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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던진 신발에 맞은 여성분이 내게 한 말

자폐 아동을 키운다는 것... "엄마가 힘들었겠다", 그 한 마디에 눈물 '왈칵'

등록 2025.01.25 17:50수정 2025.01.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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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시작되는 설 연휴, 구정이 지나면 나의 아들은 한국 나이로 6살이 된다. 2023년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고서 어느새 햇수로 2년 차가 된 것이다.


워킹맘인 나는 항상 일하랴 육아하랴 정신이 없었다. 키우는 것이 유난히 고달프고 힘들었던 내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을 진단받고는, 거기에 정신없음이 더 심해져서 나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심했다.

발달 장애 아동에 대한 세심한 정부 정책이 없음에 분노했고,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 화가 났다. 사소한 복지 수당도 나 스스로 알음알음 세심히 서류들을 싸들고 다녀 챙겨야 받을 수 있다는 것조차도 원망의 한 이유였다.

 아들은 지난 2023년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고서 어느새 햇수로 2년 차가 됐다(자료사진).
아들은 지난 2023년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고서 어느새 햇수로 2년 차가 됐다(자료사진).aedrian on Unsplash

그렇게 팍팍한 삶에 다양한 분노와 원망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마음에 부채질이라도 하는 양, 일상 속에서 우리 모자를 향한 다양한 불편한 에피소드가 하루가 멀다 하게 생겼다(관련 기사: 초보 엄마가 매일 만나는 벽, 이렇게 부숴버립니다 https://omn.kr/2b7wu ).

국가에서도 장애 이해 교육이나 느린 학습자,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음을 알지만, 그래도 직접 체감하는 시민들의 이해도나 시민 의식이 아쉬웠다.

스스로 죄인이 되어갔다


아들이 내는 어쩌면 기이한 음성, 틱 행동, 상동 행동, 반향어를 듣고 스물스물 피해서 자리를 뜨는 모습, 본인 자녀에게 아들이 어설픈 모습으로 친근함을 표현했을 때 자녀보다 더 당황하는 부모의 모습... 그런 사소한 장면들이 하나하나 인이 박혀 나 스스로 사람들 많은 곳을 피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보채는 아들의 병원 진료를 가기 위해 진을 빼고 있던 참이었다(아들은 평소 루틴과 다른 일정이 있으면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심하게 거부하는 편이다). 그날도 발작에 가까운 텐트럼(tantrum, 1~4세 아동의 떼쓰기나 주목을 끌려는 고의적 행동)을 경험하며, 병원에는 절대 가기 싫다는 아들을 겨우 겨우 주차장으로 데리고 나오느라 정말이지 진땀을 뺐다.


이제 6살이면 병원을 들렸다가 유치원을 가야 한다는 말도 알아들을 법도 하건만, 간단한 인과관계를 잘 받아 들지 못하니, 평소 다른 시간대에 다른 길로 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이의 난리법석이 이어졌다.

뜻대로 안되면 고집을 피우는 아들의 모습 다양한 방식으로 속상함이나 짜증을 표현하는 자폐 스펙트럼 아들, 남들 눈에는 유난스러운 아이 정도로 보이겠지만 돌보는 부모는 거의 매일, 항상 지쳐있다.
뜻대로 안되면 고집을 피우는 아들의 모습다양한 방식으로 속상함이나 짜증을 표현하는 자폐 스펙트럼 아들, 남들 눈에는 유난스러운 아이 정도로 보이겠지만 돌보는 부모는 거의 매일, 항상 지쳐있다.오선정

울며 불며 허공에 발차기, 눕기를 시전하더니, 급기야는 신고 있는 신발을 허공에 던지는 기술까지... 대체 저런 행동들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는데 어찌 알고 하나 싶어서, 정말이지 나는 넋이 나간 상태로 아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하필 잠시 넋 놓고 있던 그때, 하필 그 신발이 하늘을 붕 떠서 지나가던 한 여성분의 정수리까지 날아가 맞은 것이었다(대체 어떻게 발차기를 했길래 그 신발이 그만큼 날아올라 지나가던 분의 머리에까지 맞은 건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이긴 하다).

그때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은... '나는 사는 동안 계속 이 굴레에서 못 벗어나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집에서부터 씨름을 하고 겨우겨우 나와서 차에 태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렇게 민폐에 가까운 행동을 해버리니, 순간 극단적인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아이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단순하게 몇 줄로 표현한 이 과정들이 얼마나 식은땀이 나는 과정이었는지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가 이 세상에 '민폐'인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사과를 하기 위해 머리를 한없이 조아리며 사과를 하러 그 여성 분께 다가갔다. 보통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그냥 괜찮다고 하고 휙!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 정도의 반응을 예상했다.

아니, 이번엔 정말 직접적인 '머리 손상'이 있었기에 더 심한 반응이 나온다고 해도 무작정 사과하고 불쾌함이 풀리지 않으신다면 아들의 상태(발달 장애에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야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던가? 이윽고 그 여성분에게서 나온 말은, 순간 나를 무장해제 시켰다.

"아이고, 엄마가 많이 힘들겠다!"

아니. 난데 없이 떨어진 신발로 머리를 맞고도 오히려 내 걱정이라니?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여성분을 바라보았다. 중년의 여성분께서는 찬찬히 아들의 신발을 들고서는 아들에게 다가왔다. 내 마음을 살펴주신 와중에, 아들의 예절 교육까지 따뜻한 목소리로 시켜주셨다.

"그렇게 신발 던지면, 아줌마 아파~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순간 직업이 어찌되시냐냐고 여쭤보고 싶을 정도로, 따뜻하고도 단호한 말투였다. 그리고 그 말투가 너무 따뜻해서, 순간 붉게 상기되어 있던 내 얼굴에서 눈시울이 확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외로웠구나, 내가

 A couple enjoying the sunset
A couple enjoying the sunsetzyljosa on Unsplash

그때 알았다. 아, 내가 기다렸던 말이 이거였구나 하고.

"많이 힘들었지?"

어느 누구도 내게 해주지 않은, 많이 힘들지?라는 말 말이다. 특별한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와 있는데, 이런 내 상황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자주 외로웠다.

가끔 가다 목격하는 장애 아동 정책 관련된 기사에 쓰인 댓글들은 차라리 무관심이 더 감사하다고 할 만큼 잔인하기도 했다.

'부모가 선택해서 낳은 거니까, 부모가 키워야 하는 게 맞지. 왜 이리 유난이야.'

시부모님도 친정 식구들도, 아직 애매한 유아시기의 발달 장애를 정확히 인지하기보다는, 그냥 조금 늦된 애 정도라고 받아들이시니 그 답답함과 외로움이 말도 못 했다.

그런데 용서를 빌러 간 자리에서 들은 ' 엄마가 힘들겠다'라는 이 한 마디 말은 내 쓰리고 아픈 마음에 기폭제가 되어 내 눈물샘을 톡 하고 건드렸다.

사실은 아들이 발달 장애를 진단받고 나서 내 마음속 눈물샘에서는 한시도 쉴 날이 없었다. 평온한 날에는 아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눈물이 났고, 유난히 육아가 고된 날에는 하루 살이 같은 그날 하루가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내 눈물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내 힘듦을 남들이 알아 봐주지 않고 있다는, 내 '인정 욕구' 때문에 더 힘든 것이었다.

정상 발달 아동보다 다루기 몇 배나 힘든 아이를 키우면서도 부모인 우리는 항상 죄인이 돼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서 케어해도 감당할 수 없는 자잘한 사건 사고가 있었고, 거의 매번, 일방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늘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제 그 여성분의 성숙하고도 어른스러운 반응을 보면서, 그래도 이렇게 알아주는 분들이 있으니 힘을 내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발달 장애 아동을 대하는 사람들의 무관심 혹은 약간의 짜증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런 사소한 배려에도 너무나 감사하고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춘추시대 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공자의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타인을 위한 배려는 좋은 삶, 좋은 사회의 기본이다."

발달 장애 아동을 배려하는 사회는 당연히 정상 발달 아동을 이해하는 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맘X'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 낳기 전에는 별반 생각지 않았던 '맘X'이라는 신조어 역시, 우리 사회의 배려가 부족해서 생긴 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여성분의 성숙하고도 감사한 대처를 받은 날, 아들의 분노발작에 지친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발달 장애 아들을 키우며 지친 하루하루이지만,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처럼 나 또한 더욱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마쳐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SNS에도 실립니다.이해해주신 여성분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발달장애육아 #자폐스펙트럼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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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며 책 읽고 글 쓰는 엄마입니다. 발달 장애 아들과의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이야기 조각들을 모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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