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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개헌 논할 시점 아냐, 내란세력 척결이 먼저"

[인터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줄곧 참석하는 '진보정치 맏형' 권영길 전 의원

등록 2025.02.05 20:54수정 2025.02.0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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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 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 집회에 참여했던 고승하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이사장, 권영길 전 의원, 고승하 전 이사장 부인, 장영달 전 국회의원이 함께 했다.
2월 1일 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 집회에 참여했던 고승하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민예총) 이사장, 권영길 전 의원, 고승하 전 이사장 부인, 장영달 전 국회의원이 함께 했다.고승하

"극우 파쇼에 의한 심각한 상황이 결정적으로 나타난 게 서부지법 폭동이다. 그런데도 이 땅의 보수세력들은 (폭동세력을) 응징하지 않고 옹호하고 있는데, 그것은 보수가 아니다.

내란세력 청산이 먼저 돼야 한다. 대선이 치러진다면 정당·인물 대결로 가서는 안 되고, 내란세력과 내란척결세력의 대결이 돼야 한다. 지금은 개헌을 논할 시점이 아니다."

'진보정치 맏형' 권영길(83) 전 국회의원의 말이다. 12.3 내란사태 이후 서울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탄핵‧파면 집회광장에 참여하고 있는 권 전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여러 우려를 표했다.

권 전 의원은 "나치 히틀러는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한국 파쇼부대는 희생양을 누구로 할 것 같으냐. 바로 민주노총"이라며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끊임없이 민주노총을 죽이겠다고 공격하고, 국가기구를 동원했다. 만약 파쇼 세력이 폭동적 상황으로 나가면 민주노총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라고 봤다. 민주노총은 내란세력 척결의 중심에 서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파쇼 세력은 더 요동칠 것이다. 만약 대선이 치러지고 선거 결과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선거가 끝난 그날부터 상상을 초월할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선거 결과 불복을 예상했다.

권영길 전 의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초대위원장(1988~1994)과 민주노총 초대위원장(1996~1997), 옛 민주노동당 초대대표(2000~2004), 제17대(2004년)‧제18대(2008년) 국회의원을 지냈고 (사)평화철도와나아지는살림살이 이사장으로 있다. 아래는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일본 강연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계엄... 짐도 못 풀고 여의도로"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국회 본청 진입하는 계엄군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

"윤석열 탄핵 집회에 나갈 만큼은 된다. 괜찮은 편이다. 주중 집회에는 간혹 나가고 주말에는 꼭 함께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전직 위원장들과 함께일 때도 있다. 대통령 체포 촉구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 12.3 비상계엄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

"일본 노동운동가와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과 30여 년 전부터 교류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일본 관련 단체의 초청으로 오사카와 교토에 가서 12월 2일까지 여러 차례 강연을 하고, 3일 밤에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 짐을 풀기 전 텔레비전을 켰더니... 그 순간 비상계엄 발표를 하고 있더라. 짐을 풀지도 못하고, 그대로 여의도로 갔다."

-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체포·구속·파면 그리고 탄핵광장을 경험하면서 이전 집회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집회가 전체적으로 달라졌고, 내용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 집회문화가 '천편일률적 투쟁사' 위주였다면 이번에 보니 자유발언을 하는 형태가 짧으면서도 굵었다. 엘리트 중심이 아닌 각계각층의 참여가 이뤄졌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참여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내란세력을 규탄했다. 시민들의 연대가 형성됐다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앞으로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 집회에서 실제 발언을 하지는 않았는지?

"단상에 서서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처음엔 한두 번 요청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조직이나 명망가보다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봤다. 단병호, 한상균,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들한테도 단상에 올라가지 말자고 했다. 지금 국면이 심각한 상황인데 시민들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봤다."

"서부지법 폭동사태 그 이후... 이 땅에 보수는 없다는 걸 실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 '심각한 상황'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내란사태도 심각하지만,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폭동만 봐도 그렇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폭동사태를 보면서 이 땅에 '보수는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극우가 있다. 극우가 이미 파쇼(이탈리아의 파시스트당을 이르는 말, 무솔리니에 의해 1921년에 창립된 전체주의 정당) 세력으로 형성됐다. 아주 심각하게 본다. 극우 파쇼에 의한 심각한 상황이 결정적으로 드러난 것이 서부지법 폭동사태다.

원래 국민국가체제를 떠받들고 숭상하는 게 보수의 빛이다. 국민국가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법기구인데, 법원을 폭력으로 짓밟은 폭동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이 땅의 보수세력들은 (폭동세력을) 규탄하거나 응징하지 않고 옹호하고 있다. 그것은 보수가 아니다."

- 극우세력의 전체주의 경도 현상은 왜 발생할까?

"파시즘은 사실로 위장한 거짓, 이른바 가짜뉴스를 믿고 사회를 교란시켜 폭력을 행사하고 폭동을 유발해 국가권력을 장악한다. 무솔리니가 그랬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게 되고 있다. 가짜뉴스로 사회교란을 일으키고 폭동을 일삼는 국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두머리는 위장한 사실인 '가짜뉴스'로 사회를 교란시키고, 행동부대는 가짜를 진짜로 믿게 확산시키고 있다. 윤석열 계엄 지지세력들이 집회에 열심인 것이 보이지 않나. 그래서 한국이 위험한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 어떻게 해야 하나.

"심도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제가 요즘 각계 인사들을 만나 권고하고 있다. 윤석열퇴진비상행동, 비상시국회의 등 다양한 조직을 만나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선 지금 상황에 대한 인식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윤석열이 탄핵만 되면 끝일까?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탄핵을 기정사실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탄핵 찬성 운동의) 동력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거기에 맞추면 안 된다. 탄핵 인용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윤석열 계엄 지지' 등의 파쇼세력들이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탄핵인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극우세력이 있는 마당에 개헌 논의? 안 된다"

피켓 든 권영길 권영길 전 의원이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이란 피켓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피켓 든 권영길권영길 전 의원이 범시민총궐기대회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이란 피켓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이다.강승혁

- 일각에선 개헌 이야기도 나온다.

"언론보도를 보니까 정대철 헌정회 회장을 비롯해 일부에서 개헌을 말하더라. 탄핵이 인용돼 대선이 치러진다면 '선개헌 후대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국회 다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설득하겠단다.

그런데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 지금 이 땅에 보수가 없고 극우파쇼가 있는 마당에 그런 논의를 해선 안 된다고 본다. 내란세력 청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대선이 치러진다면 정당·인물 대결 구도로 가선 안 된다. 내란세력과 내란척결세력의 대결 구도가 돼야 한다."

- 현재 한국 상황을 '사실상의 내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내전 상황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내란세력을 척결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노동자·농민이 서야 한다. 민주노총과 농민단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들한테 호소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 지금도 민주노총·농민회가 윤석열 탄핵 광장의 중심에 서 있지만, 노동자‧농민들이 총궐기를 해야 한다.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나치 히틀러는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한국 파쇼부대는 희생양을 누구로 할 것 같으냐. 바로 민주노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끊임없이 민주노총을 죽이겠다고 공격하고, 국가기구를 동원했다. 만약에 파쇼 세력이 폭동적 상황으로 나가면 민주노총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서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생존을 위해서도 지금 내란세력 척결의 중심에 서야 한다."

- 대선을 치르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파쇼 세력은 더 요동칠 것이다. 선거 결과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그날부터 상상을 초월할 무법천지가 될 것이다. 절대로 (선거 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희망적·낙관적으로 보고는 있다. 윤석열 체포, 구속, 탄핵, 파면 국면에서 젊은 2030세대가 중심 축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희망의 씨앗으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세력과 함께 노동자·농민이 연대를 구축해 대응하면 충분히 맞설 수 있다. 12월 남태령 고개 투쟁에서 노동자-농민-시민의 연대가 이뤄지지 않았나. 앞으로 전망은 밝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권영길 #개헌 #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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