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청주 충북도민 시국대회함께 한 지인이 제작한 미니깃발. 아직도 그 책의 결말은 읽지 못했다고.
허나경
진지하고 심각한, 내란 우두머리 파면이라는 주제로 집회를 하고 있는데 재미를 찾는 게 좀 철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서울 집회가 화제가 되고 참가자가 더 늘어나고 있는 데는 그런 동력이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결의를 가지고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할 수도 있다. 집회에 나가기 위해 10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면, 나의 결의가 1정도 부족할 때 '재미'가 나머지 1을 보태준다면 칼바람이 부는 광장으로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이다. 집회가 처음 열릴 당시에도, 광장이 여러 사람에게 열려있고 모두가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는 광장임을 강조했고, 지금 그 결과가 모두에게 보이고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지역 집회는 그다지 선호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이 동네, 청주는 제법 큰 지방도시 중에서도 영 그렇다. 부울경, 강원도처럼 보수 색채가 짙어서 찬성집회 참가 자체에 주목도가 쏠리는 것도 아니고(이 분들의 참가를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갈등은 시선을 끈다는 얘기일 뿐이다) 광주와 전라도, 제주처럼 민주화와 탄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 기치를 높게 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말이 다가오고 좋아하는 가수가 탄핵 집회에서 공연을 한다는 얘기나 기수 행진 같은 행사가 있다는 말이 들리면 역시 서울로, 그 역사의 현장 속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돈과 체력, 시간을 써도 서울로 가는게 낫지 않나? 서울 왕복 차비가 3만 원, 왕복 3시간이면 못 갈 거리도 아닌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러면 지방 집회는 없어도 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지방에 집회를 열고 그곳에 모이는 걸까?
돈과 체력, 시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할만하니까? 아니면 조금 더 숭고하게 '여기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잖아'라는 마음이 있어서? 아니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곳에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크게 소리침으로서 안전한 연결감을 느끼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또 만약에, 청주처럼 화제가 되지 못하는 곳의 집회가 없다고 치면, 청주보다 더 작은 진천, 옥천 같은 곳에서 집회를 하는 분들은 얼마나 외로울까. 또 서울은 얼마나 외로울까? 이 대한민국에 크게 소리쳐 외치는 곳이 서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서울공화국이라 말하지만 이 나라가 정말 서울만으로 이루어진 곳은 아니니까.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전국 지방 집회의 참가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나도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이 극에 달해서 토요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하지만 저 말을 들으니 이번 주에는 집회에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고, 도청 앞에서 열리는 지역 집회의 정보를 찾아본다. 지난 한 달간 광장을 지켰을 사람들의 곁을 다시 채우러 간다. 우리 모두 외롭지 않은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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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태어났으나 청주살이 20년에 청주 사람이 다 되었습니다. 노잼도시라 자조하지만 노잼이 그렇게 나쁜가 싶기도 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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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잼'인 지역 탄핵집회에 나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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