대규모 준설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같은 위협이 계속 된다면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흰꼬리수리의 협력은 불가능해진다.


이들은 빙판에서 먹이를 먹었지만, 평상시엔 작은 모래톱과 섭에서 먹이 먹고 찾는다. 이같은 서식공간에 대전시는 170억 원가량을 들여 준설을 하고 있다. 홍수예방 효과가 없다고 알려진 준설이 진행되는 현장에서 먹이를 찾는 모습이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보인다.

20일 포착한 장면처럼 진귀한 순간을 매년 만날 수 있었지만, 준설이 강행된다면 내년에는 이같은 모습을 볼 수 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연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는 무분별한 준설로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돼가고 있다.

그런데 이곳은 대규모 준설 이뤄지는 곳

 흰꼬리수리가 찾아온 곳에 준설모습
흰꼬리수리가 찾아온 곳에 준설모습이경호

흰꼬리수리·수달의 '식당'을 부수고 파괴하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오롯이 인간만을 위한 일은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토목 카르텔과 행정이 만나 매년 준설하고, 또 준설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준설은 결국 예산 낭비와 생명파괴 외에 어떠한 결과도 내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대전 3대 하천에 준설은 없었다. 준설이 없이도 홍수 등 큰 피해가 없었다. 홍수의 원인은 토사가 아니다. 잘못된 도시화 과정에서 물 순환 구조를 훼손하면서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흰꼬리수리와 수달이 협력하는 하천이 돼야 홍수도, 생태계도, 인간도 안전하다는 자연의 원리가 현실이 될 것이다.
#흰꼬리수리 #동물 #멸종위기종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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