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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나면 노동자 탓? 이렇게 해선 사고 못 막는다

[현대제철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③] 사고예방, 노동자 책임지는 방식으론 안돼

등록 2025.02.14 11:12수정 2025.02.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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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탁 트인 야외에서 가스누출사고로 사망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2명의 현대제철 노동자가 중대재해(이 중 비정규직 노동자 40명)로 사망했고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이후에만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대표적인 중대재해 다발기업이다.

현대제철은 2015년부터 10대 핵심안전수칙(Safety Core Rules, SCR)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2023년 8월부터는 SCR 위반에 따른 휴업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차수와 상관 없이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징벌제도로 작용하고 있다. SCR은 윤석열 정부와 재계를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자율규제를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대제철노동자 인권실태조사단은 현대제철의 산업재해와 SCR제도를 통해 노동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자율규제’가 산재사고를 줄이는 진정한 대안이 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기자말]
2024년 12월 12일 현대제철에서 정비 중 가스누출로 정년을 1년 앞둔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 장소는 11월 20일 경, 12월 10일 가스누출 관련 민원이 계속해서 있을 정도로 노후화된 설비가 있던 곳이었다.

하인리히에 따르면 1건의 산재사고사망이 일어나기 전, 같은 원인의 경미한 산업재해와 아차사고가 각각 29건, 300건 발생한다. 사망사고 이전에 예방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10건의 중독 및 질식 의심사고가 이번 사고를 막을 계기였다. 하지만 선행된 사고에도 불구하고 52번째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을 막지 못했다.

현대제철에서 발생하고 있는 끊이지 않는 중대재해는 사고가 반복됨에도 구조적 원인보다 노동자의 책임을 묻는 데 집중하는 사고조사로 인한 것이다.

 고인이 숨지기 전 작업하던 장소. 사고 전 여러 차례 가스 누출 신고가 있던 곳이었다.
고인이 숨지기 전 작업하던 장소. 사고 전 여러 차례 가스 누출 신고가 있던 곳이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중대재해 비상대책위원회

반복되는 사고에도 사고 나면 노동자에 책임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조사위원회의 정의에 따르면 사고조사는 '사고예방의 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절차'이다. 이를 위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안전권고사항을 발행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특히 사고조사는 누구의 잘못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현대제철 최종 사고 보고서는 사고의 구조적 원인에 주목하여 사고예방의 목적을 수행하기보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경향이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3일 이상 일을 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해 작성된 최종 사고 보고서는 709건이다. 이 중 44건은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린다. 해당 사고들에서는 주로 서두름 작업, 작업자 부주의 등의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이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제철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전관리제도인 '10대 핵심안전수칙' 중 '작업절차 미준수' 등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징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안전사랑카드가 발부된다.

산업재해의 원인이 노동자에게로 돌려질 때 재해예방을 위한 대책은 노동자에게 더 많은 의무를 부과하고 교육을 통해 불안전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귀결된다.


 금속노조와 ‘현대제철 중대재해 비상대책위원회’가 2025년 2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대제철 당진공장 중대재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속노조와 ‘현대제철 중대재해 비상대책위원회’가 2025년 2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대제철 당진공장 중대재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속노동자

노동자 징계하자 줄어든 산업재해?

노동자에게 산업재해의 원인을 묻는 현대제철의 사고조사 방식은 효과적일까?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사고조사가 사고가 일어난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기보다 노동자 개인의 행위에 집중할 때 사고의 원인과 규명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위험상황이 관성화 된다. 회사에 위험이 인지되지 않고 보고되지 않다보니 원인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노동자들의 업무는 안전과 위험의 경계선에서의 '정상적 일탈'로 취급되어 반복된다. 사고의 원인이 노동자의 정상적 일탈로 취급될 때 다른 사고 발생 시 또 노동자의 책임으로 축소되고 '정상적 일탈'상황은 결국 더 큰 사고를 유발하게 된다.


현대제철의 상황이 딱 그렇다.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이 재해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사고 44건 중 25건은 최근 1년간 이미 동종의 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 10월 30일에 '외주링'을 운반하던 하청노동자가 손을 베이는 사고는 이미 5건의 사고가 있었던 곳이다. 2인 1조 작업 미준수가 위반 사유였지만 왜 2인 1조를 할 수 없었는지는 사고 분석에 들어가 있지 않다. 같은 해 5월 25일 보수 작업 중 발목 접질림 사고의 경우 1년간 4건의 사고가 났다. 사고재해율이 4.17%에 달해 2023년 제조업 사고재해율 0.61%의 7배에 달하는 작업이었지만 전방 주시 부주의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넘어지지 않게 설비를 고치는 것은 6번째 사고가 발생한 후 진행됐다.

현대제철이 노동자에게 산업재해 책임을 돌리는 것은 외부에서 보이는 사고재해율 수치를 낮추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속 정규직 노동자 인터뷰에 따르면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그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무시된 채 재해 발생 시 노동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내 분위기가 산업재해를 숨기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특히 작업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하청노동자의 경우 산업재해를 더욱 숨길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 CSR 보고서 '2024 통합보고서 BEYOND STEEL'에 따르면 협력/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손실재해빈도율(100만 근무시간당 근로손실이 발생한 재해 건수를 기준으로 산업재해 발생빈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2.85로 현대제철 정규직 노동자의 2.93보다 낮다. 지난 15년간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52명 중 40명이 비정규직일 정도로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한 현대제철의 상황과 매우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비정규직이 1% 증가하면 1인당 산재 발생 비율이 0.7% 늘어난다는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의 연구(2021)와도 다른 현대제철 협력/외주업체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노동자 처벌 중심의 사고조사가 만들어낸 '왜곡된 결과'일수도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노동자들의 근로손실재해빈도율(100만 근무시간당 근로손실이 발생한 재해 건수를 기준으로 산업재해 발생빈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2023년 3.04에서 2024년 2.89로 감소하였다. 매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는데도 이상하게 사고는 줄고 있는 것이다.

처벌은 은폐를 낳고, 은폐는 중대재해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고조사의 결과가 노동자의 책임으로 나아갈 때 눈에 보이는 산업재해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조사의 본질인 사고예방은 노동자가 책임지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2024년 12월 12일 발생한 가스누출로 인한 중대재해가 그것을 보여준다. 2013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총 1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망했다. 그 결과 노동건강연대 등 시민단체들에게 그해 가장 많은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그 시기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1년부터 3년간 20건의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해 가장 많은 산재은폐를 한 기업이었다.

현대제철은 통합보고서를 통해 '안전한 100년 제철소 구현'과 '중상해 및 중대재해 ZERO'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거창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한 현대제철의 중대재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2025년 2월 5일 현대제철노동자 인권실태조사 보고회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현대제철노동자 안전해졌나?'에서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대재해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 #사망사고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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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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