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어머니의 무덤을 보다

[중국 유학의 뿌리 찾아 산동성으로 ⑩] 맹부 그리고 맹모림과 맹림

등록 2025.02.03 13:28수정 2025.02.0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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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부에는 특별한 문화유산이 없다

 맹부: 에문의로(禮門義路)
맹부: 에문의로(禮門義路)이상기

맹부(孟府)는 맹자 후손들이 사는 공식적인 거처다. 송나라 휘종 때인 1121년 맹묘를 건설하며 그 서쪽에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청나라 때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중건되었고, 관아에 해당하는 맹부 대당(大堂)이 중심건물이 되었다.


맹부는 앞쪽에 관아, 중간에 내아(內衙), 뒤쪽에 후원이 자리하고 있다. 내아의 중심건물은 세은당(世恩堂)이다. 후원에는 습유관(習儒館)과 사서루(賜書樓)가 있다. 이들은 강의실과 기숙사 그리고 도서관이다. 맹부는 남북으로 길이가 226m, 동서로 길이가 99m 정도다. 당과 누각을 합쳐 모두 148칸 규모라고 한다.

맹부의 정문 안쪽에 아성부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정면에 예문(禮門)이 있고 그 다음에 의문(儀門)이 있다. 의문을 지나면 황제가 하사한 표석이 하나 보인다. 아성예제전계(亞聖裔祭田界)라는 문구를 통해 이곳이 맹자 후손들의 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맹부의 중앙에 위치한 대당은 5칸짜리 건물이다. 이곳에서 맹자의 적손인 오경박사 아성봉사관(奉祀官)이 근무한다. 그것은 안쪽에 세워진 세습 한림원, 오경박사 같은 표지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는 관광객을 위해 대당을 개방하고 있다.

 맹부 대당
맹부 대당이상기

건물 안쪽 위에 옹정제가 맹자 65대손 맹연태(孟衍泰)에게 내린 칠편이구(七篇貽矩)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칠편이구는 <맹자>의 7편으로 된 글이 세상살이의 규범이 된다는 뜻이다. 대당 뒤로 가면 내택문(內宅門)이 있고 그 안쪽에 세은당이 있다.

내부에 가구, 도자기, 서화 등 귀중품이 많다고 하는데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세은당 뒤 사서루에도 황제가 하사한 글씨 교지 서적 목판 의복 등이 많다고 한다. 이들 귀중한 소장품은 현재 추성박물관에 위탁 보관하고 있어 여기선 볼 수가 없다.


맹자 어머니 무덤을 먼저 찾아가다

맹부를 보고 나오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이제 다음 행선지인 맹모림으로 간다. 맹모림은 맹자 어머니 무덤이 있는 곳으로 맹자 고향인 부촌 동쪽 마안산 아래 있다. 입구에 맹모림이라고 쓴 석재 패방이 있다. 맹모림은 들판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동쪽과 서쪽 뒷편으로 야산이 감싸고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이라는 느낌이다. 패방에서 140m 거리에 맹모림 외삼문이 있다. 외삼문에 도착한 시간이 4시 30분이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맹모림 석패방
맹모림 석패방이상기

자료를 보니 맹모림은 오후 5시까지 개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대개의 경우 문화유산 입장이 폐장 1시간 전 마감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가 30분 늦은 것이다. 다행히 안쪽에 관리하는 직원이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현지 가이드가 직원과 협상을 한다. 처음에는 잘 안 통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 시골까지 왔다고 두어 번 사정을 하자 문을 열어준다. 감사의 표시로 입장료보다 조금 더 많은 사례금을 주었다.

대문에서 똑바로 난 길을 150m쯤 가다 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관리원이 왼쪽으로 꺾어야 맹자 부모의 묘가 나온다고 말한다. 맹모림 역시 측백나무 수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다시 70~80m쯤 가니 오른쪽으로 세 칸짜리 향청이 보인다.

장식이나 편액이 없는 아주 수수한 건물이다. 그리고 향청 왼쪽 뒤로 맹자 부모의 합장묘가 보인다. 내부에도 별다른 시설물이 없다. 향사 때 제물을 진열할 제상(祭床) 정도 보인다. 향청을 지나면 바로 오른쪽에 맹자 부모묘가 있다.

 맹자 아버지와 어머니 무덤
맹자 아버지와 어머니 무덤이상기

높이가 8~9m쯤 되는 낮은 봉분으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봉분 앞에 세 개의 비석이 있다. 오른쪽에 맹모묘비(孟母墓碑)라는 큰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이 비석이 세워진 건 2006년이고, 맹모묘비가 처음 세워진 건 원나라 때인 1295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가운데 비석에는 계성주국공 단범선헌부인묘(啟聖邾國公 端范宣獻夫人墓)라고 쓰여 있다.

이를 통해 부부 합장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비석은 2006년 청명에 세워졌지만, 처음 세워진 것은 명나라 때인 1591년이다. 왼쪽 비석에는 추국공분묘비(鄒國公墳廟碑)라는 글씨가 보인다. 이 비석 역시 2006년 세웠지만, 처음 세워진 건 금나라 때인 1213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맹자 어머니가 역사 속에서 부각된 것은 한나라 때 한영(韓嬰)의 <한시외전>(韓詩外傳)과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을 통해서다. 어머니가 보여준 솔선수범 덕에 맹자가 위대한 인간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한(東漢) 때는 <맹모송(孟母頌)>이, 서진(西晉) 때는 <맹모찬(孟母贊)>이 나오기도 했다.

청나라 때 <제맹모문(祭孟母文)>은 맹모의 성스러움이 자식을 성인으로 만들었다고 찬양한다. 그러나 맹자 어머니가 여성의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분명히 하면서 요리와 가사 그리고 육아를 여성의 일로 한정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맹자 무덤까지는 찾아갔으나...

 아성림이란 편액이 붙은 맹림의 정문
아성림이란 편액이 붙은 맹림의 정문이상기

맹모림을 나와 맹자 묘소가 있는 맹림(孟林)에 도착하니 오후 5시 10분이다. 맹림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석교(石橋)를 건너야 한다. 앞에 아성림(亞聖林)이라는 편액이 걸린 정문이 나타난다. 역시 문이 닫혔다. 문 옆 한쪽에 사기산(四基山)에 있는 한로왕묘(漢魯王墓)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다른 쪽에는 맹림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문 안쪽으로 맹묘로 가는 신도(神道)가 보인다. 길 양쪽으로 측백나무와 향나무 같은 침엽수가 빽빽하게 서 있다.

그 길을 따라 1.5㎞를 가면 아성묘 패방, 대문, 향전 그리고 맹묘가 나온다고 한다. 맹자의 묘소가 성역화되기 시작한 것은 송나라 인종 때인 1037년이다. 현재는 청나라 도광제 때인 1834년 세워진 아성맹자묘(亞聖孟子墓)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맹묘 서북쪽에는 주나라 때 노국의 귀족인 맹손(孟孫) 계손(季孫) 숙손(叔孫)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이 중 맹손이 맹자의 조상이다. 이곳에는 또한 한나라 때 노왕(魯王)에 봉해진 10명의 왕릉이 있다고 한다. 이 무덤군은 1970년에 발견되었고, 2001년 중점문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맹묘로 들어가는 신도
맹묘로 들어가는 신도이상기

맹림을 떠나면서 석패방을 지나는데, 동지(冬至)인 12월 21일 맹림에서 시제(時祭)가 열렸음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보인다. 하루만 빨리 왔어도 중국의 제례의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맹자 무덤 참배는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이제 다음 행선지는 곡부다. 맹자의 큰 스승이던 공자의 고향을 찾아간다. 곡부에는 공묘, 공부, 공림이 있다. 그리고 공자가 성인으로 추앙한 주공의 사당(周公廟)이 있다. 여기에 공자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 안회의 사당(顔廟)도 있다.

삼종지도(三從之道)
중국 고대 여성이 혼인과 가정생활을 하면서 따라야 할 세 가지 규범이자 도리를 말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른다. 결혼 후에는 남편을 따른다. 남편 사후에는 아들을 따른다. 주나라의 의례로 처음 만들어졌으며, 유교경전을 통해 고착되었다. 전통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남녀의 구별을 뚜렷이 한 제도다. 남성은 정치, 경제, 군사 등 외적인 활동에 치중했고, 여성은 가정 관리, 자녀 교육 등 가사와 육아에 치중하도록 임무를 부여한 결과다. 현대에는 남녀차별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폐기되었다.




덧붙이는 글 맹자 관련 유적은 맹묘와 맹부, 맹림과 맹모림이 있다. 지난 회에 맹묘를 살펴보았고, 이번 회에는 맹부 그리고 맹모림과 맹림을 살펴보았다. 맹자 부모의 무덤(맹모림)이 맹자 무덤(맹림)과는 별개로 마련되어 있다.
#맹부 #아성부 #맹모림 #맹림 #아성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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