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철학자들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수업 / 신동만 / 2025년 1월 31일 초판1쇄 / 청림출판(주)/ 18,00원
추수밭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야생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해온 신동만 다큐멘터리PD이자 동물생태학 박사가 20년간 야생을 관찰하며 깨달은 생존과 공존의 철학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12가지 인생 수업'의 주제를 전한다. 그 주제는 '준비, 적응, 기다림, 끈기, 신뢰, 기적, 선택, 관계, 관심, 시선, 포용, 잠시 멈춤'이다. 단어만 보아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 쯤은 심사숙고해야 할 철학적인 주제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주제들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도서관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야생의 동식물로부터 얻는다.
"야생의 세계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과 다르지 않기에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인간의 일도 많이 배웠다. 그들에게도 의식주의 문제는 늘 존재한다......이 책은 지난 30여 년 동안 야생과 함께하며 깨닫고 배운 것에 대한 기록이자 내 삶에 대한 기록이다(p.6)."
30년이란 긴 시간, 한 길을 걸어왔으니, 그 우물에서 길어낸 지혜의 샘물이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이 책의 독자인 나 역시도 25년 가까이 야생의 식물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기에 '야생의 철학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업과 취미의 차이는 깨달음의 커다란 간극, 깊이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야생의 철학자'들이 들려준 '12가지 인생 수업'에 공감하기도 하면서, 저자의 깊은 통찰력에 감사하며 인생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
먼저, '야생에는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허투루 보내지 않는 시간 속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는 여름이 포함된다. 야생의 동물들은 여름부터 겨울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리부엉이, 멧비둘기, 까치, 두루미, 직박구리, 황조롱이 등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을 인간의 삶의 차원에 적용한다.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며, 타큐멘터리 작가로서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날, 따스한 봄에 만날 새들을 어떻게 담아낼지 구상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다. 자연, 야생의 세계를 단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건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 그들과 대화하는 차원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단지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도 필요하고, 적응하기 위한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 작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하는 이들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낯선 사람들과도 함께 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등 모든 관계를 적절하게 풀어가며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사람살이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완성시켜가는 에피소드는 다분히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이며,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지침을 준다.
이 책은 주로 야생동물들을 다룬다. 그러나 산수국, 복수초 같은 식물도 등장한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저마다의 삶이 있으니, 그들도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야생의 행동양식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게 되는 순간, 인생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이 우리 삶에 주는 철학적인 주제들을 새기게 되는 것이다.
12가지 철학적 주제들을 담아내는 과정들은 눈물겹다. 60분짜리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인위적으로 합성하고 싶은 유혹도 있지만, 끈기 있게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기다리다보면, 도전하고 또 도전하다보면 '결정적인 순간'들이 기적처럼 다가온다.
저자는 어려운 작업 과정 후에 이런 글을 남긴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목표를 정하고 그 곳을 향해 끈기 있게 매진할 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예상 못 한 위기도 닥칠 것이다. 그 위기에 가혹할 정도의 좌절감을 맛보기도 할 것이다..... 끈기 있게 도전하는 삶은 언제나 아름답다(p.112)."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과정으로 인해 아름다워지는 삶, 이것이 지혜로운 자들이 이르고자 하는 경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생의 철학자들>의 저자 신동만은 야생의 철학자들을 관찰하고 기도하는 과정에서 득도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야생은 철학자, 스승, 치유자의 모습으로 다가와 인생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28년간 자연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야생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소중한 생명들이 이뤄낸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이런 야생의 흔적들을 통해 12가지 인생의 진리를 설파한다. 하나의 단어와 간결한 문장은 큰 울림을 준다. 그 단어와 문장은 머무도 분명하여 그것만으로도 큰 울림을 준다. 몇 문장만 소개하면, 이런 문장들이다.
서두른다고 꽃이 피지 않는다.
땀 흘리지 않는 한 기적은 없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존재 이유가 있다.
멈춰야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무엇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혜일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야생, 자연, 일상에는 인생의 지혜가 들어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이 속삭임을 듣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여겨 추천하는 바이다.
야생의 철학자들 - 자연에서 배운 12가지 인생 수업
신동만 (지은이),
추수밭(청림출판),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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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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