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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정말 몰랐을까? '윤석열 공소장'의 사각지대

[取중眞담] 검찰·국정원·대통령실 관련 의혹 누가 풀어주나...특검이 필요한 이유

등록 2025.02.05 10:08수정 2025.02.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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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일 언론에 공개된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공소장을 보면, 두 달 전인 12.3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언행이나 계엄군의 움직임 등이 소상하게 나와 있다.

특히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부하들과 수 개월 전부터 계엄을 모의했으며, 군을 얼마나 동원해 어떻게 실행했고, 어떻게 계엄을 해제했는지 모든 과정이 여실히 드러난다.

'종북 좌파들을 놔두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대통령은 만류하는 국무위원들에게 '국무위원의 상황인식과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다르다. 돌이킬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계엄의 불구덩이 속으로 끌고들어갔다. 공소장이 명명한대로 '하자있는 국무회의'에 불려나온 국무위원들은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한없이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만다.

방첩사, 수방사, 특전사 등 최정예 부대의 사령관들은 수 개월 전부터 윤 대통령 또는 김용현 국방부장관(전 경호처장)으로부터 계엄 계획을 들었으면서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내란행위에 동조해버린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청장, 서울청장 모두 정권의 지시에 따를 뿐 저항 없이 의원들의 국회의 출입을 막고 요인 수사 인력 차출에 적극 협조했다.

아직 조사할 지점이 많이 남았지만, 당시 내각을 담당했던 국무위원들이나 군부에 대한 수사는 상당 정도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101쪽이나 되는 검찰의 공소장을 꼼꼼히 읽어봐도 보이지 않는 수사의 사각지대가 있다. 권력기관인 대통령실과 국정원, 그리고 검찰에 대한 수사 상황을 살펴봤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연합뉴스

[대통령실] 지근거리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과연 몰랐을까

정부 내에서 가장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필하는 곳은 당연히 대통령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대통령실 사람들의 이름은 극소수다.


맨 먼저 등장하는 이름은 당연히 정진석 비서실장. 그는 계엄 당일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 앞 대접견실에 있었다.

대통령의 생각과 일정을 가장 잘 알고 있었어야 할 그는 다른 국무위원들처럼 계엄 선포 직전 사실을 알게 된다. 국무위원들의 증언과 경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그는 그제서야 "비상계엄 안돼!",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비상계엄이냐"며 홍철호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과 함께 윤 대통령을 말렸다고 한다.


계엄 모의 자체가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충암파' 등 일부 군인들과 짜고 극비리에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비서실장도 몰랐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두 번째 등장하는 대통령실 인물은 국가안보실의 인성환 2차장이다. 육군 소장 출신으로 국방 분야를 담당하는 인 차장은 계엄 이튿날인 4일 새벽 1시 16분부터 47분까지 대통령실과 길 하나 떨어진 건물에 자리잡은 합동참모본부 지하 결심지원실(결심실)에서 최병옥 국방비서관,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과 회의를 했다. 이때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킨 뒤였기 때문에 선관위 병력 재투입 여부를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공소장에는 나오지 않지만 야당은 2차장실 내에 북파공작원(HID) 출신 요원 등으로 구성된 비밀 조직이 있는 것과, 안보 담당인 김태효 1차장이 2023년 6월 1일 자신의 관할도 아닌 강원도의 HID 부대를 방문해 요원들의 훈련을 점검한 사실도 문제 삼고 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왼쪽에 홍장원 1차장이 앉아있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왼쪽에 홍장원 1차장이 앉아있다. 공동취재사진

[국정원]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도 몰랐다?

국가정보원은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홍장원 당시 1차장 '덕분에' 계엄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다.

홍 차장은 자신에게 전화해 "다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불러주는 체포대상 14~16명의 명단을 받아적다가 '미쳤다' 싶어 그만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조 원장과 갈등을 일으켜 오히려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직되고, 홍 차장은 국회에 와서 양심선언을 하게 된다. 국정원 내부 권력다툼 요소도 있지만 차후 정확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원장이 훨씬 전에 비상계엄을 인지하지 않았냐는 의혹도 있다.

조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계엄 당일 오후 8시 50분쯤 대통령실 집무실에 도착했을 때"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록 국내 정보 활동이 금지돼있다고는 하지만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이 같은 중대사실을 모르고 있었겠냐는 의구심이 많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과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원장은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윤 대통령,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여인형 당시 정보사령관 등과 식사를 같이 했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시국이 걱정된다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며 계엄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돼있다.

 심우정 검찰총장
심우정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 대통령의 친정인데... 과연 아무 도움도 청하지 않았을까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다. 평생 검사생활을 하다가 검찰총장까지 지내고, 이를 발판으로 대통령까지 올라갔다. 대통령의 운명을 거는 쿠데타를 하는데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조직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

그러나 검찰이든 공수처든 경찰이든 현재까지 검찰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흔적은 단 하나, 검찰이 당일 선관위 조사를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만 남아있다.

지난달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방첩사 요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계엄 선포 후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갈 것이고, 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이 여 사령관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아서 일선에 하달했다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 단장도 믿을 만한 제보에 따른 것이라며 "여 사령관이 정 1처장에게 계엄 선포 직후 '검찰과 국가정보원에서 올 거다, 중요한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에서 할 테니 그들을 지원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검찰 특수본은 이에 대해 "여 사령관, 정 처장 및 다수의 방첩사 관계자 진술과 관계자의 수첩 기재내용 등에 의하면 방첩사는 검찰에 계엄과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여 사령관이 "검찰과 국정원이 갈 것" 대신 "국정원과 수사기관 등 민간전문분석팀이 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이 공소장 말대로라면 '수사기관 등 민간전문분석팀'은 최소한 검찰은 아닐테니 필시 경찰일 것이다. 경찰 어느 조직에서 선관위 서버 포렌식 지원을 가려고 했는지 검찰의 수사를 기다릴 일이다.

크게 보면 하나의 사건인데 여러 수사 주체가 달라붙어 경쟁적으로 수사를 하다보니 이같이 혼선과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사건의 진상을 수사하는데 큰 장애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석연찮은 의혹도 산처럼 쌓여있다. 하루 빨리 특검이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특검에 대해 벌써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조태용 #심우정 #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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