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uple enjoying the sunset
zyljosa on Unsplash
그때 알았다. 아, 내가 기다렸던 말이 이거였구나 하고.
"많이 힘들었지?"
어느 누구도 내게 해주지 않은, 많이 힘들지?라는 말 말이다. 특별한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와 있는데, 이런 내 상황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자주 외로웠다.
가끔 가다 목격하는 장애 아동 정책 관련된 기사에 쓰인 댓글들은 차라리 무관심이 더 감사하다고 할 만큼 잔인하기도 했다.
'부모가 선택해서 낳은 거니까, 부모가 키워야 하는 게 맞지. 왜 이리 유난이야.'
시부모님도 친정 식구들도, 아직 애매한 유아시기의 발달 장애를 정확히 인지하기보다는, 그냥 조금 늦된 애 정도라고 받아들이시니 그 답답함과 외로움이 말도 못 했다.
그런데 용서를 빌러 간 자리에서 들은 ' 엄마가 힘들겠다'라는 이 한 마디 말은 내 쓰리고 아픈 마음에 기폭제가 되어 내 눈물샘을 톡 하고 건드렸다.
사실은 아들이 발달 장애를 진단받고 나서 내 마음속 눈물샘에서는 한시도 쉴 날이 없었다. 평온한 날에는 아들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눈물이 났고, 유난히 육아가 고된 날에는 하루 살이 같은 그날 하루가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내 눈물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내 힘듦을 남들이 알아 봐주지 않고 있다는, 내 '인정 욕구' 때문에 더 힘든 것이었다.
정상 발달 아동보다 다루기 몇 배나 힘든 아이를 키우면서도 부모인 우리는 항상 죄인이 돼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서 케어해도 감당할 수 없는 자잘한 사건 사고가 있었고, 거의 매번, 일방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늘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어제 그 여성분의 성숙하고도 어른스러운 반응을 보면서, 그래도 이렇게 알아주는 분들이 있으니 힘을 내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발달 장애 아동을 대하는 사람들의 무관심 혹은 약간의 짜증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런 사소한 배려에도 너무나 감사하고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춘추시대 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공자의 명언에 이런 말이 있다.
"타인을 위한 배려는 좋은 삶, 좋은 사회의 기본이다."
발달 장애 아동을 배려하는 사회는 당연히 정상 발달 아동을 이해하는 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는 '맘X'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아이 낳기 전에는 별반 생각지 않았던 '맘X'이라는 신조어 역시, 우리 사회의 배려가 부족해서 생긴 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여성분의 성숙하고도 감사한 대처를 받은 날, 아들의 분노발작에 지친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발달 장애 아들을 키우며 지친 하루하루이지만, 그래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처럼 나 또한 더욱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마쳐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6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며 책 읽고 글 쓰는 엄마입니다. 발달 장애 아들과의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이야기 조각들을 모아 봅니다.
공유하기
아들이 던진 신발에 맞은 여성분이 내게 한 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