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어쩌면 프리랜서 번역가도 소수파가 아닐까? 7년 차 번역가, 작가로서 요즘 그걸 자주 느낀다. 이 글에 사회에서 소수파인 번역가의 이야기를 썼을 때 얼마나 많은 이가 관심을 가져 줄까 불안해질 만큼. 최근 친구를 따라 여성 친목 모임 두 곳, 책을 좋아해 독서 모임 한 곳에 들어갔다.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혼자 일하고 생활하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주변에 친구들이 많은 예비 배우자를 본 후, 나 또한 한동안 방치해 뒀던 인간관계의 톱니바퀴에 기름칠을 하고 돌려 인생을 윤택하게 만들고 싶어졌다. 그곳에서 본 같은 나이 또래의 그들은 회사의 출퇴근 시간부터 달랐다. 8시 30분~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소위 9 to 6로 일하는 사람이 많았고 그 외에는 바쁠 때 야근하거나 아이를 낳아 육아에 힘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가 두어 명 있었지만, 근무 시간부터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나 같은 프리랜서와 아주 똑같지는 않았다. 프리랜서 번역가의 삶 나의 하루는 보통 이렇다. 이른 새벽, 나는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며 집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근무 시간은 보통 새벽부터 저녁까지. 보통 추석도, 설날도 일하는 기쁨을 누린다. 근무 요일과 시간은 프리랜서 번역가마다 상이하다. 일반적인 근무 시간인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 심하게 바쁠 때는 오후 11시쯤 잠에 들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종일 일만 한다. 마감일에는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약속을 잡지 않는다. 물론 마감일은 매달, 매년 다르다. 프로젝트별로 다양한 회사와 거래하지만 햇수가 지날수록 지킬 것 지켜 주는 좋은 회사들이 곁에 남았다. 물론 모든 관계는 영원하지 않기에 새로움에 도전할 기쁨과 불안을 안고 있어야 한다. 4대 보험이 없다. 일하다가 자투리 시간에 글을 쓴다. 혼자 일한다. 자신이 게을러질까 봐 두렵다. 자유롭다. 자주 더 성공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전업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해온 나의 삶은 이러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프리랜서는 근무 시간부터 자신이 만들어 나가기에, 삶도 무한대에 가까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심지어 같은 번역가임에도 전문 분야, 업무 시간이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이슈가 된 고 오요안나 씨도 같은 프리랜서지만 형태는 달랐다. 주로 재택근무를 하는 나와 달리 그는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대중 앞에 섰다. 기상캐스터로서 방송사의 날씨를 담당했고, 라디오에도 나왔기에 일반인들에게는 마치 상근직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 관련해, 그가 프리랜서여서 제대로 보호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프리랜서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나와 형태가 다른 프리랜서라 해도 마음이 아팠다. 고 오요안나 씨 사망을 다루는 한 기사에서 프리랜서를 "사각지대에 놓였다"라고 표현한 기사를 보았다. 사각지대라는 단어에서 안정감보다는 불안함, 주류보다는 비주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업무 형태를 창조해 나가는 프리랜서는, 근무 시간이 자유롭지만 그만큼 홀로 끊임없이 살 궁리를 하고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큰사진보기 ▲번역가와 마감_마감이 있을 때 직접 쓴 글 자유로워 보이나 불안정하고 마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삶. 일반적이지 않고 특이할지도 모른다.김연경 일련의 사건을 본 후 나는 슬픔에 잠겼다. 동시에 프리랜서의 법적 보호망이 약하다는 사실에 불안해졌다.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말 나아질 수 있는가? 소수파로 살아도 되는 것인가? 이런 복잡한 머릿속 질문들에, 뜻밖에도 다른 번역가들이 자신의 삶으로 답해 주었다. 최근 한강 작가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그의 책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는 귀한 책을 세상에 알린 일등 공신으로 언론의 칭송을 받았다. 나는 한강 작가에게 직접 컨택해 번역과 출판을 진행한 그의 추진력이 존경스러워 SNS 여기저기에 관련 뉴스를 올리고 다녔을 정도다. 한국 역사를 다룬 섬세한 소설에 외국인이 도전하여 상까지 이끌어낸 데보라 스미스의 존재에 적지 않은 번역가가 집념을 배웠으리라. 영화 번역가 황석희는 일상과 번역 이야기를 담은 책 <번역: 황석희>를 냈다. "나는 참 괜찮은 직업을 골랐다"라며 영화 번역의 고찰도, 씁쓸한 부분도, 왜 번역을 시작했는지도, 번역가가 자막의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큰사진보기 ▲번역 : 황석희 번역가의 삶을 담은 에세이다.김연경 그는 SNS 활동도 활발하다. 길지 않은 깔끔한 글을 자주 올리며 자신의 삶을 드러낸다. 자신을 향한 억지스러운 '번역 딴지'에도 그는 SNS에서 이를 잘 설명하고 넘기며 번역가의 삶을 알린다. 번역가는 혼자 일해서 조용하고 폐쇄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글을 보니 그는 드라마 '런 온'에 도움을 줄 때도, 번역가들이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도 나서며 크고 작게 도전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잠길 뻔한 번역가의 인식을 수면 위로 올리는 사람들. 번역가의 인식을 넓히려는 사람들. 도전하는 사람들. 번역가라는 직업의 가치를 조금 더 무겁게, 귀중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이로써 번역을 대하는 시선이 점점 진중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탄생해 왔다. 때로는 소수파의 삶이라고 여겨질지라도 번역가는 떠나지 않고 꾹꾹 입지를 다지며 번역의 중요성을 더해 나간다. 다행히도 사각지대, 소수파로도 여겨지던 번역가들의 귀한 한걸음, 한걸음에 번역의 진중함은 커져 나가고 있다. 번역가인 나도 미래에 희망을 품게 될 만큼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쓰며, 프리랜서로서 힘차게 살아온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당신은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고 오요안나 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고오요안나 #오요안나사건 #프리랜서 #번역가 #일본어 추천2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연경 (shoegirl0226) 내방 구독하기 트위터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7년 차 번역가, 작가. 일본어 번역가로서 게임, 출판, 영상,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일본에서 한 달을 산다는 것(공저), New Square 01 일상적 글쓰기의 기쁨과 슬픔(공저), 번역 매거진 번역하다(공저), 역서로 일단 나부터 칭찬합시다가 있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큰고니 '집단 난투극', 이것 때문이었다 응원봉 들고 광화문 가득 메운 시민들"일상 돌아가고 싶다...헌재, 이젠 탄핵해야" 민주당 도보행진 첫날 "윤석열 복귀는 민주공화국 파멸" AD AD AD 인기기사 1 헌법학자 김승환 "탄핵 심판청구, 어느 쪽이든 결론은 파면" 2 사람들이 밖에서 맥주 안 마시는 이유... 그 사람 때문이다 3 "석열이형 편이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4 응원봉 들고 광화문 가득 메운 시민들"일상 돌아가고 싶다...헌재, 이젠 탄핵해야" 5 "이재명 사형·암살" 주장한 은퇴 교수...장신대 내부도 충격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7년 차 번역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헌법학자 김승환 "탄핵 심판청구, 어느 쪽이든 결론은 파면" 사람들이 밖에서 맥주 안 마시는 이유... 그 사람 때문이다 "석열이형 편이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응원봉 들고 광화문 가득 메운 시민들"일상 돌아가고 싶다...헌재, 이젠 탄핵해야" "이재명 사형·암살" 주장한 은퇴 교수...장신대 내부도 충격 "빨래방 참말로 고맙소잉"...모두를 울린 담양댁을 만났습니다 애 셋 잘 키웠는데... 중년에 남편이 이럴 줄이야 [오마이포토] 서울대 과잠 입고 국회 온 학생, 격려하는 여당 의원 안철수 "윤 대통령, 어떤 결과든 따른다는 승복 메시지 내야" "이재명 되면 신천지 망해, 윤석열 밀어야 보호 받아"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