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병기
김 전 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3개월여가 지난 시점인 2023년 8월에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파시즘' 초입... 망치 들고 반대세력 패고 있다" (https://omn.kr/25icc)고 일갈한 바 있다.
이번에 만난 김 전 관장은 "파시즘의 말기, 독일로 치면 2차 대전에 패망해서 히틀러가 자신의 애첩과 함께 수상 관저 지하실에서 자살하기 직전 상황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히틀러의 권력은 종언을 고했는데, 그런 비극적이고 불행한 사력을 2000년대 대한민국 위정자가 모방했다"고 해석했다
"헤겔이 말했죠. 역사는 되풀이 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우리는 그간 많은 비극을 겪었는데요, 이제 정상으로 발전할 시점이죠. 12.3 쿠데타 양상을 보면, 윤석열은 마치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있냐'고 허튼 소리를 합니다. 망상에 사로잡힌 빈 깡통이 구상한 한 편의 희극 드라마, 사실 비극성 희극 드라마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호처를 동원해 법원의 체포영장을 막았고, 그의 추종자들은 서울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백골단'을 국회로 들이고, 폭동을 '성전'으로 비유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있다. 김 전 관장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승만 시대에 백색테러를 자행했던 서북청년단과 대동청년단, 박정희 시대의 중앙정보부, 전두환 시대의 백골단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 전 관장은 "혹독한 일제 강점기에도 '일왕 만세'를 부르고, 창씨 개명을 하고, 손가락을 잘라가면서 일본군이 된 반역자들, 언론계에 기레기가 있듯이 우리 사회 도처에 인간 쓰레기들이 있었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근저에서 서식하는 형이하학적인 잡배들을 보면 하나같이 인간의 탈을 쓴 사람이 아니라 현대사의 쓰레기들"이라고 일축했다.
"참, 한심하고 얼빠진 언행들을 보면서 우리 보수 세력의 종말이 이런 식인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시대탐구② : 새 역사] 키세스단과 의열단... "신채호 정신"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봉을 들고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했다.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으로 간 농민단체의 손을 잡아준 것도 젊은이들이었다. 영하의 날씨에 차디찬 아스팔트 광장에서 은박지를 뒤집어쓰고 버틴 '키세스단'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용기와 위로를 받았다. 후대의 사가들은 이들을 어떻게 기록할까?
김 전 관장은 "서부지법 폭동 사건에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한 것을 보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자들은 무단 정치 때에도,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청년들이 애국, 독립을 위해 광복군과 의열단에 가입해서 피흘리며 투쟁하며 역사를 지킨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관장은 이어 "무고한 유대인들을 죽인 나치 집행관들은 하나같이 히틀러나 아이히만이 시켜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최근 윤석열의 지시에 따른 군 사령관이나 정부 요직에 있는 사람들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역사는 나치를 엄단했고, 지금 '양의 탈'을 쓴 윤석열의 잔당들도 엄단해야만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할까? 김 전 관장은 "신채호 정신"이라고 단언했다.
"바르게 살고, 바르게 쓰고, 바르게 행동하는 단재 신채호와 같은 삶이죠. '필부유책' (匹夫有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책임은 권세가 높은 사람,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필부'들, 즉, 소시민, 일반시민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의 책임이라는 말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의 책임은 시민에게 있습니다."
김 전 관장은 "현대에 와서 역사를 가르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특히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역사 관련 정부의 기관장에 뉴라이트 계열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내가 평전을 썼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고, 최근에 단재 신채호 선생을 주역으로 한 첫 소설인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를 펴낸 것도 좀 더 일반 독자나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서적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 "사실 90%, 가공 10% 실록 소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최근에 낸 첫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를 들고 있다.
김병기
김 전 관장은 "이 책은 90%의 사실과 10%의 가공이 들어간 실록소설"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 다음과 같이 썼다.
"단재 신채호 평전(2005년)을 쓴 바 있고, 단재 신채호 전집(1995년)을 출간한 적도 있고, 논문도 몇 편 썼고... 그럼에도 여전히 다 담지 못한 사연이 켜켜이 쌓였다. 활자나 문장 너머에 있는 단재 선생의 생각과 모습을 찾고 싶은 욕망도 그만큼 쌓였다. 러시아, 만주, 대만을 거치는 긴 망명 기간, 8년여의 혹독한 감옥살이라는 '문자 없는 공간'을 메우고 싶었다. '전집'과 '평전'의 주석 대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싶었다."
김 전 관장은 "감히 역사를 들먹여서는 안 될 자들까지 자신의 행위를 역사에 맡기겠다는 따위의 말을 곧잘 하는 데, 역사는 그렇게 만만한 쓰레기통이 아니다"면서 "독재자들의 행위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자들, 역사와 민심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은 반드시 역사의 필주(筆誅. 남의 허물이나 죄를 글로 써서 꾸짖음)를 받고 하늘의 징벌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채호 선생은 평생을 반제·반봉건·반식민 투쟁의 전위가 되면서도 '그 이후'를 대비하여 무강권·무지배·무착취의 아나키적 이상을 추구했던 사상가"라며 "온갖 역경 속에서도 청고한 기품과 기상을 잃지 않으면서 엄숙하고도 순정한 노력으로 언론·사학·독립운동에서 일가를 이루고 사생활이 근검하고 엄결하여 선비의 환생을 보여주신 분"으로 평가했다.
김 전 관장은 "인간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면서 다음과 같은 말로 맺었다.
"을사년인 올해는 단재 선생이 가장 비통하게 여겼던 을사늑약의 이주갑(을사 늑약 120년) 되는 해입니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이 때문이 유래가 됐는데, 지금 또 다른 을사 역적들에 의해서 민주 헌정이 짓밟히고 있죠. 당시의 치욕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신채호 정신으로 국민이 깨어 있고, 더불어함께 사는 세상, 정의가 살아있는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삼웅 전 관장은 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주필, 제7대 독립기념관장, 성균관대학 겸임교수, 민주화 명예회복과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제주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친일반민족행위진상조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현)를 맡고 있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
김삼웅 (지은이),
달빛서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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