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쟁 같은 상황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인물과 단체가 있다. 한쪽에서는 '난세의 영웅'이라며 칭송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혹세무민의 원흉'이라며 비난한다. 한국사 '1타 강사' 전한길과 무너진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나선 전광훈이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세력을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 공신이다.
누구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권리는 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국민의힘과 민주당, 나아가 중국과 미국에 대한 호불호를 피력한다고 해서 나무랄 일은 아니다. 공론의 장에서 정치적 논쟁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더없는 자양분이다. 토론의 기회는 더 늘어나야 하고 논쟁은 더 치열해져야 한다.
그러나 전한길과 전광훈의 행태는 틀렸다. 그들은 '토론' 대신 '선동'을 선택했다. 주제는 분명하니 공론의 장에 나와 반대 측과 토론을 벌이면 될 일이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부합한다. 그들에게 생방송 토론을 제안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마당이다.
그들은 공론의 장에 나오는 대신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극우적 언론 뒤에 숨었다. 그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세력 뒤에서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물론, 논거에 대해 질문하는 이들조차 적으로 규정해 공격한다. 그럴수록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토론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숫자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본질을 무시한 언론의 경마식 보도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탄핵 찬반 집회에 참여한 인원의 숫자를 각각 추산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경쟁이 불붙었다. 그들의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지 따져보지도 않는다. 나아가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칠 심각한 파장에 대해선 아예 관심을 꺼버린 듯하다.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되레 선동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헌법 위반 유무를 가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찬반 여론의 지지율로 판단하라는 식의 압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거칠게 말해서,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법과 원칙을 버리고 여론에 굴복하라는 메시지를 은근슬쩍 흘리는 셈이다.
일부 극우적 언론이 만든 이러한 '프레임'에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도 걸려든 모양새다.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탄핵 찬성 집회에 동원령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숫자 싸움'이 본격화하면서, 민주주의의 광장은 상대를 향한 분노만 들끓는 '맞불 집회'의 전쟁터로 전락했다.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1.19 서부지법 폭동'조차 옛일처럼 잊혀가고 있다.
'숫자 싸움'은 온라인상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 변화가 탄핵 인용과 기각의 분수령이 될 거라는 황당한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전한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걸 근거로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희망 회로'를 돌리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장담하건대, 여론의 추이와 상관없이 탄핵은 인용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퇴장하면 주판을 퉁기던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본격화할 테고, 그 와중에 유튜브 채널과 극우적 언론은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게 될 것이다. 결국 남은 건 전한길과 전광훈의 대중적 인지도와 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면 '개딸'로 낙인찍히고 마는 '집단 최면의 광기'가 무섭다. 혹자는 그들이 분노의 광장을 '영업'의 수단으로 활용할 줄 아는 정치 감각과 사업 수완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12.3 내란 사태'의 패자는 대한민국 사회이고, 그들만이 승자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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