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경고'까지...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 이대로는 안 된다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박지원 의원과 임미애 의원,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박지원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을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민청 설립과 계절노동자 관리 체계 강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임미애 의원 역시 농촌 인력난의 심각성과 농림축산부와 해수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촌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훈 대한변협 회장은 계절 노동자 제도의 법적 미비점을 지적하며, 브로커 개입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례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업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도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외국인 계절 노동자 제도는 농어촌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특정기간 국내에 입국하여 농어촌에서 취업하는 제도다.

계절노동자 제도는 한국정부가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고용허가제(E-9)와는 달리 기초자지단체와 외국 지자체 간 양해각서(MOU)를 통해 모집하고 법무부에서 계절근로(E-8)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국내 131개 지자체에 약 4만9천명의 노동자가 배정되어 농어촌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사설 브로커의 중간 착취, 법적 보호 미비 등의 문제로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개선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소아 변호사는 농업은 노동집약성이고 계절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 관련 법률이 농업의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산업재해 보상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등 '간이대지급금(소액 체당금) 적용제외자'로 체불임금 구제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농업노동자 산재보험 제외로 간이대지급금 받지 못해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소아 변호사는 "농업은 노동집약성이고 계절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외국인 노동자 고용 관련 법률이 농업의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산업재해 보상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등 '간이대지급금(소액 체당금) 적용제외자'로 체불임금 구제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법적 보호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업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4년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별도의 법률(「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관한법률(외국인고용법)」)을 제정하였고, 당시 외국인 규모가 4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계절노동자가 5만명이 넘는 규모임에도 별도의 법률이 마련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설 브로커 중간착취 구조, 국가인권위 '인신매매'로 규정 '경고'

이보람 팀장(국가인권위원회 이주인권팀)은 "2024년 한해 동안 외국인 계절 노동자의 체류 규모가 5만 4천여명에 달했으며, 이는 전년도 대비 두 배 증가한 수치"라고 설명하며, "이들이 농어촌 노동력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사설 브로커 문제로, 이 브로커 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항공료와 수수료 등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고, 계약서 작성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채무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권과 통장을 압류하는 방식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했다고 강조했다.

▲ 인권위는 필리핀 A시와 한국 H군 사이의 지자체 간 업무협약(MOU)를 통해 계절근로자로 입국한 피해자들이 중개업자에 의한 여권 압류, 임금 착취 등 인신매매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하고, 이러한 피해를 초래하게 된 제도의 허점과 관계 기관의 관리,감독 부실 등 문제를 지적하고 국무총리를 비롯한 법무부, 관련 지자체 등에 제도 개선 및 재발방지를 권고하였다. (인권위 보도자료 갈무리) 이건희

국가인권위는 2024년 11월 5일, "계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동력 착취와 강제노동은 인신매매로 간주될 수 있"고, "노동자의 취약성을 이용한 착취 행위가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될 여지가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팀장은 현행 외국인 계절 노동자 제도가 법무부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협업하여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브로커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과 노동자와 고용주에 대한 교육과 동시에 인권침해 발생 시 피해 구제 절차 마련도 중요 과제로 언급했다.

'브로커 차단하고 급여만 지급되면, 외국인 '이탈'할 이유 없다'

이날 토론회에는 외국인 계절 노동자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거창군 사례가 소개됐다. 이민호 팀장(거창군 농촌일손담당팀)은 거창군은 전담팀을 신설하여, ▲직접 협약 및 송출관리, ▲외국인 지원 시스템 구축, ▲급여관리 제도를 시행하는 등 "브로커 개입을 방지하고 노동자와 고용주 간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위와 같은 접근 방식으로 "이탈률이 크게 감소(2024년 기준 1명)했고, 노동자와 고용주 모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탈 문제의 경우 브로커를 차단하고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면 자연스럽게 없어 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통해 외국인 계절노동자 관련부처들의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동균 팀장(법무부 농어업외국인력지원TF)은 "계절 근로자 제도가 체류자격 활동범위와 내부 지침만으로 운영되다 보니 제도 운영과 근로자 인권보호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농어촌 인력난을 해소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인기 과장(농림축산식품부 농업경영정책과)은 "외국인 계절 노동자는 농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효율적인 노동력 수급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공공형 계절근로 모델을 확대해 가겠다"고 설명했고, 정준호 과장(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은 "어업분야에서 계절 노동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어업 현장에서 인권 침해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농어촌의 일손 부족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외국인 계절 노동자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높다. 하지만 이 제도는 법적 근거 미비와 운영 문제로 인해 노동자와 농·어민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출입국 정책이 아니라, 농업·노동정책으로 전환해야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위원장은 "과거 장애인 노동력 착취로 물의를 일으켰던 신안군 염전은 미국정부 등 국제사회로부터 인권이슈로 주목받고 있는데, 정부가 이 지역에 외국인 계절 노동자를 배정했다"며, "향후 인권 문제로 인한 수출 규제 이슈가 다른 수산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 위원장은 "계절 노동자 제도는 현재와 같은 출입국 정책으로 운영되기 보다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농업정책으로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제도는 대한민국 농어촌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농민과 노동자 모두에게 불리하고, 국제사회의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농어촌 지역의 경제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제정 및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이건희 기자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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