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와 ‘현대제철 중대재해 비상대책위원회’가 2025년 2월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현대제철 당진공장 중대재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속노동자
노동자 징계하자 줄어든 산업재해?
노동자에게 산업재해의 원인을 묻는 현대제철의 사고조사 방식은 효과적일까?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사고조사가 사고가 일어난 구조적 원인을 파악하기보다 노동자 개인의 행위에 집중할 때 사고의 원인과 규명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위험상황이 관성화 된다. 회사에 위험이 인지되지 않고 보고되지 않다보니 원인이 개선되지 않은 채로 노동자들의 업무는 안전과 위험의 경계선에서의 '정상적 일탈'로 취급되어 반복된다. 사고의 원인이 노동자의 정상적 일탈로 취급될 때 다른 사고 발생 시 또 노동자의 책임으로 축소되고 '정상적 일탈'상황은 결국 더 큰 사고를 유발하게 된다.
현대제철의 상황이 딱 그렇다.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이 재해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사고 44건 중 25건은 최근 1년간 이미 동종의 사고가 발생했다. 2023년 10월 30일에 '외주링'을 운반하던 하청노동자가 손을 베이는 사고는 이미 5건의 사고가 있었던 곳이다. 2인 1조 작업 미준수가 위반 사유였지만 왜 2인 1조를 할 수 없었는지는 사고 분석에 들어가 있지 않다. 같은 해 5월 25일 보수 작업 중 발목 접질림 사고의 경우 1년간 4건의 사고가 났다. 사고재해율이 4.17%에 달해 2023년 제조업 사고재해율 0.61%의 7배에 달하는 작업이었지만 전방 주시 부주의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넘어지지 않게 설비를 고치는 것은 6번째 사고가 발생한 후 진행됐다.
현대제철이 노동자에게 산업재해 책임을 돌리는 것은 외부에서 보이는 사고재해율 수치를 낮추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노동자 인권실태조사 속 정규직 노동자 인터뷰에 따르면 재해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그렇게 일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무시된 채 재해 발생 시 노동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내 분위기가 산업재해를 숨기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특히 작업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하청노동자의 경우 산업재해를 더욱 숨길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 CSR 보고서 '2024 통합보고서 BEYOND STEEL'에 따르면 협력/외주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근로손실재해빈도율(100만 근무시간당 근로손실이 발생한 재해 건수를 기준으로 산업재해 발생빈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2.85로 현대제철 정규직 노동자의 2.93보다 낮다. 지난 15년간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52명 중 40명이 비정규직일 정도로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한 현대제철의 상황과 매우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비정규직이 1% 증가하면 1인당 산재 발생 비율이 0.7% 늘어난다는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의 연구(2021)와도 다른 현대제철 협력/외주업체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노동자 처벌 중심의 사고조사가 만들어낸 '왜곡된 결과'일수도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통합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노동자들의 근로손실재해빈도율(100만 근무시간당 근로손실이 발생한 재해 건수를 기준으로 산업재해 발생빈도를 나타내는 지표)은 2023년 3.04에서 2024년 2.89로 감소하였다. 매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는데도 이상하게 사고는 줄고 있는 것이다.
처벌은 은폐를 낳고, 은폐는 중대재해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고조사의 결과가 노동자의 책임으로 나아갈 때 눈에 보이는 산업재해는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조사의 본질인 사고예방은 노동자가 책임지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2024년 12월 12일 발생한 가스누출로 인한 중대재해가 그것을 보여준다. 2013년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총 10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사망했다. 그 결과 노동건강연대 등 시민단체들에게 그해 가장 많은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그 시기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1년부터 3년간 20건의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해 가장 많은 산재은폐를 한 기업이었다.
현대제철은 통합보고서를 통해 '안전한 100년 제철소 구현'과 '중상해 및 중대재해 ZERO'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거창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한 현대제철의 중대재해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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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나면 노동자 탓? 이렇게 해선 사고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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