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말 한국은행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모든 국민이 관심 있어 할 만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으로 입시경쟁 과열이 우리나라의 구조적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처음 나왔을 때 보고서는 한국은행의 연구자들 일부의 개인적인 견해 정도로 여겨졌으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뒤이어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보고서의 논조를 지지하는 견해를 밝히면서 보고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한국은행에서 왜 대학입시까지 문제 삼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단순한 교육 문제를 넘어 저출산, 수도권 집중 등 많은 면에서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위해 학군과 학원이 좋다는 강남으로 이사를 가고, 그러다 보니 주변 주택가격은 한없이 상승하고, 결국 젊은 청년들은 자기 돈으로는 제대로 된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렵게 되며, 결국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게 된 것이 우리나라의 슬픈 현실입니다.
소득 격차가 낳은 대학 진학 격차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의하면 소득수준과 사교육비 지출 정도와 상위권대의 진학률이 깊은 관계가 있음을 확인시켜줬습니다. 사교육비의 경우, 월 소득 8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월평균 97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데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38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예상대로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은 경우 사교육비 지출도 큼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소위 명문대라고 할 수 있는 상위 8개 대학과 의대, 치·의대, 한의대, 수의대 등 수험생에게 인기가 높은 상위권대 진학률을 살펴보면 소득수준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이상의 가정에서는 5.9%에 이르지만, 하위 소득수준 20% 이하의 가정에서는 1.1%에 이르러 5배 이상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은 거주지역에 따라서도 사교육비의 격차가 나타나고, 이는 다시 상위권대 진학률의 차이로 나타남을 지적했습니다. 거주지별 사교육비는 예상대로 서울이 가장 높고, 광역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순으로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2018년 서울 출신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16%에 불과하였으나 서울대 진학생 중에는 32%를 차지했고, 특히 소득수준이 높고 사교육이 활발한 강남 3구 출신 학생은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4%에 불과하지만 서울대 진학생 중 12%를 차지하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즉, 좋은 동네에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학부모들의 믿음을 이번 보고서가 확인해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많은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서울로, 강남으로 보내고 싶어 할 것이며, 이래서는 궁극적으로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 사회

▲수능 D-3 '의대 합격' 2024년 11월 11일 오전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 사찰에 수능 고득점과 의대 합격 등 소원이 적힌 연등 아래에서 한 시민이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같은 결과는 상위권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학생 개인의 진정한 실력이라기보다는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시험점수 위주의 대학입시보다는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오히려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은과 이창용 총재가 제안한 '지역별 비례선발제'에 대해 우리 사회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교육부의 경우 이런 제도는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한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며,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에서도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거나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혀서 '지역별 비례선발제'가 쉽게 도입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지역에 따라 입학 기준이 달라질 수 있어 역차별 가능성과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도 수도권의 많은 대학들이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통해 지역인재를 선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선발인원이 입학정원의 일부에 그치고 있고, 이 지역균형선발에서도 수도권 출신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균형선발을 통해 입학한 경우 학생들 사이에서 차별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IMF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30년 동안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는 사회적 양극화와 MZ세대의 가치관의 변화 등이 하나의 이유일 것입니다. 공정은 당연히 바람직하나, 과연 시험점수가 1점이라도 높은 사람만 선발하는 것이 공정한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는 일종의 능력주위라고 하는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 사회시스템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오해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메리토크라시는 장점도 있지만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과도한 경쟁을 불러일으켜 인간의 다양한 가치를 간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다원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협업과 연대가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메리토크라시는 이런 점에서 크게 보완돼야 할 것입니다.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사교육 시장은 커지는 역설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의 저자인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일정 수준의 능력자 중에서는 차라리 제비뽑기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입시제도가 오히려 공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대학입시에 사회적 배경이 개인의 능력이나 실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일 겁니다.
2023년 통계에 의하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원에 달한다고 하며, 이는 2015년 18조 원에서 8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사교육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니 참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는 상위권 대학, 특히 의대 등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일극화된 욕망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미래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라고 합니다. 직업도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의사들만 모여서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을 제대로 이끌고 저출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함께 지역대학의 수준 제고, 다양한 삶의 성공모델 제시 등을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굿모닝 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온라인 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
공유하기
대학을 '지역 비례선발'로? 한국은행의 이유있는 제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