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생활 당시 문제가 되었던 최인훈의 <광장>
문학과지성사
줄거리
명준은 아버지가 월북하고 난 뒤 아버지의 친구인 변선생의 후의로 그 집에 더부살이한다. 그 집 아들딸인 태식·영미와 가깝게 지내며 시도 쓰고 많은 독서도 하지만 남한의 현실정치에 대해서는 깊은 환멸을 느낀다. 어느날 명준은 경찰서 사찰계 형사의 부름을 받고 가서 취조당한다. 남로계 공산주의자로 월북한 뒤 북쪽에서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던 그의 아버지가 최근 대남방송에 자주 나오고, 이것이 남한 치안당국자들의 비위를 거스른 것이다.
명준은 형사로부터 고문과 폭행을 당한다. 두 차례에 걸친 육체와 정신의 고통스런 경험으로 만신창이가 된 명준은 영미의 소개로 사귀게 된 윤애를 찾아 인천으로 간다. 여름방학을 윤애의 집에서 보내는 동안 명준은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지만, 알 수 없는 윤애의 순결 콤플레스와 채워지지 않는 지적 갈증으로 희열과 번민의 수렁 속에서 방황한다.
어느 날 인천부두의 선술집 주인으로부터 북으로 가는 배편이 있다는 제의를 받고 그는 아버지의 나라로 갈 것을 결심한다. 북에 가서 만난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재혼하고 전형적인 중류부르주아의 안락한 생활을 누리며 살고 있다. 북은 무거운 공기에 짓눌린 잿빛 공화국이었다.
명준은 아버지의 주선으로 노동신문의 편집기자가 되지만, 작성한 기사가 번번이 간부들의 지적과 비판을 사게 된다. 남만주에 있는 조선인 쿨호즈를 방문하고 쓴 기사는 동료와 간부들로부터 개인주의적이고 소부르주아적인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드러낸 기사라는 지적을 받고 자아비판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명준은 신문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직접 노동현장에 가기로 결심한다.
그는 야외극장 건설공사에 인부로 지원하여 작업하던 도중 실족으로 부상당한다. 병원에 입원한 명준은 단체로 병문안 온 국립극장 소속 무용단원들 중 은혜를 알게 되어 윤애 이후로 다시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북으로 온 이후 줄곧 그를 괴롭히던 사회에 대한 환멸과 비판의 고통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명준은 날이 갈수록 은혜에게 집착한다.
그는 윤애에게서 느끼지 못하던 따뜻함과 편안함을 은혜에게서 느낀다. 그러나 은혜는 명준의 끈질긴 반대와 설득을 물리치고 모스크바 순회공연의 일원으로 평양을 떠나고 만다. 명준은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없으리라는 강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6.25가 터지고 이제는 정치보위부 간부가 되어 서울로 입성한 명준은 우연히 간첩혐의로 잡혀온 태식과 조우하게 된다. 태식은 소형 카메라로 시내의 여러 시설물들을 촬영하고 다니다가 붙잡힌 것이다. 두 사람은 예기치 못했던 서로의 변신에 당혹해간다. 그러나 명준은 과거 자신의 은인의 아들인 태식에게 무차별 구타를 가하고, 지금은 그의 아내가 되어 면회 온 옛 애인 윤애를 겁탈하려고 덤벼든다.
철저한 악한이 되어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던 그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에 허물어지고 만다. 태식과 윤애를 몰래 도망시켜준 명준은 낙동강 전선에 배치명령을 받는다. 전황은 날이 갈수록 인민군에게 불리하게 전개된다. 날마다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던 낙동강 전선에서 명준은 뜻밖에도 은혜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는 명준을 만나기 위해 간호병으로 자원해 내려온 것이었다.
그들은 동굴 속에서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은혜의 몸을 안으면서, 명준은 사랑만이 자신을 구원할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명준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음을 수줍게 고백하면서, "죽기 전에 부지런히 만나요, 네?" 하고 속삭이던 은혜는 이튿날 전사하고 만다.
명준은 포로가 되어 거제수용소에 갇힌다. 판문점에서 송환심사가 시작되었을 때, 명준은 남도 북도 아닌 제3국행을 선택한다. 그가 보고 겪었던 두 사회는 모두 환멸과 절망만을 깊이 각인시켜주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구원이라고 믿었던 사랑마저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양쪽의 끈질긴 설득과 회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준은 인도로 가는 선박 타고르 호에 몸을 싣는다. 명준은 타고르 호가 인천항을 떠날 때부터 줄곧 자신을 따라오던 두 개의 눈동자를 의식한다. 그리고 그것이 '배 주위를 선회하면서 계속 따라오던 두 마리의 갈매기'임을 알게 된다. 크고 작은 두 마리의 갈매기는 마치 은혜와 자신의 딸의 모습처럼 보인다. 타고르 호가 남지나해를 지날 때 명준은 크레파스보다도 진한 바다로 뛰어든다. (주석 1)
주석
1> 임헌영·김재용 편, <한국문학명작사전>, 215~217쪽, 한길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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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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