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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땅 달성습지를 파괴하지 않고도 관광교량 건설할 수 있다

겨울 달성습지 돌아보니... 큰고니와 큰기러기 도래해, 이곳은 야생의 땅

등록 2025.02.08 16:38수정 2025.02.0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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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습지를 찾은 멸종위기종 큰고니와 큰기러기. 겨울 달성습지는 이들의 집이다.
달성습지를 찾은 멸종위기종 큰고니와 큰기러기. 겨울 달성습지는 이들의 집이다. 정수근

7일 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을 강행하자 환경단체가 반발해 현장 농성에 돌입해 중단된 공사는(관련 기사: 금호강 르네상스 공사 시작... 환경단체 현장 농성 돌입 https://omn.kr/2c4ru) 다음날에도 중단된 채 그대로였다. 기온이 -9도까지 떨어진 8일 아침 7시 30분 현장에 도착해 공사가 강행되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한 후 필자는 야생의 땅 달성습지 탐사에 나섰다.

겨울 달성습지를 탐사하다... 이곳은 야생의 땅

기온은 급강하했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가지는 않았다. 기온이 떨어지면 대신에 공기는 청명해져 이날도 청명한 공기와 쾌청한 하늘을 배경으로 달성습지 구석구석을 조심조심 돌아봤다.

 갈대밭. 이렇게 강 가까이로 들어갈수록 갈대가 우점한다.
갈대밭. 이렇게 강 가까이로 들어갈수록 갈대가 우점한다. 정수근

야생의 땅에 드는지라 몸가짐도 절로 절제되고 옮기는 발걸음도 조심스럽다. 조심스럽게 야생의 영역으로 한층 깊숙이 몸을 의탁해본다. 달성습지는 갈대와 물억새가 우점하는 영역이다. 강으로부터 먼 곳엔 물억새가 강 가까운 곳엔 갈대가 자리잡고 있는데, 가장자리부터 들어가야 해서 온통 물억새밭을 지나 습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본다.

조심조심 주변을 살피고 혹여나 야생의 친구들이 놀랄까 봐 걸음도 무지 느리게 옮기게 된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주변에 놓여 있는 야생의 흔적을 찾기 위함이기도 하다. 주로 야생동물들의 배설물과 털 같은 것을 목격하면서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날도 다양한 배설물들을 확인했다.

 멸종위기종 삵의 배설물 ... 이런 배설물을 세 곳에서 목격했다.
멸종위기종 삵의 배설물 ... 이런 배설물을 세 곳에서 목격했다. 정수근
 너구리의 배설물. 너구리 배설물도 2곳에서 목격했다.
너구리의 배설물. 너구리 배설물도 2곳에서 목격했다. 정수근
 고라니의 배설물. 고라니 배설물은 지천으로 깔렸다. 개체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실지로 이날 3마리의 고라니를 만났다.
고라니의 배설물. 고라니 배설물은 지천으로 깔렸다. 개체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실지로 이날 3마리의 고라니를 만났다. 정수근

삵의 배설물은 세 곳에서, 너구리의 배설물도 두 곳에서, 고라니의 배설물은 정말 여러 곳에서 목격했다. 배설물의 수만 보더라고 이곳에 우점하고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배설물을 확인했다면 직접 야생의 존재들을 목격하는 시간도 가지게 된다. 이동하는 중에 서너 개체의 고라니를 만나기도 했지만 이맘때는 겨울철새가 도래해 머무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겨울철새를 목격하게 된다.

다양한 오리류는 말할 것도 없고,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희귀 조류들 또한 만나게 된다. 8일 이날 달성습지 하중도 가장자리 모래톱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새 큰고니와 고향의 이미지를 닮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새 큰기러기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큰고니는 30개체 정도고 큰기러니는 100개체 정도가, 추운 이른 아침인지라, 큰기러기들은 여전히 머리를 몸속으로 파묻고 잠을 자고 있었다. 반면 큰고니들은 그 긴 목을 쭉 뻗으며 천천히 천천히 유영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듯했다.

 큰기러기 100여 개체가 머리를 몸속에 파묻고 잠을 자고 있다.
큰기러기 100여 개체가 머리를 몸속에 파묻고 잠을 자고 있다. 정수근
 텃새가 된 백로들도 무리지어 앉아 있다
텃새가 된 백로들도 무리지어 앉아 있다 정수근

또한 텃새가 된 백로떼들도 그 순백의 하양을 자랑하면서 무리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난데없이 잿빛개구리매 한 마리가 창공을 힘차게 날아간다. 그에 뒤질새라 황조롱이 한 녀석도 반대편을 날아간다. 그러자 잠을 자던 큰기러기 무리들이 일제히 머리를 들어 사방을 경계한다.


그렇다. 이들 맹금류는 대부분 법정보호종으로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성습지에서 이들을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달성습지가 아직은 이들이 머물기에 나쁘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잿빛개구리매가 날자 큰기러기 무리들이 일제히 머리를 처들고 경계한다.
잿빛개구리매가 날자 큰기러기 무리들이 일제히 머리를 처들고 경계한다. 정수근
 쟃빛개구리매가 날자 잠을 자던 큰기러기들이 일제히 머리를 처들고 경계한다
쟃빛개구리매가 날자 잠을 자던 큰기러기들이 일제히 머리를 처들고 경계한다 정수근

이처럼 달성습지는 여전히 야생의 땅으로, 달성습지는 이들 야생의 친구들의 보금자리요 그들의 안전한 집이다. 매년 목격되는 다양한 법정보호종 조류들로부터 삵, 너구리, 고라니까지 이들은 이곳 달성습지를 집 삼아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달성습지는 야생의 존재들에게... 관광교량은 인간의 영역에

그런데 이런 곳에 대구시는 관광용 교량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분수와 화려한 경관조명까지 단 관광용 교량을 달성습지 초입에 건설하려고 그 첫 삽을 뜬 것이다. 달성습지 초입이라 하지만 이곳은 달성습지를 핵심지역과 완충지역 그리고 전이지역으로 나눌 때 완충지역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곳에 관광용 교량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완충지역을 생태학 용어에서 찾아보면 "핵심지역의 주변에 경관, 생태 따위의 측면에서 보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설명돼 있다. 핵심지역 못지않게 경관적으로 혹은 생태적으로 가치가 있어서 보전되어야 하는 곳으로 핵심지역이 온전히 지켜지기 위해서라도 완충지역은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 대구시가 화려한 관광교량을 이용해 관광산업을 일으켜보겠다면서 이름도 거창하게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이라 칭하는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을 시작한 것이다.

 대구시가 건설하려는 관광교량.... 이런 것을 어떻게 세계적인 습지 달성습지에 건설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구시가 건설하려는 관광교량.... 이런 것을 어떻게 세계적인 습지 달성습지에 건설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수근
 환경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현장 농성에 돌입해 현수막을 들고 공사를 막아서고 있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현장 농성에 돌입해 현수막을 들고 공사를 막아서고 있다. 정수근

그러나 대구지역 환경사회단체들을 "이 공사는 절대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완충지역에 삽질이 허용되어선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이자 식물사회학자에 생태학자로 유명한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이같은 대구시의 행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지금은 (달성습지는) 굉장히 좋은 습지가 돼 있다. 그런 과정이 (현재까지) 잘 유지돼 왔는데 20여 년 만에 갑자기 그때의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이라는 이 역사 속에서 중요한 토지관리 계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완충지역 한가운데서 버젓이 이런 다리를 만든다는 것은 역사를 엎어버린 거다. 생태의 역사도 엎어버리고 우리 인간의 역사도 엎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안을 제시하기를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물리고 백번양보해서 교량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지금 서있는 금호대교와 바짝 붙이거나 금호대교 위쪽으로 교량을 건설"할 것을 요구했다. 달성습지의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고라니의 은신처. 이런 곳에서 잠과 휴식을 취한다.
고라니의 은신처. 이런 곳에서 잠과 휴식을 취한다. 정수근

그의 주장대로 대구시가 정말로 조감도대로 하고 싶다면 금호대교 위쪽에서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그곳 둔치에는 벌써 파크골프장까지 들어와 있고 이미 큰 교량도 들어서 있어서 인간의 영역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광용 교량은 달성습지라는 야생의 영역이 아닌, 금호대교 위쪽 인간의 영역에 건설되는 것이 백번 옳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인간과 야생이 비로소 공존하는 길인 것이다. 대구시의 결단을 다시 한번 촉구해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금호강르네상스 #달성습지 #대구시 #디아크문화관광활성화사업 #큰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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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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