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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하는 얘들이 뭐라고... 우리를 살게 만든다네요

[서평] 세계숲 The Global Forest

등록 2025.01.24 10:44수정 2025.01.2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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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숲 2025년 1월 24일 초판1쇄 발행/ 도서출판 아를 / 값 20,000원
세계숲2025년 1월 24일 초판1쇄 발행/ 도서출판 아를 / 값 20,000원도서출판 아를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미세먼지의 습격 등으로 지구공동체가 경험하는 현실은 전쟁이나 인종차별, 성차별로 인한 폭력과는 또 다른 새로운 차원의 폭력이다.

이러한 시대를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불안사회>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생존사회는 마치 코앞까지 다가온 죽음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는 병자와도 같다"고 표현했다.


희망을 품어보지만, 새로운 차원의 폭력에 해당하는 자연재해로부터 '인간은 과연 구원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면 가히 절망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시대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190년대 초부터 내다보고 환경 운동에 앞장섰던 아일랜드 태생의 세계적인 식물학자 '베리스퍼드-크로커(Diana Beresford-Kroeger)'의 최근작 <세계숲>은 '나와 지구를 살리는 경이로운 나무들의 이야기'를 전해줌으로 '절망에 절망하지 않고 희망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노승영 옮김).

<세계숲>은 나무의 과학적 발견과 현대 생태학의 지식뿐 아니라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나무와 숲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40편의 에세이를 통하여 세계 숲의 눈부신 복잡성과 찬란함, 연결성을 밝히고 있다.

숲과 우리의 삶은 이어진다, 이렇게

 <세계숲>은 나무의 과학적 발견과 현대 생태학의 지식뿐 아니라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나무와 숲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한다.(자료사진)
<세계숲>은 나무의 과학적 발견과 현대 생태학의 지식뿐 아니라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나무와 숲을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한다.(자료사진)lucabravo on Unsplash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위기 등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할 핵심 파트너로 '나무'를 제시하고 '숲'과 '나무'를 지키며 그 일부로 살아갈 때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구원의 길을 누가 열어갈 것인가? 이에 대해 이 책의 마지막 에세이 '숲과 불의 수호자'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지 못한 채 파멸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다. 오늘날 민족들로부터 아이들의 새로운 세대가 떠오를 것이다. 이 아이들은 모든 사람과 다른 것이다. 이 아이들은 많은 재능을 가졌을 것이다.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처음에는 두려워하겠지만 그러다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 세대의 아이들은 지구와 자연을 집단적으로 돕고 싶어 할 것이다(pp.304-305)."

가시금작화 콩과류의 식물로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가시금작화콩과류의 식물로 질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도서출판 아를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는는 식물은 '가시금작화'다. 자기의 어린 시절(5세) 경험을 들려준다.


"가시금작화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로, 다른 콩과의 식물이 그렇듯 질소고정식물이다. 말은 질소를 섭취해야 하기에 이름그대로 가시가 성선한 '가시금작화'를 맛나게 먹는다. 그래서 말똥에는 질소가 풍부하고, 이 질소 덕분에 주름버섯이 자라난다. 그리고...나는 버섯을 배불리 먹는다(p.19)."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숲과 우리의 삶도 이어지고 얽혀있다는 것을 점차로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계숲>은 어린 시절, 황금색 가지금작화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저자는 마흔 자락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 모든 것을 합하면 '세계 숲'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말한다. 이 중에서 일반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호두나무'와 '사시나무'가 들어있는 에세이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책을 열자마자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호두나무 바이오플랜 식물로 추천할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호두나무바이오플랜 식물로 추천할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도서출판 아를

먼저 '지속 가능성을 위한 청원'이라는 에세이에 나오는 내용이다. 농장이 크든 작든 울타리나 방풍림, 구역구분을 위해 나무를 심으면 농부에게 나무는 환금작물이 될 수 있으며, 포식자나 피식자 모두에게 다양성을 늘려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동식물 토착종의 생물다양성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농부의 생명선인 표토가 침식되는 것도 막아준다. 이런 방식을 '바이오 플랜'이라 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나무는 토착종 나무일수록 좋다. 그래야 한 번 심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생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나무로 흑호두나무를 추천한다.

"흑호두 나무는 초콜릿색 목재를 얻기 위해 지배하는데, 베니어판만큼 단단하다. 색깔이 짙고 광택이 나는 목재는 세계 시장에서 희귀하며 수요가 많다. 베니어판으로 쓸 수 있는 흑호두 나무의 곧은 줄기 하나는 경매에서 6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자녀나 손자녀의 대학 학비로 요긴할 것이다(P.56)"

산사나무 저자가 어린 사절 가장 사랑했던 나무
산사나무저자가 어린 사절 가장 사랑했던 나무도서출판 아를

다음으로 '열정을 발휘하여'라는 글에서는 앞에서 다섯 살 '가시금작화'처럼 유년의 시절 지속적으로 나무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던 사건을 '사시나무'와 관련해서 들려준 이야기다.

"아이는 서서 나무를 올려다 보았다....... 떨어질 열매가 하나 더 있었다. 딱 하나 남았다. 아이는 마지막 작은 사과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아이는 마지막 사과가 떨어질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렸다. 오후 내내 기다렷다. 간식 시간 직전에 사과가 쿵 하면서 떨어졌다. 사과의 몸속에 있던 무언가의 먹먹한 소리였다(pp. 287-288)."

사실 아이의 사과나무는 실은 진짜 사과나무는 아니었다. 산사나무였다. 하지만, 아이는 그 나무를 온 세상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되었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이해했다.

<세계숲>은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과학적인 근거로 연결성을 설명할뿐 아니라, 고대 켈트 전통을 결합한 신화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갈등하고 있는 문제를 통찰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성 혁명'이라는 에세이를 통해서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었다. 인간 중심적인 관점을 넘어, 숲의 시선과 나무의 언어로 써내려간 '베리스퍼드-크로커(Diana Beresford-Kroeger)'의 최근작 <세계숲>은 경이로운 책이다.

책을 열자마자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었다. 차마, 다음 에세이가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독서를 마치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도 이 책에서 얻은 지혜를 내 삶에서 어떤 부분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즐거운 꿈을 꾸었다.

나무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무를 보면 새롭게 보일 것이며, 마음이 열린 분들은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 귀한 책을 오랜만에 만나 추천하는 바이다.

세계숲 - 나와 지구를 살리는 경이로운 나무들의 이야기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아를, 2025


#세계숲 #가시금작화 #호두나무 #산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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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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