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욕외교라는 거센 비판속에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회담 비준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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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이 일본으로 건너가 김종필·오히라(大平) 회담을 열고 여기서 비밀메모(김·오히라 메모)를 통해 대일청구권문제 등에서 우리에게 크게 불리한 합의를 해주었다. 이에 따라 청구권 협상의 타결로 무상 3억 달러를 10년간에 걸쳐 지불하고, 경제협력의 명목으로 정부간의 차관 2억 달러를 연리 35%로 제공하며, 상업 베이스에 의한 무역차관 1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정하였다.
이때 대일청구권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못하고 일본이 '독립축하금'이란 이름으로 무상 3억 달러에 일제 35년 식민통치에 따른 모든 배상문제를 마무리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독도를 폭파해서 분쟁의 요인을 없애자는 등 그야말로 굴욕적인 협상이 이면에 깔렸다.
정부는 그나마 이와같은 협상내용도 즉각 밝히지 않은 채 1964년에 이르기까지 2년 동안 비밀에 뭍혀두었다. 자기들도 지나치게 일본에 양보한 것이 국민에게 두려웠던 것이다.
한일회담의 내용과 진행과정을 비밀에 부쳐온 박정희 정부는 1964년 3월에야 한일회담의 3월 타결, 4월 조인, 5월 비준의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야당과 재야는 즉각 '대일굴욕외교반대 범국민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유세에 돌입한데 이어, 3월 24일 서울대생들은 '한일회담의 즉각중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이케다 일본수상과 김종필을 상징하는 '현대판 이완용'의 화형식을 거행한 뒤 가두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의 시위는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져나가고 5월 20일 서울시내의 대학생연합으로 박정권이 표방한 '민족적 민주주의' 장례식을 거행하고, 4·19 민족·민주이념에 정면 도전한 군사쿠데타 정권의 타도투쟁을 선언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의 난폭한 진압으로 학생 1백여 명이 부상당하고 2백여 명이 연행되었다. 다음은 한일 굴욕회담 반대 학생총연합회의 시국선언 <민족적 민주주의를 장례한다>이다.
민족적 민주주의를 장례한다
한일 굴욕회담 반대 학생총연합회
선언문(요지) : 민족사는 바야흐로 위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전환기에 섰다. 4월항쟁의 참다운 가치성은 반외세·반매판·반봉건에 있으며 민족 민주의 참된 길로 나가기 위한 도정이었으나 5월 군부 '쿠데타'는 이러한 민족 민주이념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었으며 노골적인 대중탄압의 시작이었다.
민족적 민주주의는 수렵적 정보정치를 합리화하기 위한 행상적 탈춤으로 변장됐고 굶주린 대중의 감각적 해방을 위한 독화(毒花)의 미소를 띠었다.
국제혁력이라는 미명 아래 우리 민족의 치떨리는 원수 일본제국주의를 수입, 대미 의존적 반신불수인 한국경제를 2중 예속의 철쇄로 속박하는 것이 조국의 근대화로 가는 첩경이라고 기만하는 반민족적 음모를 획책하고 있다.
우리는 외세 의존의 모든 사상과 제도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전국민의 희생 위에 홀로 군림하는 매판자본의 타도 없이는 외세 의존과 그 주구 매판자본을 지지하는 정치질서의 철폐 없이는 민족자립으로 가는 어떠한 길로 폐색되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한다. 굴욕적 한일회담의 즉시 중단을 엄숙히 요구한다.
결의문
-. 일본에의 예속으로 직행하는 매국의 한일 굴욕회담을 전면 중지하라.
-. 농민·노동자·소시민의 피눈물을 밟고 서서 홀로 살쪄가는 매판성 악덕재벌을 처형하고 몰수하라.
-. 5.16 이래의 온갖 부정부패사건을 자진 폭로하고 그 원흉을 조사 처단하라.
-. 불법 상행위를 자행한 일본인 상사를 즉각 추방하라.
-. 5월 군사정부는 5.16 이래의 부정·부패·독선·무능·극악의 경제나, 민족분열, 굴욕적 한일회담 등 역사적 범죄를 자인하고 국민의 심판에 붙이라.
-. 5.16 이래 구속된 정치범을 즉각 석방하라.
-. 민족적 양심의 학생과 국민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피의 투쟁을 계속 하려 한다.
1964년 5월 20일 (주석 1)
주석
1> 김삼웅, <민족민주민중선언>, 4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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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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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시국선언, '민족적 민주주의를 장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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