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한 사회복지학에서 꿈을 찾았어요"

[나는 사회복지사다-15] 노래로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강수진 사회복지사

등록 2025.02.06 18:26수정 2025.02.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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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남부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 강수진 사회복지사 지난 6일 ,당진남부사회복지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진남부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 강수진 사회복지사지난 6일 ,당진남부사회복지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김정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주한 어르신들의 다양한 감정과 삶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받은 수많은 감사의 말들은 그녀에게 큰 보람을 안겼지만, 때로는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사회복지사를 꿈꾼 건 아니었다. 친구의 권유로 가볍게 시작한 길, 그러나 첫 수업에서 느낀 작은 설렘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강수진 사회복지사(당진남부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는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 하나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이제는 지역사회 곳곳에 따뜻한 손길을 전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현장실습을 통해 누군가의 삶에 힘이 되는 사회복지사의 역할에 매력을 느꼈고, 그 꿈을 이뤄 현장에서 하루하루 보람을 쌓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어르신들과의 나들이에서 노래를 부르며 웃음을 나눴던 일이다. 예상치 못한 앵콜 요청에 세 곡이나 부르게 되었고, 그 후로 '노래 잘하는 사회복지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이어 "어르신들의 따뜻한 한마디와 웃음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힘든 순간마다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며 감정을 다독였던 강수진 사회복지사를 6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청운대학교를 졸업하고 당진남부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에서 일하는 강수진 사회복지사입니다. 저희 서비스제공팀은 개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사회 내에서 공동체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이 팀의 일원으로서,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단순히 친구를 따라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했어요. 그런데 첫 수업을 듣던 날,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이 길이 내 길이다!'라고 다짐하게 되었죠. 어느덧 3학년이 되어 현장 실습을 나갔고, 그 경험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직접 당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이 너무 멋지고 존경스러웠어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사회복지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지금은 그 꿈을 이루어 하루하루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비문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통한 자기효능감 향상 프로그램 “봉숭아학당” 종결 평가회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11일 비문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통한 자기효능감 향상 프로그램 “봉숭아학당” 종결 평가회가 열렸다.김정아

- 현장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과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현장에서 일하는 매 순간이 보람찼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담당했을 때였습니다. 참여 어르신께서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씀해주셨던 따뜻한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어르신의 다정한 눈빛과 손을 꼭 잡아주시던 따뜻한 온기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하지만 보람만큼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신입 사회복지사로서 매일 새로운 도전이 있었고, 특히 감정적인 부분이 힘들었어요. 프로그램의 한계로 인한 무력감, 죄책감 그리고 관계에서의 경계 설정 등 감정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감정이 풍부한 편이라 이런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고, 업무와 개인 감정을 분리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했어요.


- '이 일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싶은 순간이 있다면요? 반대로,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었던 '웃픈'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서비스제공팀이 면천혜성노인대학 어르신들과 금산으로 나들이를 갔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어르신들이 금산 인삼을 양손 가득 사고 즐겁게 돌아오는 길, 기사님께서 버스에 노래방을 연결해 주셨어요. 어르신들이 신나게 노래를 부르시던 중, 갑자기 팀장님이 "막내 직원이 노래 한 곡 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정신을 차려보니 마이크는 제 손에, 전주는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터라 긴장된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앵콜 요청이 나와서 결국 세 곡이나 부르게 되었어요. 그 후로 경로당에 제 노래 실력이 소문이 나서, 프로그램 시작 전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고 나서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부끄러웠지만, 어르신들께 웃음을 드릴 수 있어 뿌듯했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지속가능상생재단과 함께 하는 30명의 "어르신 한마음 나들이" 단체사진 지난해 11월 7일. 면천면 혜성노인대학 어르신들과 함께 충남 금산으로 갔다. 지속가능상생재단과 함께하는 30명의 '어르신 한마음 나들이'를 다녀왔다.
지속가능상생재단과 함께 하는 30명의 "어르신 한마음 나들이" 단체사진지난해 11월 7일. 면천면 혜성노인대학 어르신들과 함께 충남 금산으로 갔다. 지속가능상생재단과 함께하는 30명의 '어르신 한마음 나들이'를 다녀왔다.김정아

- 다양한 대상자들을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성장한 부분이나 배운 점이 있다면요?
제가 만난 분들은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계셨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알고, 작은 도움도 소중하게 받아들이며, 힘든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갔지만, 오히려 제가 더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오는 날이 많았어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닌,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배우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사회복지사로서 직업적 소진(burnout)을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다행히 아직까지 소진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힘든 순간들은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노래를 들으며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며 극복했습니다. 섬세하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힘들었던 감정들이 사라지고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힘들 때 스스로를 돌보며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그림 한 번 그려보세요! 특히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의 '사랑으로'를 들으면서 그리시면 더 힐링될 거예요!

-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격려의 말이 있다면요?
제가 사회복지사로 근무한 지 오래되지는 않아 깊이 있는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먼저 걱정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입니다. 저도 사회복지사를 꿈꾸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망설였던 순간들이 많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놓친 기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걱정들이 오히려 저를 가로막았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 저처럼 불필요한 걱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믿어주세요. 여러분은 분명 잘해낼 거예요. 앞으로 현장에서 같은 사회복지사로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며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신문에도 실립니다.
#당진남부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 #강수진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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