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원앙들도 이곳을 찾아 함께 쉬고 있다.
정수근
낮시간이라 관찰을 하기 쉽지 않아 그렇지 이곳은 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같은 포유류들도 마땅히 함께 살아가고 있으리라 짐작해본다. 경관 또한 아름다워서 경관보전지구로도 지정될 필요가 있는 낙동강의 몇 남지 않은 생태보물 중 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 이날 이석우 농민과 필자를 포함 다섯 명의 탐조인들은 이날 한 팀을 이루어 낙동강을 찾았다는 귀한 새 재두루미를 찾아 경북 구미에서부터 이곳 의성까지 탐조 기행을 나선 참이었다.
큰고니들의 안전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행은 오전에 구미 지산샛강에서 역시 귀한 겨울진객들인 천연기념물 큰고니들의 모습을 실컷 알현하고, 구미시청 관계자들과 구미시의회 문화환경위원회 추은희의원 그리고 의회 사무국 사무관들이 지산샛강에서 전깃줄 충돌로 자꾸 죽어나고 있는 큰고니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듣고는 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함께 모인 것이었다.
한 시간여 논의 끝에 구미 지산샛강은 큰고니가 평균 900여 개체가 찾는 생태적으로 너무나 귀한 공간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 중요한 가치에 비해서 너무 인간편의 위주로 개발 관리되어 있고, 큰고니 입장에서는 너무나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현실 그리고 결국은 전깃줄 충돌이라는 안타까운 이러한 현실을 확인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들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산샛강에 관여하고 있는 구미시의 3주체인 구미시 문화예술과와 환경정책과 그리고 공원녹지과 그리고 이날 함께 자리한 구미시의회 추은희의원이 함께 자리를 만들어 공동으로 대책을 모색해보기로 결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구미 지산샛강을 찾은 겨울진객 큰고니들
정수근

▲구미 지산샛강을 찾은 큰고니들이 크게 울음을 울고 있다.
정수근
매년 900여 개체가 되는 큰고니가 도래하는 이런 곳은 정말 흔치 않다. 그것도 정말 지근거리에서 이런 야생의 큰고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은 무척 드물다. 구미시로서는 복덩이들이 스스로 날아온 셈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장차 생태관광과 생태교육의 메카가 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큰고니들을 위한 배려가 동반되어야 한다. 너무 사람들에게 가까이서 노출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샛강 주변을 빙 돌아가면서 갈대를 식재해 은폐시켜 줄 필요가 있고, 강 안으로 들어가게 해놓은 탐방데크는 큰고니들이 오는 겨울철에는 폐쇄해주는 행정조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깃줄 충돌을 막아내기 위해서 전선 지중화(전 단계로 색깔 있는 형광 물질로 전선 피복 같은 것은 서둘러 할 수 있는 대책이다)와 같은 근본적 대책까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구미 지산샛강을 찾아 겨울진객 큰고니들
정수근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눈 후 또다른 겨울진객들인 재두루미를 찾아 길을 나선 것이었다.
낙동강 상류로 떠나기 전에 이곳 구미 낙동강에서 유일하게 모래톱이 남아 있는 곳인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부 그곳에서 재두루미 10여 개체가 도래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먼저 그곳을 찾아 이들이 탐조에 나섰다. 그런데 역시나 그곳 모래톱에 11개체의 재두루미가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반가운 모습도 확인했다.
고인 강은 썩기 마련...4대강을 흐르는 강으로
그러나 이곳 감천 합수부와 이 일대 해평습지는 또다른 겨울진객 흑두루미가 수천 마리씩 찾아오던 명소였다. 수천 마리의 그 큰 새들인 흑두루미가 군무를 이루며 이곳을 찾던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이곳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자 흑두루미들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급기야 2020년부터 이곳을 찾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빈 공간을 재두루미 가족이 찾아와 쉬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해보고자 경북 구미시에서는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생태계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래톱을 지금보다 더 넓혀서 넓은 개활지로서의 모래톱을 만들어서 '집 나간' 흑두루미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구미 감천과 낙동강 합수부 창공을 날고 있는 재두루미 가족
정수근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부 모래톱을 찾은 재두루미 가족들
정수근
구미시의 예정대로 이 사업이 완료가 돼 넓은 개활지로서의 모래톱 즉 옛 낙동강의 모습을 재현해주면 흑두루미 무리들이 다시 이곳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희망해보게 된다.
이처럼,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정말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그 미묘한 생명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 자연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사업은 강 생태계를 완전히 망쳐놓은 최악의 악행으로서 수많은 생명들에게 엄청난 테러를 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뭇 생명들에게는 생태적 테러를 가하고 인간들에게는 녹조 독이라는 위험한 선물을 안긴 것이 4대강사업의 현주소다. 하루빨리 4대강사업을 극복해야 한다. 4대강을 이전처럼 흐르는 강으로 회복시켜내는 것이야말로 생명 가진 우리가 반드시, 꼭, 시급히, 이루어내야 할 오래된 숙제인 것이다.
그렇다. 고인 강은 썩기 마련이고, 강은 반드시 흘러야 한다.

▲흐르는 강은 아름답다. 강은 흘러야 한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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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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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소리 절로 나온, 낙동강의 귀한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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