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콘서트’. 지난 21일 저녁 7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개최됐다.
김현성
"아는 자 말 않고, 말하는 자 몰라"
그때 나온 게 '이등병의 편지'다. 친구 입영을 배웅하며 느꼈던 걸 노래로 작곡했는데, 자신의 입대 이틀 전 녹음을 하고 논산훈련소로 입소한 것. 1년 만에 부대로 그 음반(LP)이 배달돼 왔고, 그 뒤 부대 방송 음악으로 흘러나오곤 했다.
"중대장이 불러, 대뜸 '너 가수냐' 묻더라고요. '아니요, 나도 이 음반 처음 본다'고 했더니, '주말에 틀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몇 달간 듣다 어느 날 안 들려 담당 병사에게 물었더니, '이등병(신병)들이 이 노래 듣고 운다고, 중대장이 방송 금지했다'더군요."
'이등병의 편지'는 <한겨레>가 기획한 '겨레의 노래'(김민기 총감독) 공연곡으로 선정됐다. 1990년 전인권이 녹음했다. 하지만 그가 공연에 불참, 김광석이 대신 부르게 됐다. 음반도 발표했다. 유명세를 타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OST(시나리오 감독이 지정)로 선정됐다.
영화 <헤어질 결심>(탕웨이 주연, 박찬욱 감독) OST를 알 것이다. 100여 년 전 쓰인 구스타프 말러의 아름다운 선율(아다지에토, 교향곡 5번 4악장) 때문이다. 그는 연인 '알마'(뒤에 부인)에게 바친 사랑고백 교향곡 6번 1악장(알마의 테마)이 혹평받자, 니체 말로 둘러댄 일화가 유명하다. '난 내 시대에 속한 사람이 아니다'고 했던 것. 말러는 먼 훗날 자신의 시대를 맞이했다. 훈련소로 가는 나약한 이등병, 시대의 노래로 등극한 것처럼 말이다.
그는 노래뿐 아니라 음악극도 여럿 공연했다. '1923년 간토대지진'(다큐 주제가 작곡, 2023년), '별을 스치는 바람'(윤동주, 2023년), '그 사내 이중섭'(2024년), '오세암'(정채봉 동화, 2009년), '그 여자네 집'(김용택 시, 2008년), '무소유의 노래'(법정, 2012년), '불꽃'(전태일 평전, 2023년), '홍범도 콘서트'(2025년 출연 노래) 등. 저서로는 시집 3권(1집 <그대 어서 와 그리움 나누고 싶다>(1997년)과 2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2001년) 등) 노랫말 창작 이야기를 담은 <오선지 위를 걷는 시인들>(2003년)이 있다.
이 밖에도 그는 레코드사 예당(최성수 소찬휘 녹색지대 등 음반 제작) 제작팀장, 가톨릭 음반사 '성바오로 딸' 음반작업(수녀들 음악 훈련 뒤 발매), 조계사 연등축제기획위 노래 제작(2006년부터 16년간), 월간 샘터 '시노래 이야기' 연재(1년여), 윤도현·백자·손현숙 등의 노래 훈련이나 무대 출연지원(그는 '곁에 두다'라 표현) 등의 활동을 해왔다.
"가난했지요. '이등병의 편지'를 내고 군 복무 중인데, 같이 활동했던 장필순이 잘나간다는 소식을 접하니, 서글퍼지더라고요. 155밀리 포신을 닦고 있는 내 처지가. 30대 중반까지 변변치 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돈 없는 건 별문제 아니었어요. 차비만 있으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가 여주에 이주한 건 2002년. 제주로 가려다 가족 반대로 포기했다. 처가가 여주(흥천면 효지리)에 있어 내려왔다. 새집을 지어 처가(낡은)와 합쳤다. 마당 있고 한적한 삶이 좋았다. 매일 출근하는 일이 아니어서 수월했다. 그는 부인과 아들 둘을 뒀다. 큰 애는 아버지를 따라 음악을 하고 있고, 둘째는 배드민턴 선수를 하다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다.

▲‘그 사내 이중섭’ 음악극 공연. 2024년 10월 박재동 갤러리.
김현성
나약한 이등병, 그 '시대의 노래'
"장인과 함께 사니 불편한 게 좀 있어요. 묘목을 심으면 사라지는 거예요. 장인이 다른 데 옮겨심는 거예요. 저는 꽃 피는 나무를 심고 싶은데, 장인은 열매 달리는 걸 원했어요. 항아리 정원 장식도 하고 싶은데, 왜 그걸 돈 주고 사냐며 반대하기도 하고."
여주 지역사회 활동으론 이항진씨가 시장할 때 '시가'(시 노래)를 작곡했다. 전 시가가 일제 부역자가 만든 것이라 바꾸게 된 것.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여강 등 지역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 고향 파주에서는 시가 2020년 국비 21억 원을 들여 '이등병 마을, 편지길 조성사업'을 추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지지부진한 상태.
그는 요즘 뮤지컬(가제 이등병의 편지)을 준비하고 있다. 80년대 상황을 담은(스냅사진처럼 보여주는) 작품. 한데, 필요한 자금 4억 원이 준비되지 않아 못 올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역사 인물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음악극·뮤지컬을 더 해보려고 한다. 동화나 소설, 그리고 시집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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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들이 이 노래 듣고 운다고 방송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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