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이해하는 또다른 방식

공간도 자본의 욕망이 지배한다

등록 2025.01.30 12:18수정 2025.01.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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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관해 의미 있는 고민을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다. 20년 전, 시골에 집을 지으려고 건축 공부를 조금 해보니 퍽 재미있어서 이후 꾸준히 건축과 건축가에 관한 책을 읽었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렌쪼 피아노, 프랑크 게리, 미스 반 테어로, 안도 타다오 같은 건축가와 그 작품들을 찾아보고, 바우하우스와 모더니즘, 미니멀리즘 건축에 관해 여러 자료를 찾아 보고, 한국에 있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 근현대 건축 이론과 건축물이 곧바로 '공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유명 건축가들이 말하는 크고 작은 건축물의 건축 디자인과 해석이 내가 고민하는 '공간'과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공공 건축물의 경우, 건축물이 있는 입지, 랜드마크, 건축물의 기능,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 건축물의 공공성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같은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물론 '공간'에 관한 고민의 일부겠으나, '공간'의 본질을 파헤치는 시각은 아니었다.

먼저, '공간'과 '건축'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건축'은 특정한 '공간'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기는 하지만, '공간'을 해석하지는 않거나 못 한다. 건축가는 추상적 '공간'을 '구체적 공간'으로 채운다. 즉, 추상성을 구체적 물성으로 구현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게 되고, 이때 '공간'은 본래의 '공간'과 완전히 다른 개념, 다른 의미로 드러난다.

안도 타다오는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사람으로, 그가 최초로 설계를 의뢰받아 지은 단독 주택 '스미요시 나가야'는 '도시에 대하여 어떤 시선을 가진 건축, 도시에 말을 건네는 건축'이라는 개념으로 지었으며, 역시 최초의 상업 건축물인 '로즈 가든'은 '건물 속에 또 하나의 거리'를 만드는 개념이었다. '로즈 가든'과 가장 비슷한 건물이 인사동에 있는 '쌈지길' 건물이다.

승효상은 '건축'을 '삶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며 '사는 방법'을 만드는 거라고 했다. 그는 '좋은 건축'을 위한 세 가지 기준을 말하는데, '합목적성', '시대를 반영', '건축과 장소의 관계'라고 했다. 정기용은 '인간과 공간은 분리할 수 없으며, 공간은 외적인 대상물도 내적인 체험도 아니다. 인간과 공간은 따로따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적을수록 좋다'고 했으며, 바라간은 '침묵과 정적은 건축의 본질'이라고 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빛 아래 자태를 드러내는 매스들의 교묘하고 정확하며 장엄한 유희'를 건축이라고 정의했다. 조성룡은 '우리의 삶이 더 이상 변질되지 않는 방법은 그 삶을 담아 갈 공간과 장소를 제대로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했다. 김인철은 '일상과 유리된 건축은 조형물일 뿐 건축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건축이 건축다우려면 일상의 범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하는 이유는 '새삼스럽지 않은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 그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그로부터 새로움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오 폰티는 '전문직으로서의 건축은 기능면에서, 기술면에서, 생산면에서 그리고 경제면에서 내일의 사회에 반드시 봉사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물리적 생활면 - 공기, 태양, 건강, 신체적인 보조, 일 - 에서 그들의 필요와 행복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인간의 형태에 관한 지각 - 통일성, 질서, 본질성 - 그러한 면에서 그들의 지성을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고 했다.


건축가들이 저마다 시대에 따른 건축물의 특징, 개념, 이념을 부여하고, 해석해서 건축물과 인간, 건축물과 역사, 건축물과 공간에 관한 이론을 펼치지만, 나는 그런 이론들이 대개는 '건축'이라는 큰틀 내부에 머물러 있는, 근본적 한계를 지닌 이론이라는 생각을 했다. '건축'보다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개념과 이론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공간'에 관해 스스로 깨닫는 점이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군' 단위 지방 정부로, 인구가 약 12만 명에 불과하다. 군청이 있는 읍소재지 인구가 그 절반에 가까운 5만여 명이고, 또 다른 지역이 약 3만여 명으로 두 개의 지역에 8만, 9만여 명의 인구가 집중되어 있다. '면' 단위에 사는 인구는 평균 5천 명이 안 되는데, 3만여 명이 사는 면과 1만여 명이 사는 두 개의 '면' 말고는 인구가 매우 적다.


인구 5만여 명이 사는 읍소재지는 군청을 비롯해 관공서가 다 있고, 상가가 밀집해 있으며, 최근에는 아파트가 마구 들어서고 있어 구시가지와 아파트 단지가 뒤엉켜 있다. 수 천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당장 도로 정체와 주차 문제가 심각하고, 편의 시설이 부족한 게 눈에 들어왔다.

시골의 읍, 면 지역에 가로수, 작은 공원, 화장실, 걷는 길, 도로 곳곳에 벤치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도시를 주민의 시선으로, 주민이 편하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면서 '작은 공원'과 시골 곳곳에 들어서는 크고 작은 '카페'를 연결해 생각했다. '카페'는 대도시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카페'가 편의점보다 많아지는 현상의 핵심에는 도시에 쉴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생각의 객관적, 합리적 근거를 찾으려고 책을 찾아보다 우연히 이무용 <공간의 문화정치학>을 발견했다. 이 책에서 '공간담론의 역사는 철학, 건축학, 사회학, 지리학 분야를 중심으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전개되어 왔다'며, '공간담론의 최근의 흐름들은 물리적인 공간과 사회적 주체 간의 관계를 고려하는 움직임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따라서 사회공간은... 사회적으로 '생산된' 공간이며 (재)생산을 둘러싼 다중적인 사회관계들이 상호 교차하고 중첩되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러한 사고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축적 위기의 공간적 해결을 통해 공간 차별화가 지속되는 과정에 주목하는 '공간정치경제학'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구체적인 공간형성과 공간생산의 다차원적인 경로를 규명하면서, 공간을 둘러싼 권력 관계와 갈등 관계를 파헤치는 '일상생활 공간론'과 '포스트모던 공간론' 등으로 논의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주장을 읽고, 이어서 앙리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에서 '공간'이 갖는 철학적, 역사적 개념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을 '물리적, 정신적, 사회적' 공간으로 구분하고, 공간의 헤게모니가 곧 자본주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예전부터 '진화'를 공부하면서, '진화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관련 책을 읽었는데,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심리학'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공간', '심리학', '뇌과학'을 결합한 '공간심리학'은 기존의 건축 공간이 갖는 의미를 진화심리학, 뇌과학을 이론틀로 삼아 해석하고 있다. '공간과 건축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건축을 탐색'하는 학문으로 '신경건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도 등장하고, '환경이 인간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과 행동을 관찰하는', '환경심리학'도 등장했다.

이진경은 그의 박사논문 <근대적 주거 공간의 탄생>에서 '공간사회학'을 소개한다. 1903년에 짐멜이 출판한 <공간의 사회학>에서 '공간의 배타성', '공간적 경계', '거리와 이웃관계', '장소의 이동'과 같은 공간적 현상이 야기하는 사회적 효과를 검토'했다고 말한다.

이진경은 저서에서 중세 이후 주거 공간은 사회적 공간과 사적 공간으로 분리되면서 점차 내밀하고 개인적 공간이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왕족과 귀족을 위한 주거 공간은 일찍부터 건물의 형태와 배치를 통해 그들의 권력과 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분화했지만, 중세 이후 시민 계급의 등장으로 '중간 계급'의 주거 공간은 이전까지 분리되지 않았다가 점차 침실과 거실, 주방 등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이 등장하는 과정을 공간을 통해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극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공간'은 자본주의 체제가 시작하면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노동자 계급의 '주거 공간'이다. 자본가는 상품 생산을 위해 노동자의 '노동력'이 필요하고, 노동자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노동자들이 한 곳에 모여 살도록 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한 모든 국가에서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은, 초기 노동 계급의 주거 형태는 빈민가, 슬럼 지역이었으며, 노동자들은 좁고, 냄새 나고, 어두운 곳에 밀집해 살았다. 노동자의 주거 환경이 처참한 상황으로, 인간 이하의 생활 수준이라는 건 자본주의 초기 어느 국가에서나 공통된 현상이었고, 이런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공상적 사회주의자 푸리에가 제안한 집단 주거 시설-아파트-이 처음 나타나고, 지금 우리가 '아파트'라고 부르는 2층 이상 높이 건물의 집단 주거 시설을 처음 제안한 건 이후 공산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이 밀집 주거 시설을 건축하고, 확대하는 시도는 실패했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으나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 유럽의 노동자 계급의 사고방식과 삶의 형태는 집단 주거 시설에 맞지 않았고, 집단 주거 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이진경은 노동자 계급이 '주택' 또는 '주거 공간'을 확보하려는 역사적 과정 또한 계급투쟁의 일환이었다고 말한다.

'공간'의 문제는 -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유화'와 '계급의 문제'로 환원한다.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에서 자본주의 체제인 경우, 생산력이 발달하면 자연스럽게 전체 '부'는 증가하는데,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반면, 노동자는 더 가난해진다고 말하고, 그 원인이 '토지 사유화'에 있다고 단정한다. '공간'의 문제는 정확히 '토지 사유화'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이며, 우리가 '공간'의 문제를 인식한다는 건 곧바로 '토지 사유화'의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자. 도시에는 드물게 공원이 있다. 공원은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원을 이용할 수 있으며, 공원은 국민(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공원에는 오솔길도 있고, 작은 연못도 있으며, 산책길, 놀이터, 꽃밭, 운동장, 체육 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있고, 시민은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 모든 걸 쓸 수 있고, 활용한다.

크고 작은 공공 도서관은 도시와 지방 도시에 있다. 정부(지방 정부 포함)는 도서관을 짓고, 세금으로 책을 구매해 시민에게 대여한다. 도서관에는 복합 문화 공간이 있어 시민들이 언제나 편하게 들러 책도 읽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공원과 도서관은 물론, 도시는 '구' 단위로, 지방은 '면' 단위로 주민을 위한 복지 시설을 만들어 지역 주민이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한다. 수영장, 헬스장, 목욕탕 등 복지 시설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당연히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전국에 수 없이 많은 '카페'는 어떨까? 커피나 음료를 파는 '카페'는 왜 정부(지역 정부 포함)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걸까. '카페'의 본질은 커피나 음료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판매하는 데 있다. 도시는 물론 도시가 아닌 지역에 있는 카페의 위치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형 카페들이 자리 잡은 장소는 교통이 편리하거나, 경관이 뛰어난 곳이 많다. '카페'는 이 공간을 사유화 한다.

최근 밝혀진 새로운 사실이 있는데, 서울 외곽과 지방에 있는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재산을 상속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즉, 경관이 좋거나, 교통이 편리한 곳에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지으면,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몰려들어 돈벌이가 잘 되는 한편 합법적으로 아주 적은 상속세를 내고 재산을 상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니, 초대형 카페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카페가 음료나 빵을 판매하는 것보다 '공간'을 판매한다는 건, 도시와 시골에서 다른 현상으로 나타난다. 도시에 있는 카페는 두 가지 형태인데, 커피를 포함한 음료를 싼 값으로 포장 판매(테이크 아웃)를 전문으로 할 때, 매장 공간은 아주 좁아도 된다. 포장 판매 전문 카페는 손님이 카페 내부에 머무르기 보다는 음료를 포장해 가기 때문에, 공간이 좁아도 되고, 음료 값을 낮게 책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카페는 '공간의 사유화'와 직접 관련이 없고, 존재 목적이 음료를 판매하는 데 있다. 도시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카페 공간을 보유하면, 음료 값은 당연히 포장 전문 카페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본 음료 값이 포장 판매 전문 카페와 비슷하다면 그건 카페끼리 경쟁하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크고 작은 카페가 밀집해 경쟁이 치열한데, 규모가 있는 카페는 기본 음료(여기서는 '아메리카노'라고 하자) 값을 비슷하게 하면서 고객을 유입하는 미끼 상품으로 쓴다.

도시에 카페가 많은 이유는, 인구가 많은데 그들이 편안하게 앉아 쉬면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제공하는 휴식 공간 - 공원, 문화센터, 도서관, 복지관 등 -은 몹시 제한적이고, 절대 부족하다. 따라서 도시의 시민이 필요한 공간을 '자본'이 채우는데, 이때 '자본'은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편안한 공간을 빌려주고, 대신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빵, 케익, 과자 등을 판매한다. 이때 '이윤'은 공간을 빌려주는 시간보다 음료와 빵 등을 팔아서 얻는 수익이 더 커야 한다. 카페의 음료와 빵, 케익 값이 비싼 이유가 여기 있다.

카페를 찾는 사람은 음료를 주문하고 그 공간에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거나,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 놓고 일(공부)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밖에서 업무에 필요한 사람을 만날 때도 주로 카페에서 만난다. 카페는 학교, 도서관, 사무실의 역할까지 한다. 이런 유사 기능은 카페의 본래 목적이나 의도는 아니지만,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활용성이다. 사람들이 카페를 '사회적 기능'으로 쓰면 쓸수록 카페 공간은 개인에게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앞서 언급한 도시 안의 공원과 도서관 등은 '공간'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가능하며,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나서서 시민을 위한 건축 공간을 마련하는 걸 '공공건축'이라고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건축물을 만들 때, 그 건물의 용도, 기능에 따라 시민의 편의를 높이고, 시민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건축이 설계, 완공된다. 국공립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며,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대형 공공 건축물은 시민의 편의를 강화한다.

사유지라 해도, 건물을 신축, 증축할 때 정부,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토지 소유주가 해당 공간을 완전하게 소유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도시는 토지 가격이 높아, 토지 소유주는 토지를 최대한 넓게 쓰려 한다. 이때 지방정부는 도시 전체의 공간을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므로, 사유지라 해도 '용적율'과 '건폐율' 같은 법적 장치를 통해 사유지의 일부를 공공의 영역으로 만들게 된다. 즉, 사유지에 세워지는 빌딩의 용적율을 줄이는 대신, 건폐율을 높여주면서, 땅의 일부를 공원으로 만들거나, 시민에게 개방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토지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공유 공간을 확장하는 시도는 지방정부에서 당연히 해야 할 사업이지만, 토지의 공공성 확보와 '공간'의 사유화는 비슷하면서 별개의 문제다. 즉, 토지 사유화가 지속하는 한, '공간의 사유화' 역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이 어떤 공간에 머물고 싶을 때, 그 공간에서 음료를 비롯해 무언가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은 공간이 사유화 되었음을 의미한다. 때로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상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고, 온종일 앉아 공짜로 책을 읽을 수도 있는데, 이런 단편적 현상이 있다 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상업 공간(사유화 된 공간)은 소수의 개인이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업 공간에 들어오는 수 많은 사람들은 구경만 하고 나갈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은 소비자가 되어 그 공간에서 일정한 소비를 한다. 대형 쇼핑몰, 백화점, 카페, 서점 등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 또는 서비스를 구입하려고 그 공간에 들어가며, 특정 공간은 소비자에게 가장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페 공간 역시 카페를 찾는 소비자에게 적당한 공간이며, 소비자는 그 공간에 머무는 동안 음료 또는 빵, 케익 등을 소비하며 공간을 점유할 권리는 갖는다. 핵심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카페 공간의 사유화가 당연하면서도, 시민이 필요한 '공간'에 공공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공공 공간을 확대하는 방안이 없는 건 아니고,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시간이 걸리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공간의 공공성 확보'에 관한 담론은 그리 흔하게 거론되는 내용도 아니고, 정부(지방정부 포함)는 '공간의 공공성'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공공 건물과 공공 '공간'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효과로 나타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공공 공간'을 확대하는 비용은 국민의 세금이어서, 복지 관련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반면, '공간의 사유화' 현상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그대로 두면, '공간'을 점유하려는 경쟁을 통해 '공간'의 서비스가 향상되어 시민의 편의가 높아진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공간의 사유화'는 당연히 경쟁을 통해 결정되지만, 헨리 조지가 말한 것처럼, '토지의 사유화'를 바탕으로 하는 불로소득자가 존재하고, 그 토지 위에 세워진 건물의 공간을 임대사업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인데, 이때 임대사업자 역시 대형 프렌차이즈가 절대 우위의 강점을 갖고 있으므로, '공간'을 점유하는 건 결국 대자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자유 경쟁을 통한 '공간의 사유화'는 시민의 공간 점유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를 만든다. '공간'을 점유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조건이 붙게 되면, 그 공간에 들어가는 사람은 소비자로서만 가능할 뿐이다.

국가 재정이 늘어나면 국민(시민)을 위한 서비스가 더 다양하고 좋아지는데, 대표적인 예가 버스정류장이다. 과거 표지판만 있던 버스정류장일 때는 비, 바람, 추위를 막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나라와 국민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 버스정류장은 최첨단 시설로 바뀌었다. 비바람을 막는 건물은 물론, 냉난방이 되고, 버스시간표가 실시간으로 보이며, 긴 의자는 온열 장치가 되어 있어, 한겨울에도 춥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을 '공간사유화'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버스장류장 공간을 임대 또는 매입해 사유화 한 개인 또는 기업은 '버스정류장'에 냉난방 시설을 하면서 시민에게 돈을 받는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유럽에서 거리에 있는 화장실을 쓸 때 돈을 내고 써야 한다는 건 어떻게 봐야 하는가? 거리의 공공 화장실을 쓸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것과 버스 정류장을 이용할 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같은 개념이다.

도시에서 카페 공간이 '사유화 공간'의 대표적 예라면, 시골(비 도시지역)에서 '공간의 사유화'는 유원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주로 계곡을 끼고 있는 공간은 거의 모두 지방정부나 국가가 소유, 관리하는 하천 부지에 해당한다. 계곡 옆의 공간에 건물을 짓고, 음식을 파는 식당은 엄연히 법을 어기고 있다. 계곡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공간이다. 이 공간을 불법으로 점유하고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당연히 불법이며, 시민의 권리를 방해하는 행위다. 특히 도시에서는 공간을 개인이 점유하려면 일정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시골의 계곡은 무단 점유로 이윤을 더 크게 가져갈 수 있으니, 무단 점유에 관한 비용을 지방 정부가 회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공간의 사유화'를 해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나 대안은 있을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그래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하다. '공간의 사유화'는 곧바로 부동산의 국유화와 대립하는 명제가 되며, 이는 자본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토지 공유화, 토지 국유화를 통해 국가가 토지 소유자가 되면, '토지 사유화를 통한 불로소득'이 사라지고, '공간'은 임대를 통한 계약 사유화를 통해 지금처럼 개인 또는 기업이 '공간'을 점유한다 해도, 거기서 발생하는 임대 수입을 정부(지방정부)가 확보할 수 있고, 그 수입은 다시 시민의 복지 예산으로 쓰이게 되므로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공간의 공유화'가 제한적이긴 해도, 시민은 도시의 공간에서 공공의 공간, 시민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고, 그건 시민의 권리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이용하는 도시의 '카페' 공간이 본질은 '공간'을 사유화 하는 경제적 논리와 잇닿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카페' 공간을 이용하는 개인이 지불하는 비용은 결국 대부분이 노동자인 시민이 받는 임금에서 지불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참고 서적
안도 타다오, [나, 건축가 안도 타다오], 안그라픽스
지오 폰티, [건축 예찬], 열화당
승효상 외, [건축이란 무엇인가], 열화당
앙리 르페브르, [공간의 생산], 에코리브르
세라 골드헤이건, [공간 혁명], 다산사이언스
이진경, [근대적 주거 공간의 탄생], 그린비
헨리 조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공간 #공간사회학 #공간심리학 #공간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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