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 참석은 불안하지만... '이 깃발' 덕에 든든해요"

[인터뷰] 부산 탄핵 집회에 '올출'하는 영어교사 영지씨

등록 2025.02.10 10:02수정 2025.02.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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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여성들은 어떻게 살아왔길래 광장에 뛰쳐나올까.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기록한다.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교사의 정치참여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헌법 31조와 국가공무원법 등에서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교사가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앞세워 학생을 지도하는 등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교사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완벽하게 중립적일 수는 없다.

부산 탄핵 집회에 '올출'하는 영어교사 영지(가명). 그는 기간제 교사로, 탄핵 광장에 나가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고백한다. 현장에서 학생이나 학부모를 마주치면 민원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회에 '올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지를 만나 집회에 참석하는 교사의 속내를 들어봤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모태신앙 퀴어 페미니스트 기간제 교사 영지(가명)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저도 참 복잡한 인간이네요(웃음). 제가 가진 여러 정체성을 교육으로는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한 사람입니다."

-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교사로서, 그것도 기간제 교사로서 학교 생활을 하면 답답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교사라면 누구나 '정치적 중립'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저는 제 의견을 말하고 싶은 사람인데,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거나, 품위유지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트집 잡힐까봐 걱정이 되죠.

학생이 여성 혐오 발언이라든지, 장애인 혐오 발언을 했을 때도, '네가 하고 있는 게 여성 혐오야, 장애인 혐오야' 이렇게 말하지 못하고,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으니까 그렇게 하면 안 돼' 정도로 에둘러서 말해야 해요. 어떻게 말하든 학부모 귀에 들어갈 수 있고, 다른 선생님들 귀에도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기간제 교사는 무슨 이유로든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죠."


- 학교에서 탄핵 집회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군요?

"당연히 할 수 없어요. 전반적으로 계엄은 잘못됐다는 분위기지만, 집회 참석은 '적극적인 정치참여'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학교 밖의 일이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거죠."


- 그럼 탄핵집회에 참여할 때도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조심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집회에서 학교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을 만날까 봐 걱정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학교 밖인데도 '정치적 중립'이라는 단어가 늘 따라다니면서 절 괴롭히는 느낌이랄까요. 안 그럴 수도 있지만, 애들은 충분히 '주말에 서면에서 탄핵시위하는 영어 봤다'고 얘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답답해도 항상 중무장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편입니다.

한 번은 집회 대열 옆을 지나가는 학교 학생이랑 눈이 딱 마주친 적이 있어요. 제가 담당하는 학년이 아니라 아마 그 학생은 저를 잘 몰랐을 텐데, 저는 일단 아는 얼굴이라 너무 놀랐죠. 급하게 시선을 피했지만 심장이 쿵쿵 뛰더라고요. '혹시 알아봤을까?'라는 걱정으로 둘둘 감긴 기분이었어요."

- 탄핵 집회 자체가 영지씨에게는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 집회에서 힘을 받을 때가 있나요?

"네, 우선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깃발은 거의 늘 있는데, 볼 때마다 반갑고, 고맙죠. 광장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기도 해요. 집회 중에 학생을 마주쳤을 때 엄청 걱정이 됐거든요? 근데 고개를 돌린 순간 거짓말처럼 대열 맨 앞에서 펄럭이고 있는 전교조 깃발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좀 진정이 됐어요. '몰라, 잘못돼도 뒷배가 있다!'는 사실상 말도 안 되는 생각 한 번 하고 다시 집회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부산 서면 집회에서의 전교조 깃발
부산 서면 집회에서의 전교조 깃발 영지 제공

- 이번 탄핵집회에서 화제가 되는 것이, 청소년들의 자유발언이에요. 혹시 영지씨도 청소년 자유 발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지난해 12월 21일, 동천로에서 집회가 처음 열렸던 날, 예문여고 재학생의 시국선언문 낭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존재를 부정당하고 당연한 권리를 빼앗겨 온 사람들의 이름을 분명히 명명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 노동자, 특정 지역 사람들, 아이들, 여성' 등을 명명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과 관련된 문장을 인용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지 않겠다고, 전에 있었던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를 위해 생각하고 또 행동하겠다고 외치던 당당한 목소리를 떠올리면 이 나라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데 감사하게 돼요."

-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신 바가 있나요?

"사실 학교는 저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제가 선생님들 중에서 젊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조금 다른 선생님들보다 조금 더 가깝게 대해준 학생들이 있어요. 작년에 졸업한 학생들을 제가 2년 동안 담당했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졸업했어요,'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니구나' 생각하게 돼요.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내 의견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주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저 만큼은 언니나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싶어요. 믿을 수 있는 어른, 특히 여학생들에게 믿을 수 있는 여자 어른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법률일 것이다. 이것이 학생과 교사의 진보적 의견을 검열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학부모와 학교의 감시 속에서 교사들은 신중해 진다. 특히 기간제 교사는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학교라는 업무 공간에서 더욱 신중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지씨처럼 교사로서의 역할과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함께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인터뷰이들 중에는 '탄핵 광장에 나오게 된 계기'로 교사를 언급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교사를 통해 사회를 이해할 시각을 얻고, 그것은 그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했다. 공교육 안에서 모두가 의견을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는 브런치에 아카이빙 목적으로 게시될 수 있으며, 추후 인터뷰집 출간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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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탄핵찬성집회 #탄핵찬성집회 #전교조 #정치적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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