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9월 2일, 구럼비 바위로 접근할 수 있던 육로통로가 모두 폐쇄된 날을 기억하는 행사를 강정에서는 매년 진행해오고 있다. 2024년 9월 2일에는 오키나와, 대만, 하와이, 괌 등 평화의 바다를 위한 섬들의 연대 평화캠프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이재각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전쟁기지가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과거 제국주의 일본이 제주도를 공군기지로 이용하며 중국을 폭격했던 역사에서 우리는 제주도가 군사적으로 활용될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터가 누군가의 생명과 인권과 평화를 빼앗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제주도민은 그러한 원죄를 뒤집어쓸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될 당시 사업단장은 "여기 미군기지 아닙니다. 미군함 들어오면 저도 옷 벗고 반대하겠습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제주도 남측 해상에서 발생하는 해적 행위 등을 방지하여 평화로운 바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미군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우리 바다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기지라 항변한 겁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이미 제주해군기지는 미 해군의 핵잠수함과 핵항공모함이 드나드는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가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바다는 온데간데없고 긴장과 불안, 전쟁의 공포가 넘실대는 바다만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바다는 군사 분쟁에 휘말릴 위험에 늘 노출된 제주도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바다는 기후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생물다양성의 보전, 불안정해지는 식량의 공급에서도 바다는 중요합니다. 해풍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공간으로서 바다의 중요성은 크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한·중·일 3국이 힘을 모아 평화의 바다를 만들고 이 안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인류애를 회복하고 공동체를 복원할 미래가 제주가 바라보는 그 바다에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평화의 바다가 되어야만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제주도는 군사기지가 되어선 안 됩니다. 기동함대사령부 같은 전쟁을 위한 군대가 편성되어선 결코 안 됩니다. 그래서 2월 3일 월요일 오전,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기동함대사령부 창설을 반대하는 행동을 진행하려 합니다. 우리의 행동이 기동함대사령부의 창설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이 새로운 군사적 시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의 군사적 긴장으로부터 제주도를, 한반도를, 동북아시아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강정해군기지 반대운동에서 제주해군기지 폐쇄운동까지 1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당신들은 진 싸움을 했다고, 운동은 끝이 났다고. 아닙니다. 우리의 18년이 더 큰 전쟁의 위기로부터 평화를 배신하려는 움직임으로부터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는 군사 폭력의 발호로부터 누군가의 평온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운동은 없습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시간 위에 다시금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와 민주주의와 인권이 흘러넘치는 공동체를 희망하는 여러분의 발걸음을 기대합니다. 불확실성과 불안과 공포가 넘쳐나는 시대에 빛나는 평화의 응원봉으로 이 깊은 어둠을 밀어내어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다시 강정에서 평화를 외쳐주십시오. 함께 평화를 외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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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강정마을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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