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모두 '간첩'이라고 주장하는가

[주장] '달그림자'를 쫓는 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다

등록 2025.02.05 12:39수정 2025.02.0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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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 출석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 출석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언한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라는 본인의 지시는 "간첩 수사를 잘하게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도와주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도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증인 혼자 그렇게 이해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부분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한동훈이 간첩?

홍장원 전 차장은 이후 국회 측 대리인이 "여 전 사령관과의 통화에서 간첩이 언급됐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자신에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추적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피청구인 윤 대통령의 '간첩' 주장이 사실이라면, 여 사령관이 홍 전 차장에게 불러준 '체포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고 알려진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등 14~16명은 모두 간첩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 대통령은 4일 변론에서 "이번 사건을 보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작정하고 미리 준비한 듯한 대사였다.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이 병력 동원, 국회의사당 봉쇄, 중앙선관위 서버 확보, 체포조 가동, 일부 언론사 단전·단수 등을 지시했다는 다수의 진술과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피청구인 윤 대통령은 모든 게 실체가 없는 '달그림자'라고 발뺌한 것이다.


'달그림자' 쫓는 윤 대통령

12.3 비상계엄을 밤하늘에 환하게 뜬 달에 비유하자면, 윤 대통령은 누구나 볼 수 있는 달을 혼자만 쳐다보지 않고 달그림자를 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어찌,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비상계엄을 '고도의 통치행위'라 부르고, 친위쿠데타를 '경고성 계엄'이라 칭하면서 TV 화면으로 생중계된 현실을 부정한단 말인가.


달그림자를 쫓는 건 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비상계엄은 잘못이지만 대통령 탄핵은 안 된다", "헌법재판관 몇몇이 진보성향의 판사 모임 출신이라 대통령 탄핵 심판을 회피해야 한다", "탄핵을 남발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이 진짜 내란 세력이다" 등의 선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란다

4일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5차 변론에서는 홍 전 차장이 12월 5일 오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도 공개됐다. 그는 메시지에 "(대통령이) 난 잘못한 게 없다가 아니고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하셔야 한다. 눈물을 흘리시고 무릎을 꿇으셔야 한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이 오죽하면 국가안보실 차장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겠는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두 달 넘게 세월이 흘렀지만,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 대통령은 자신의 치명적 잘못에 대해 단 한 번도 정확하게 뉘우치거나 사과한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어찌 거짓말과 변명으로 국민을 속이려 드는가. 윤 대통령이 실체가 없는 달그림자만 쫓을 게 아니라, 하늘에 환하게 뜬 달을 쳐다보길 간절히 바란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달그림자 #간첩 #내란우두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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