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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애기봉 스벅? 원조 '북한뷰 카페'는 여기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vs.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서로 다른 두 전망대 매력 비교

등록 2025.02.07 16:39수정 2025.02.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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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김포 애기봉 조강전망대에 문을 연 '스타벅스' 매장. 연일 방문객들로 북적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포 애기봉 조강전망대에 문을 연 '스타벅스' 매장. 연일 방문객들로 북적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양신문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카페는 누가 뭐래도 '김포 애기봉 스타벅스'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은 불과 1.4km 떨어진 북한 땅(개성시 개풍군)을 코앞에서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서,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가 비무장지대(DMZ) 안에 개장했다는 것 자체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화제성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스타벅스 개장 이후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방문객이 무려 8배 증가했다는 소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명 '북한뷰 스타벅스'의 뜨거운 인기를 바라보며 기자는 또 다른 장소 하나가 떠올렸다. 바로 파주에 자리한 오두산 통일전망대다. 이곳이야말로 '북한뷰 카페'의 원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포 애기봉과 파주 오두산, 어디가 더 매력적인 나들이 장소일까? 하나하나 비교해보자.


 1992년 문을 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지난해 1월부터 무료개방하고 있다.
1992년 문을 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지난해 1월부터 무료개방하고 있다.고양신문

병자호란 전설 전해오는 애기봉... 삼국시대 군사적 요충지 오두산성

김포 애기봉(愛妓峰, 99m)과 파주 오두산(烏頭山, 118m)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조강(祖江)을 가운데에 두고, 북한땅 개풍군과 함께 삼각형의 세 꼭짓점을 이루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봉우리다. 높이는 나지막하지만, 두 곳 모두 조강 일대의 경관이 한눈에 조망되는 지형적 명소다.

애기봉은 병자호란 당시 평양감사와 애기(愛妓, 각별한 애정을 나눴던 기생)의 가슴 아픈(?) 이별에 관한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자면, 병자호란이라는 민족의 수난을 고작 지방관의 애정 놀음 이야기로 가름했다는 사실이 좀 떨떠름하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해병대가 큰 전투를 치른 격전지였고, 지금도 해병대 병사들이 경계를 책임지고 있다.

 김포 애기봉 조강전망대로 올라가는 진입로에서 만난 해병대 입간판.
김포 애기봉 조강전망대로 올라가는 진입로에서 만난 해병대 입간판.고양신문

조강이 시작되는 중심에 자리한 오두산은 고대로부터 군사적 요충지였다. 산 정상 오두산성은 한반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삼국이 한강하구에서 각축전을 벌이던 시기 고구려가 쌓은 산성이었다. 16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남과 북의 대치를 응시하는 군 초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북녘땅 향해 성탄트리 밝혔던 애기봉... '북방정책' 상징하는 오두산 통일전망대


앞서도 언급했듯 애기봉과 오두산은 분단과 전쟁, 휴전이라는 숨가쁜 시간을 지나며 서부전선 끝자락의 팽팽한 긴장감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북녘땅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먼저 유명세를 얻은 곳은 애기봉이었다. 1960년대 중반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친필로 '애기봉'이라는 휘호를 남겼고, 1970년대 이후에는 애기봉 철탑의 성탄 트리 점등식이 매년 TV뉴스에 단골로 등장하곤 했었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는 방문객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바라보고 있는 방문객들. 고양신문

반면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영향을 받아 1992년 뒤늦게 문을 열었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폐쇄적 접경지역이었던 파주와 고양 일대는 일산신도시 개발, 자유로 개통, 파주출판도시 조성 등이 이어지며 변화의 물결이 밀려왔고, 그 시절의 평화와 통일 비전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줬던 공간이 바로 오두산 통일전망대였던 것이다.


애기봉, 평화·생태 테마로 공간 리뉴얼

DMZ 안에 자리하고 있어서 오랫동안 분단 현실을 각성하는 교육장으로 여겨졌던 애기봉은 2021년에 '생태·평화·미래'를 테마로 노후화된 전망대 시설을 전면 새단장한 후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전망대 아래쪽에 지어진 평화생태전시관은 ▲조강 일대를 느긋하게 조망하는 평화관 ▲생명을 테마로 한 예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생명관 ▲사방 가득 환상적인 화면이 펼쳐지는 미래관 등 다채롭고 흥미로운 공간들로 가득하다.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의 평화관을 관람하는 한 가족.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의 평화관을 관람하는 한 가족.고양신문

야외 공간도 멋지게 디자인했다. 아래쪽 전시관과 위쪽 전망대를 생태탐방로로 연결했는데, 흔들다리를 건너 이어지는 무장애 데크길은 '스카이포레스트가든'이라는 이름을 붙여 명소화했다. 곳곳에 포토존과 쉼터가 숨어있는 800m 길이의 숲속 오솔길을 지나 비로소 나들이길의 하이라이트인 조강 전망대에 도달하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이다.

 숲속 데크길로 이어진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생태탐방로.
숲속 데크길로 이어진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생태탐방로.고양신문

오두산, 무료 개방으로 문턱 낮춰

개장 후 30여년 동안 약 200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지난해 1월부터 입장료를 없애고 무료 개방을 시작했다. 30년 동안 통일안보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공간이 이제는 문턱을 낮춰 누구나 편안히 들를 수 있는 나들이 코스가 된 것이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1층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1층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시. 고양신문

오두산의 건물과 시설은 애기봉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촐하다. 지하1층 지상4층으로 된 건물과 주차장을 겸한 야외 공간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1층에는 수준 높은 미술 전시가 열리는 기획전시실이 있고, 2층은 실향민의 사진과 그림으로 꾸민 상설전시실과 극장, 3층은 사방이 통유리로 트인 실내전망실, 4층은 고성능 망원경이 있는 야외전망대와 전망라운지가 자리하고 있다.

넓고 긴 공간을 이동하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비해 동선이 단조롭지만,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각 층을 오르내리며 다채로운 공간 나들이를 할 수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를 즐길 만하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3층 실내전망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3층 실내전망실.고양신문

북한마을 생생히 보이는 애기봉 스타벅스
조강 전체가 조망되는 오두산 도피오커피

두 곳에 대한 개략적 소개를 마쳤으니 '최고의 북한뷰 카페는?'이라는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이 질문은 어떤 관점에서 짚어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문자 그대로 '북한뷰'로만 질문의 의미를 한정하면 애기봉 스타벅스쪽이 윗길이다.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의 해물선전마을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망원렌즈에 오래도록 눈을 붙이고 있으면 북한의 농경지와 주택들이 생생하게 포착된다.

 김포 애기봉 조강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북한뷰'.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농경지와 주택이 상세히 보인다.
김포 애기봉 조강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북한뷰'.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농경지와 주택이 상세히 보인다.고양신문

하지만 '최고의 카페'라는 폭넓은 평가기준을 적용한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오두산 통일전망대 4층 전망라운지에 있는 '도피오커피'에 표를 던지고 싶다. 우선 위치 자체가 왼쪽으로는 한강, 오른쪽으로는 임진강, 정면으로는 조강을 바라보고 있어서 북한은 물론 김포시와 파주시 일대의 풍광을 하나의 시야 속에 폭넓게 담아낸다. 다시 말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애틋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북한뷰'와 복잡하지만 친근한 '남한뷰'를 번갈아 감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남한뷰'. 맑은 날에는 자유로와 운정신도시, 북한산의 실루엣이 선명히 보인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남한뷰'. 맑은 날에는 자유로와 운정신도시, 북한산의 실루엣이 선명히 보인다. 고양신문

새삼스레 재발견하는 오두산 전망대의 매력

카페의 구조와 넓이도 오두산 도피오커피가 훨씬 쾌적하다. 애기봉 스타벅스는 전면유리창을 야외전망대 관람객들이 가리고 있지만, 도피오커피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통유리창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게다가 고양에서 거리도 훨씬 가깝고, 사전신청을 하고 입장료를 내고 신원확인을 거쳐 입장하는 애기봉에 비해 오두산은 주차도 입장료도 무료이다. 매장 면적도 스타벅스보다 훨씬 넓어 좌석 간 거리도 넉넉하고, 무엇보다도 주말에도 사람이 붐비지 않아 느긋한 '풍경멍'을 즐길 수 있으니 마음의 손가락이 오두산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파주 오두신 통일전망대 4층 라운지의 '도피오커피'. 넓은 조망과 탁 트인 공간감을 즐길 수 있다.
파주 오두신 통일전망대 4층 라운지의 '도피오커피'. 넓은 조망과 탁 트인 공간감을 즐길 수 있다. 고양신문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기자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김포 애기봉 스타벅스'가 워낙 유명세를 탄다기에, 이참에 잊혀진 공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리마인드해 드리고 싶었다고나 할까. 기자의 추천이 타당한지, 아니면 억지인지 궁금하면 두 곳을 차례로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사진으로 만나는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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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뷰 #애기봉스벅 #오두산도피오 #김포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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