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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이 와 봐야 광주선 별 수 없어요" 제자가 단언한 이유

[아이들은 나의 스승] '1타 강사' 전한길의 발언에 대한 제자의 반론

등록 2025.02.13 07:05수정 2025.02.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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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전한길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2월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발언하는 전한길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2월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야 그의 속내를 대충 알 것 같다. 명색이 오랫동안 한국사를 가르치는 '1타 강사'가 대중 앞에서 버젓이 거짓말을 늘어놓는 모습을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어서다. 전한길 이야기다.

그가 서울과 부산, 대구를 거쳐 드디어 이번 주 토요일(15일) 광주에 올 모양이다. 시내 곳곳에 그의 이름과 사진을 실은 현수막이 내걸렸고, 단숨에 지역 사회에 화제를 몰고 왔다. 아이들조차 '구경 가겠다'며 짐짓 설레는 눈치다. 호불호를 떠나 요즘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탄핵 반대 집회를 불허한다고 밝혔고, 기독교 연합 단체인 '세이브 코리아'와 자유통일당 등 주관 기관은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 역시 집회를 불허하는 건 민주적이지 못하다며 거듭 광주행을 약속했다. 물론, 그의 광주 방문은 자유다.

옛 전남도청 앞 민주 광장에서는 주말마다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엄동설한에도 많게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파면을 외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을 겪은 광주 시민에게 비상계엄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은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할 정도다.

"이건 계엄령이 아니라 평화로운 '계몽령'이다."

그가 탄핵 반대 집회 때마다 내뱉는 일성이다. 계엄과 평화, 계몽을 등치시킨 그의 '말장난'은 5.18 학살의 기억을 품고 살아온 광주 시민의 가슴을 또다시 후벼파는 만행이다. 미리 충고하건대, 설령 한 입으로 두말한다고 욕먹을지언정 광주에선 결코 꺼내서는 안 될 망언이다.

전한길이 굳이 광주에 오는 이유


광주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 하리라는 건 그가 더 잘 알 것이다. 환영은커녕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테다. 그런데도 굳이 광주를 찾아와 마이크를 잡으려는 건 위험을 무릅쓸 만한 '투자'라는 확신 때문 아닐까. 앞으로 뭘 하든 30%의 지지만 받으면 만사형통일 거라는.

그에게 '적진을 향해 용감하게 돌격하는 전사'의 이미지가 각인되는 순간, 30% 남짓의 탄핵 반대 여론은 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로 돌변하게 될 것이다. 그가 무슨 말과 어떤 행동을 하든 무조건 추종하는 집단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미 전한길은 전광훈 못지않은 '리더'로 거듭났다.


탄핵 반대 집회의 현장에서 그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수십 명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강력한 실세가 됐다. 뉴스 화면으로만 보면, 단상에 오르는 그를 국회의원들이 줄지어 옹립하는 모양새다. 과거 주요한 대통령 후보의 부인까지 부러 가서 '인증샷'을 찍을 정도의 위상이다.

지난 부산과 대구에서의 '영업'은 대성공이었다. 이제 사실상 광주 한 곳만 남았다. 극단적으로 찬반이 갈리는 '탄핵 정국'에서 해묵은 영호남 지역감정은 '불쏘시개'로 활용되기 안성맞춤인 소재다. '염장을 지르는' 말 몇 마디면 지역민의 분노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 수 있다.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광주의 연단에 올라 그가 꺼낼 이야기는 부산과 대구 때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서두 삼아 5.18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할 테고,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끌었다고 치켜세울 것이다. 세월호 참사부터 제주항공 참사 때 보여준 성숙한 시민 의식도 상찬할 것이다.

그런 다음 '본론'을 시작해야 자연스럽다. 민주화의 성지로 우뚝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낙후한 곳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할 것이다.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르게 유출되는 현실을 지적할 테다. 집회에서 청년 세대의 좌절과 분노에 대한 언급은 전가의 보도다.

이는 민주당 '일당 독재' 때문이라고 단언할 것이다. 나아가 이야말로 지역을 낙후시키고 대한민국을 위기로 내몬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목소리 높일 것이다. 그 중심에 이재명 대표가 있고, 그가 주도한 '입법 독재'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할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부디 억측이라고 무지르지 않길 바란다. 누구든 광주에 오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선거철만 되면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앞다퉈 광주를 찾아오는데, 시민들 앞에서 표를 달라며 외쳤던 내용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만큼 똑같았다.

분란을 일으킬 게 뻔한 광주 방문을 통해 그가 노리는 건, 기존의 그에 대한 지지를 콘크리트처럼 굳히는 것일 테다. 그러자면 집회 현장에 모인 군중보다 그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의 숫자가 더 중요하다. 이왕이면 찬반 갈등이 격화되어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면 '금상첨화'다.

'전한길 발언' 손팻말을 만들겠다는 제자

"전한길의 '노이즈 마케팅'에 또래 친구들이 휘둘리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한 제자가 그의 광주 방문 소식에 문자를 보내왔다. 아이들이 '1타 강사'의 인지도에 혹해 '흑화'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교과서 대신 유튜브로 역사를 공부하는 세대여서, '1타 강사'의 발언은 학교 선생님의 그것보다 영향력이 크다는 거다. 그들에게 전한길은 '연예인'이다.

유튜브 영상에서 보는 모습과 실물을 비교해 보겠다거나 함께 인증샷을 찍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인터넷 강의 교재에다 사인을 받겠다는 경우도 있단다. 그가 어떤 주장을 하고, 논거는 무엇인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전한길이 와 봐야 광주에선 별 수 없어요"라며 당일 광장에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집회 현장에서 그의 주장을 논박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겠지만, 큼지막한 손팻말을 만들어 반대의 뜻을 내보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미 인터넷에 떠도는 '전한길 발언 모음'을 출력해 반론을 준비하고 있다며 몇 가지를 귀띔해 주었다.

전한길 : "대통령께서 우리를 사랑한다면, 우리 역시 사랑으로 보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자 : "대통령은 아내만 사랑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속지 마십시오."

전한길 :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제가 조사해 보니 많은 의혹과 의심 살만한 게 많았다."
제자 : "조사해 보셨으니,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를 제시해 주십시오."

전한길 : "동원된 군인의 수가 적고 실탄도 장전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내란입니까?"
제자 : "그럼 동원된 군인이 몇 명이어야 내란으로 인정됩니까?"

전한길 : "대통령께서 스스로 희생을 선택했습니다."
제자 : "대통령이 예수님입니까?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마십시오."

전한길 : "대통령 직무 복귀시켜서 보다 더 강력한 대한민국을 만듭시다."
제자 : "대통령이 직무 복귀하면 더 강력한 계엄령을 선포할 겁니다."

제자의 당찬 모습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 진다. 이번 주말 5.18 민주 광장 주변은 탄핵 찬반 집회로 인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며 언론사마다 호들갑 떨지만 그다지 큰 걱정은 없다. 내가 아는 한, 성숙한 광주 시민들이 극우 세력의 치졸한 전략에 쉬이 말려들진 않을 것이다.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들 앞에서 발언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고, 전한길은 극우의 '신상품'이자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스스로 고백했듯, 수십억 원의 수입을 포기하고 광장의 대중을 선동한 결실이다. 동갑내기 전한길 강사에게 묻는다. 진정 그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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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광주탄핵반대집회 #518민주광장 #계몽령 #123윤석열내란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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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이 기사는 연재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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