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치고 겨울 철새들 지키고 있습니다

[세종보 천막 소식 272일] 내년 겨울 새들에게 다시 먹이를 주고 싶다!

등록 2025.01.26 11:10수정 2025.01.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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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네 번 겨울철새들을 위한 먹이주기를 진행했다. 총 160Kg의 볍씨가 공급되었고,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큰기러기(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수백여 마리가 찾아와 먹었다. 270여 일간 농성장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12월 28일 첫 번째 먹이를 공급하고 1주일 동안은 새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첫 번째 먹이가 사라진 이후 새들은 먹이를 공급했던 모래사장 인근에서 먹이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2일 탐조후 먹이를 주는 모습
22일 탐조후 먹이를 주는 모습 이경호

탐조의 계절인 만큼 지금 천막농성장에는 수많은 새들이 찾아와 월동하고 있다. 천막농성장에서 가장 정겹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큰기러기의 비행소리이다. V자 대열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면서 비행하는 기러기 소리를 아침 저녁으로 들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자체가 탐조인에게는 행복이다.

 벼를 모두 먹은 현장의 모습
벼를 모두 먹은 현장의 모습 이경호

토요일 아침 농성장을 지키며 탐조를 진행했다. 깨끗하게 비워진 먹이터를 먼저 확인했다. 몇 마리인지도 모르는 수많은 발자국이 고마움의 흔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남은 흔적을 뒤로 하고 차분히 금남교까지 하중도를 걸어 이동했다. 하중도를 걸어가며 농성장이 지킨 모래와 자갈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이곳에 살아가는 생명들은 그들의 흔적을 남겨 놨다. 삵(멸종위기야생생물 2급)과 고라니 너구리 배설물을 하중도 한복판에서 확인했다.

 삵배설물
삵배설물 이경호

아무것도 살지 않는 섬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세상의 모든 곳에는 생명이 있다. 생명들이 있는 곳에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서로 돕고 살아간다. 유일하게 이들을 해치는 생명이 바로 사람이다.

금남교에는 세종시에서 월동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큰고니를 만날 수 있다. 20여 마리의 큰고니가 현장에 있었다. 교각에 가려 전체가 보이지 않았지만 큰고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진귀한 큰고니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모든 시민들이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가진다.

 멀리 보이는 큰고니의 모습
멀리 보이는 큰고니의 모습 이경호

금남교에 도착하자마자 큰기러기 400마리가 금남교 상류로 비행을 하며 내려 앉았다. 아마도 텔레파시를 받고 온 것이 아닐까 생각 해본다. 멸종위기종 큰고니와 큰기러기를 매일 만날 수 있는 곳이 지금의 농성장이다.


 날아오는 큰기러기 무리
날아오는 큰기러기 무리 이경호

금남교까지 올라가면 터줏대감처럼 볼 수 있는 종이 흰죽지와 댕기흰죽지이다. 흰죽지는 적갈색의 머리에 흰빛의 몸을 가지고 있는 잠수성 오리이다. 전국에 흔하게 볼 수 있다. 댕기흰죽지는 전국적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정확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블랙과 흰색의 대비가 확실한 댕기흰죽지는 작은 소형오리로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자주 빛이 특징적인 새이다.

 금남보의 흰죽지
금남보의 흰죽지 이경호

 댕기흰죽지
댕기흰죽지 이경호

다시 농성장 앞에 오니 청머리오리 한무리가 있다. 눈을 돌리면 언제든 새들을 만날 수 있는 세종보의 모습은 늘 경이롭게 느껴진다.


 청머리오리
청머리오리 이경호

저녁이 되니 흰목물떼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번식기간에 울던 소리가 다시 들린다. 4월 29일 농성장을 만들고 밤마다 들리던 흰목물떼새의 번식소리다. 세월이 어느덧 흘러 다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리라 반갑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다시 봄이 올 때까지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농성장을 통해 지킨 덕에 현재 다양한 겨울철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있다. 분명 세종보가 담수되었다면 큰기러기, 큰고니 청머리오리 등의 다양한 겨울철새는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새해 복을 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필요한 시기이다. 늘 혹독한 야생의 삶을 살아가는 새들에게도 새해 인사를 보내본다. 아니 오히려 찾아오는 새들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세종보 농성장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농성장에서는 이런 새들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 이다. 격주 수요일 10시 30분 농성장에 오면 탐조를 진행하고 새들의 먹이도 줄 수 있다. 다행히 탐조프로그램이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앞으로 2월까지 새들을 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새들을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년 겨울에 새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싸워 낼 것이고 승리 할 것이다.

 걸음아 강상려라 포스터
걸음아 강상려라 포스터 보철거 시민행동
#세종보 #농성장 #겨울철새 #다시봄 #흰목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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