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정권과 정치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주장] 공공기관의 정치적 낙하산 인사 방지와 경영평가제도 전면 개편을 위한 제언

등록 2025.02.03 09:26수정 2025.02.03 14:35
0
원고료로 응원
기획재정부는 2025년 1월 21일 공기업 31개, 준정부기관 57개, 기타공공기관 243개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정부 수입액이 기관의 총수입액의 50%를 초과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스포츠윤리센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처음으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고 만성적인 적자상태인 석탄공사는 기타공공기관으로, 한국수목정원관리원과 재정정보원이 기타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유형이 변경되었습니다. 앞의 두 공공기관 유형의 변경기준 중의 하나인 정원이 300명 이상으로 증가하여 준정부기관으로 유형이 변경되었을 것이고, 주무부처인 산림청과 기획재정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다가 내년부터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두 기관은 올해까지 미국 야구의 마이너리그에서 경기하다가 내년부터 메이저리그로 격상을 한 것과 같을 겁니다. 두 기관의 임직원들은 좋아할 일이겠지만 아마도 내년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할 부담을 느끼고 있으므로 승격을 그리 반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1960년대부터 경제발전을 위하여 철도, 고속도로, 항만, 공항 및 발전, 수도 등 국가기반시설 등을 조성하고 운영하였으며 부족한 민간자본을 충당하려고 금융, 기금 등을 통하여 산업을 진흥하는 경제적인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공기업의 산업진흥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문화, R&D, 보건의료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 신설되었습니다. 박정희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제조 및 금융 등 민영화를 추진하였고 우리가 지금도 다 알고 있는 한국통신이 KT로, 담배인삼공사가 KT&G로, 포항제철이 민영화되었으며, 현재 국민은행 등도 시중은행으로 변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민간자본이 부족하던 시기에 경제발전의 주축이 되었고 정치적인 민주화 이후에는 복지, 정보화, 문화 시대 등에서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적인 역할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정부에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고질적인 비효율성 문제로 인하여 구조조정, 혁신, 선진화, 정상화의 개혁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임원선임은 더 이상 정치적 낙하산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하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무총리에서 다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대행이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 3명 중의 2명을 임명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권이 있느냐와 관련된 여야 간의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의 유고는 헌정질서가 정지되게 되고 정치적 리더십이 실종된다는 심각한 국정 공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중에서 정부부처의 장·차관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의 인사권이 정지되고, 특히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상임감사, 상임이사와 같은 임원 인사권이 정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기업이나 자산 2조 이상 규모가 큰 준정부기관의 기관장의 경우에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의 권한이 현 정부에서 법무부와 대통령 비서실에 있으므로 실질적인 인사권한은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습니다. 역대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임원 인사와 관련하여 정치적인 연고에 의한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에 대하여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은 계속됐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오랜 공기업의 역사가 있고, 1980년 이후 수많은 준정부기관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영국에서 집권 정부나 주무 부처의 정치적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의 임원 임용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고, 내각사무처 산하에 2016년 공직인사위원회(The Commissioner for Public Appointments)를 독립적으로 설치하여 공공기관의 임원선임 관련 규정과 절차를 제도화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 브라질 등 공기업이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공기업 임원은 여전히 후원주의에 의해 선임되는 되는 정치적인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그래서 2020년 OECD는 공기업의 부패를 예방하기 위하여 '반부패청렴가이드라인(ACI 지침)'까지 권고한 바 있습니다.

국제적인 선진국에서 주기적인 경제위기나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1980년대 이후 유행한 공기업의 민영화의 추세보다는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의 경제사회적인 역할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크게 이바지한 사례들이 실증적인 연구들을 통해서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서 시장실패를 보완하기 위하여 영국 경제학자인 마주카토(Mariana Mazzucato) 교수는 공공기관의 역량개선과 혁신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기업지배구조가 활성화되는 것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국내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관건입니다. 아직도 비전문적인 인사를 정치적인 연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에너지, SOC 공기업의 기관장, 상임감사 자리로 보내는 낙후된 관행이 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국민소득이 3만 5천 달러이고, 세계 10위권 GDP 총액순위라는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지 않은 정치적, 행정적으로 낙후된 공공부문의 책무성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며,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오랜 정치적인 관행일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331개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이 국가경제·사회적인 역할을 충실하게 하려면 반드시 두 가지는 정책적으로 개선 또는 개혁되어야 합니다.


첫째, 대통령제 정부 형태에서 공기업이든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상임감사,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자리는 정치적, 엽관제에 따라서 나누어 주어도 공공기관의 경영이나 운영에 전혀 문제없다는 전근대적인 인식을 반드시 해소되어야 합니다.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이나 '반부패청렴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공기업의 국가소유권 행사의 전문성, 투명성, 책임성을 가장 중요한 경영요인이라는 것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중남미 개발도상국가에서 정치인과 국영기업의 정치적인 부패로 인하여 경제위기나 정권의 퇴출이 되는 사례들은 지금도 보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제에서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8천 개의 행정기관과 공공기관 고위 직위에 대하여 자격과 경력, 청문 등 선임절차, 보수수준, 임기 등을 규정하고 있는 풀럼 북(Plum Book)과 같은 사례와 같이 공공기관 임원선임기준을 만들어 기준과 절차에 의해 투명하게 선임하고 그 결과는 반드시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다른 유럽 선진국과 달리 공기업뿐만 아니라 준정부기관도 국가소유권(ownership function)을 기획재정부에 집중시켰습니다. 다만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다른 나라에 없는 다른 정부 부처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설치하였으므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독립성, 대표성, 전문성을 강화하여 영국과 같이 공공기관의 임원에 대한 인사 검증, 청문 등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40년간 지속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전면 개편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1984년 전두환 권위주의 정부에서 경제기획원은 12개 정부투자기관에 대하여 경영평가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였습니다. 당시 경영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데 이바지하였던 사공일, 강봉균 전 장관은 '경영평가 30주년 회고와 전망'에서 정부투자기관의 기관장에 군인 등이 정치적으로 임명되고 있으므로 사후 경영평가를 통해서 경영실적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경영평가를 하였다고 합니다. 지난해 40년이나 존속하고 발전해 온 경영평가제도는 현재는 기획재정부와 주무 부처가 공기업, 준정부기관뿐만 아니라 기타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가장 강력한 국가소유권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영평가제도로 인하여 공공기관의 비효율성, 방만경영의 근본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업무효율성, 고객만족, 주요사업 계량성과를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경영평가제도로 인하여 이제는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도 경영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있고, 균형성과표(BSC), 전사적 자원관리(ERP)나 재무회계 관리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민간기업과 같이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공공기관 임직원은 매년 6월 20일 즈음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서 전년도 경영평가실적 평가등급을 발표하게 되는데 평가등급에 따라서 임직원의 경영평가성과급의 지급률이 결정되고 연속 D등급을 받거나 최하위 E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 권고를 의뢰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수십만 명의 공공기관 임직원과 가족들이 평가결과를 일시에 확인하기 때문에 기획재정부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라고 합니다. 평가결과를 통해서 기관의 혁신과 개선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수능의 결과를 확인하는 수험생과 부모의 마음과 같은 것이니 경영평가의 목적과 취지는 사라지고 평가등급만 남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0년간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순기능이 많이 있었지만, 여전히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평가유형 내 상대평가(yard stick competition)를 하고 있으므로 공공기관 간 무한경쟁에 따라 평가실적보고서를 잘 쓰고, 평가범주별 4시간 정도는 평가단의 실사평가를 잘 받기 위하여 큰 비용을 들여서 용역을 추진하고 우수한 직원들을 동원하여 평가실적보고서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만든 평가실적보고서는 평가단의 평가에 활용되고 폐기가 되고, 평가등급을 부여하기 위해 경영평가단의 경영평가보고서는 공공기관과 국회에 보고되고 있지만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기계적으로 비교하여 평가등급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해 평가보고서의 양은 많지만, 공공기관의 경영이나 사업혁신에 활용할 만한 평가내용은 충실하게 실려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점수와 등급을 부여하는 평정을 위한 평가이고, 경영성과급을 배분하기 위한 평가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모든 평가는 일정한 평가 부담이 있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겠지만 단순 평가준비를 위해서 공공기관의 인적, 물적인 거래비용이 기관의 발전을 위하여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므로 거래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40년 발전해 온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의 경영성과와 책무성을 국가소유권 기구나 주무 부처가 객관적으로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공공기관의 혁신과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컨설팅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관의 유형에 따른 맞춤형으로 평가모형, 지표, 주기, 방법, 평가 주체 등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지금의 기획재정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제도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르스테스(Procrustes)의 침대와 같이 공공기관의 다양한 특성과는 관계없이 평가를 하는 우(愚)를 더 범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행정발전 없이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민관이 합심해서 극복하였고 2008년 경제위기, 2019년 글로벌 공급망 위기, 그리고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은 민간기업, 국민과 함께 국가적인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언으로 촉발된 고질적인 정치위기를 잘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정치발전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항상 위대했습니다. 대통령제나 국회 등 정치적인 발전 없이 행정의 민주화나 전문화와 같은 발전이 있을 수 없고 공공기관의 국가소유권 행사의 민주성과 전문성 확보 없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지배구조가 정상화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중단된 헌정질서가 다시 회복되게 된다면 다시 원점에서 정치와 행정의 민주성을 강화된다는 전제와 연속 선상에서 공공기관 거버넌스도 반드시 개혁해야 할 시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라영재씨는 건국대 교수, 전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낙하산인사 #경영평가제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건국대교수,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국무조정실 평가관리관, 국가청렴위원회 팀장역임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차에서 울먹이는 관광객..." 목숨 걸고 가야하는 여수 '힐링마을' "차에서 울먹이는 관광객..." 목숨 걸고 가야하는 여수 '힐링마을'
  2. 2 "테슬라는 우리 생각보다 위험하다" 어느 교수의 일갈 "테슬라는 우리 생각보다 위험하다" 어느 교수의 일갈
  3. 3 3만8천원 김밥이 불티나게 팔리는 곳... 한국말 조심하세요 3만8천원 김밥이 불티나게 팔리는 곳... 한국말 조심하세요
  4. 4 '장관 후보 용혜인 14일'이 남긴 것 '장관 후보 용혜인 14일'이 남긴 것
  5. 5 검찰 조사만 25번... 등골 서늘하게 만든 검사의 한 마디 검찰 조사만 25번... 등골 서늘하게 만든 검사의 한 마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