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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맹공 맞선 곽종근, '의원 끄집어내라' 사수

[탄핵심판 6차 변론] 윤 "비상식적, 탄핵공작" 몰아...김형두 재판관의 예리한 질문

등록 2025.02.06 18:40수정 2025.02.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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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법률대리인단이 12. 3 내란사태 당시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하지 못하도록 국회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해온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몰상식한 군인'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표현이 다소 달라졌을지언정 윤 대통령의 지시는 있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또 애초부터 '질서유지'란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6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선 핵심 쟁점, 국회 봉쇄 및 침입 행위와 관련해 곽종근 전 사령관의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결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다 끄집어 내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폭로했던 인물이다. 이 발언은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어서 후폭풍이 상당했다.

홍장원 이어… '곽종근은 못 믿을 사람' 공격

그만큼 윤 대통령 쪽에선 '곽종근은 못 믿을 사람'이라는 부분을 입증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송진호 변호사는 곽 전 사령관이 12월 6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선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가 나흘 뒤 국회에선 '두 번째 통화'를 공개한 것을 두고 '말 바꾸기'라며 "예/아니오로 답해달라"고만 요구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답변 기회를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막히자 답답한 듯 얼굴이 굳어졌다.

송 변호사는 곽 전 사령관이 12월 9일 검찰 첫 조사 내용과 당시 제출한 자수서 등을 종합해볼 때 '사람'은 '인원'으로, '데리고 나와라'가 '끄집어 내라'로 변했고, 특히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12월 10일에 갑자기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곽 전 사령관은 "차마 그런 말을 쓸 수 없어서 (자수서에) 용어를 순화한 것이지, 바꾼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12월 10일 국방위에 대해서는 "그 말을 정확히 안 쓰면 또 왜곡하고, '또 말 틀렸네' 할 것 같아서 솔직하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문을 부수고 의원을 끄집어 내라는 지시가 부당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곽 전 사령관의 기존 진술을 두고도 "통상의 군인이라면 상황이 이러니까 지시를 이행할 수 없다고 회신하는 게 일반적인 군인의 태도이고 입장 아닌가. 왜 묵살했나"라고 다그쳤다. 그는 "대통령한테 전화왔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씹었다는 것인가? 그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는가"라며 "군 생활 해본 사람은 다 안다,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오전 김현태 707특임단장 증인신문 때만 해도 대체로 눈을 감고 듣기만 하던 윤 대통령의 태도 역시 돌변했다. 그는 곽 전 사령관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기도 했고, 변호인들에게 귓속말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이 재차 '문을 부수고서라도 끌어내라.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것은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하자 피식 웃더니 "참"이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이후 의견 진술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약 8분 동안 곽 전 사령관을 매섭게 공격했다. 그는 여러 차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오늘 얘기 중에 '의원 끌어내라'는, '의원'은 자기가 '(국회)의원'으로 이해했다는 것이지 제가 '(국회)의원'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 '인원'이라고 얘기했다는데 저는 그냥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 없다. (중략)


그저께와 오늘 상황을 보니까 12월 6일 홍장원의 공작과 12월 6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바로 내란 프레임과 탄핵공작이 시작된 걸로 보이고. 12월 10일 오전에는 대통령의 생각을 감추는 것처럼 하다가 오후에 '두 번 통화했다'는 것도, 벌써 전날 검찰에 가서 대통령 관련 얘기를 다 해놨다는 것은, 저는 다분히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가 무슨 조서를 본 것도 아니지만, 구치소에서는 어두워서 조서를 읽을 수도 없고, 제가 법정에 와서 그저께 오늘 상황을 보니까, 그것(공작)이 12월 6일부터 시작됐구나란 생각을 아주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고."

하지만 곽 전 사령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그 상황(의원들 끄집어내라 등 지시)은 제가 따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워낙 상황이 급하고, 현장이 멈춘 데에 집중해서 조치하기 바빴다. 묵살했다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병력이 국회에 들어간 건 질서 유지를 위해서이지 국회의원을 끌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 쪽 주장에 "지금 말씀하신 질서 유지 이런 부분을, 저는 당시 계획하거나 비상계엄 실시 중에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김현태 단장은 대통령 지시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얘기를 들은 적 없다고 증언했다'는 질문에 "분명히 '(제가 김 단장에게 '150명이 되면 안 된다'는 지시를 한 사람이) 대통령이다' 이런 말을 안 했다, 현장에선 몰랐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제가 이 말(대통령 지시 관련)을 안했다거나 할 수도 없는 부분이, 제 말이 마이크로 전 여단에 이미 다 전파됐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의 세 마디'에 관한 설명 역시 그간 국회 증언과 동일했다.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라, 대통령의 워딩은 딱 그 세 줄이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헌법재판소 제공

재판관의 질문 "공포탄, 테이저건, 전기 생각... 뭔가 지시 받았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 김형두 재판관의 질문이 미묘했다. 이날 김현태 단장과 곽종근 전 사령관의 진술은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테이저건이나 공포탄 사용, 단전 등을 논의한 통화 시각을 두고는 엇갈렸다. 김 전 단장은 '4일 오전 0시 17분경'이라고, 곽 전 사령관은 '같은 날 오전 0시 30분경'이라고 말했다. 0시 17분이면 윤 대통령의 '끄집어 내라'는 통화가 있기 전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쪽 변호인은 김 단장의 증언에 기대어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김 재판관은 당시 곽 전 사령관이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비살상무기 사용 여부를 문의했던 상황을 제시하며 이렇게 물었다.

"증인이 갑자기 공포탄, 테이저건, 전기 이 생각을 했다는 건데, 그냥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이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 뭔가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그걸 하려면 이걸 해야 되나 생각했다는 것 아닌가?"

곽 전 사령관은 "네"라고 대답했다.

[관련 기사]
[12월 6일] 특전사령관의 양심고백 "윤 대통령, 특전사 국회 이동할 때 직접 전화" https://omn.kr/2bah7
[12월 10일] 특전사령관 "윤 대통령, '문 부수고 의원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 https://omn.kr/2bdsh
[1월 22일] 곽종근 "분명히 대통령이 국회의원 끌어내라고 했다" https://omn.kr/2byyz
[2월 4일] 윤석열 '철수 지시'? 곽종근 "철수 결정 내가 했다" https://omn.kr/2c2zz
#윤석열 #탄핵심판 #곽종근 #내란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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