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 90년대 미국 신시네티 백남준 공장에서 작업하는 모습(전시장에 전시된 사진)
김형순
백남준은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칼 솔웨이 갤러리에서 조수들과 함께 전자 로봇 등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는 대부분 그 당시 작품이다. 작업 현장과 공정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이번 전시가 소중하다.
의인화된 그의 로봇은 10년 이상 이어졌다. 백남준식 전자 '인물화'다. 그 주인공에는 국경이 없다. 허균, 장영실, 선덕여왕, 정약용, 보이스, 무어먼, 케이지, 칭기즈칸, 고흐, 다빈치, 갈릴레오, 콜럼버스, 다윈, 모차르트(아래 슬라이드) 등 끝이 없다.
백남준은 여기서 테크놀로지의 인간화를 강조했다. 기술의 노예화가 아니라 이에 대항하는 기술로서, 기계와 야합하지 않는 기술로서의 전자 예술을 천명했다.그렇지 않으면 기술이 '자연정복론'이나 '기계지상주의'의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1989년 절정기, 프랑스 혁명가 제작

▲ 백남준 I 프랑스혁명 200주년 전자 로봇 혁명가 '로베스피에르('왼쪽)와 '장 자크 루소' 1989
김형순
이런 가운데 1989년 백남준은 로봇 전성기를 맞는다. 마침 그해가 프랑스혁명 200주년이었다. 당시 '미테랑' 정부는 이 경사를 위해 날로 명성이 높아가는 백남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이 전시는 파리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뒤에는 '뒤피(Dufy)' 회화(제목: 전기요정)과 그 앞에는 8명의 프랑스 혁명가(제목: 전자요정)를 선보였다.
혁명가 이름마다 부제가 붙었다. '장-폴 마라'는 <암살>, '루소'는 <노자 자연>, '구주'는 <프랑스 여성>, '당통'은 <웅변>, '디드로'는 <여씨춘추(백과사전)>, '볼테르'는 <이성과 자유>, '다비드'는 <문화혁명은 예술혁명을 전제로 한다>,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은 폭력을 정당화하느냐>다.
8명 혁명가에 대한 백남준의 한 줄 단평이다. '마라'는 온건파에 암살당했고, '루소'는 서양의 노자로 봤고, '구주'는 프랑스 자국인조차 모르는 여성 혁명가로 백남준이 발굴했다. 그녀는 여성 참정권, 흑인 노예 반대, 여성 이혼권 등을 옹호했다.

▲ 백남준 I '진화 혁명 결의(프랑스혁명 200주년)' 전자 로봇(8개) 석판화로 재제작 1989
김형순
웅변가 '당통'은 왕당파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했다. '디드로'는 백과사전파다. 그러나 백남준은 중국엔 이미 2000년 전에 백과사전 있었다며 서구 문명의 후진성을 꼬집었다. '다비드'가 설파한 '문화는 예술로서만 꽃피울 수 있다'는 주장엔 동의했다.
특히 '로베스피에르' 위에 백남준이 적은 문구가 눈에 띈다. "혁명이라고 폭력이 다 미화될 수 없다". 세계 민주화의 근간이 되는 자랑스러운 사건인 프랑스대혁명 그러나 백남준은 과연 혁명이라고 해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묻는다. 한국은 2016년 '촛불혁명'에서 자랑스러운 비폭력성을 증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마라' 로봇에는 중간중간에 한국의 정치인 '이승만, 김구, 여운형, 박헌영, 조만식' 등 이름이 적혀 있다. 국내 해방공간 속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죽는다' '바보' 같은 문장과 단어가 뒤섞여있다. 당시 한국 정치의 저속함을 비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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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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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사이버네틱스'로 인간화한 '전자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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