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 대목수인 남편의 안목에 계촌리 한옥은 놓칠 수 없었던 특별한 집이었다.
권보미
하씨는 "마을 어르신들이 집과 관련된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공간은 그대로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머슴방은 한 칸에서 두 칸으로 늘리고,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방 한 쪽 문을 열면 마을 도로와 연결되도록 계획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철거·기초·단열·전기·도배 등 모든 공정을 두 사람의 힘으로 감당했다. 남편이 집 전문가이긴 해도 한옥 목공사에 특화된 터라 다른 공정들은 초보 수준이어서 사전에 철저한 계획과 준비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아내는 "완벽을 추구하는 남편의 성격"도 공사 기간이 길어진 이유로 부연했다.
하씨는 "나무와 흙으로 이뤄진 별채 의 벽 두께가 얇아 한지 도배로 단열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최대 9장까지 도배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3장을 겹 도배했다. 처음엔 얇은 한지로 그 다음엔 점점 두꺼운 한지로 3장을 발랐다"며 "롤로 된 벽지 도배는 나도 쉽게 하지만 사각 형태의 한지 도배는 깔끔하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공사 과정에서 겪은 고충도 털어놨다.
부부의 땀과 노력으로 재탄생한 별채 공간에 대해 아내는 마음에 들어 했지만, 남편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 듯 했다.
하씨는 "모든 공정을 혼자 계획해서 그런지 공사를 마친 뒤 다시 작업했던 곳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는데, 지금은 무뎌졌다"고 가볍게 미소 짓는다.
부부의 시골집 부활 프로젝트는 안채 수리를 마쳐야 마무리 된다. 하씨는 "별채 수리가 뼈대만 남기고 신축 수준으로 고친 것이라면 올해 착수할 안채 공사는 살기 편하게 내부 인테리어 위주로 작업할 계획이다. 외부는 기둥과 습기에 오랫동안 노출된 부분을 고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놨다"고 밝혔다.
수도꼭지가 고장나면 대부분 설비 기사를 불러 쉽게 처리하기 마련이지만, 공구를 들고 직접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다. 불편함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각종 편의시설이 구비된 기성 주택과 아파트에서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 놓치는 '즐거운 불편'을 부부는 만끽하고 있다.
계촌리 마을서 만난 '사람사는 세상'
예산살이 3년째인 부부는 도시에서 맛보지 못한 경험의 연속이다. 아내는 농사짓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일손도 도우면서 계절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을 재밌어 했다.
권씨는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다. 나처럼 시골살이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놀러오면 내게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한다. 문화생활도 여기서 더 많이 누리는 것 같다. 예산시네마의 영화관람료가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해 도시에서 지낼 때 보다 영화를 많이 봤다"고 좋아했다.
이렇게 정성이 들어간 집은 대개 별칭이 있기 마련. 아니나 다를까 말이 나오기 무섭게 '문채당'이란 집 이름을 알려준다. "'빛이 예쁘게 드는 집'이라는 의미"라며 "공사가 끝나면 대문에 현판도 걸 계획이다"라는 말도 더했다.
부부가 올해 수리할 계획인 안채의 상태를 살펴보니, 부부의 손길이 닿기 전 별채가 어떠했을지 상상이 됐다.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손을 보긴 했지만 별채 공사 뒤로 수리를 미뤘던 공간이다.
계촌리 시골집은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쉽게 적응할만한 집은 아니다. 모름지기 전원생활의 노스탤지어를 꿈꾸고 건축잡지 모델로 등장하는 주택을 상상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부부가 함께 지난해 꼬박 공을 들여 집 전체의 일부를 환골탈태 시킨 모습을 보니, 올해 수리 예정인 안채도 지금과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된다. 부부 외에도 분명 많은 사람들이 보고도 마음에 두지 않았을 낡은 시골집은 그렇게 부부의 안목으로 선택돼 살고 싶은 집으로 변모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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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지역신문인 예산의 참소리 <무한정보신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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