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양화면 수원2리 마을사람들지난 9일 백마강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에서 낙화놀이를 위해 낙화봉을 매달며 수고한 마을 사람들.
송재수
지난 가을, 수원 2리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연한 낙화 놀이를 감상하며 송재수 위원장과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수원 2리 마을 사업을 위해서 1인 다역을 해내며 분주한 송재수 위원장의 열정이, 낙화 불꽃보다도 뜨거워 보였다.
"저는 어린 시절 논 한가운데서 불장난하면서 놀던 추억이 떠오르는데요."
"와, 우리 전통 놀이 중에도 이렇게 멋있는 불꽃놀이가 있었네요."
다행히 수원 2리 마을 축제의 날에는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을 비롯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까지 낙화봉처럼 줄줄이 마을로 찾아와 낙화 놀이를 즐겼다. 부여군 전역에 붙인 현수막과 SNS, 동영상 플랫폼 등에 낙화 놀이를 콘텐츠로 마을 소개를 했던 송재수 위원장의 노고는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1회 낙화놀이 축제, 시골 작은 마을의 축제치고는 제법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소박하지만 제 몸을 태워 빛과 소리를 내주고 스러지는 낙화 불꽃에 사람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낸 축제라는 게 신선했고 함께 즐기고 함께 이루어내서 찬란했다.
1천여 개의 낙화봉에 불을 붙이자 때로는 잔잔하게, 줄을 흔들면서 격하게 불꽃을 떨어뜨리며 낙화봉은 사람들 오감을 만족시키는 낙화를 쏟아냈다. 낙화불꽃은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냈다.
부여군 양화면 수원 2리 마을의 낙화놀이는 '하냥살이', '함께 해냄'이라는 마을 공동체의 복원을 위한 소박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었다. 일찍이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라고 일갈했던 전우익 농사꾼과 최재천 교수 같은 사람들의 '함께 살기, 하냥살이'를 놀이로 구현하고자 했다.
해가 바뀌고 수원 2리 낙화놀이는, 지난 2월 8일~9일까지 이틀간 백마강 테마파크 일원에서 펼쳐진 '부여군 백마강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 행사'에도 초대 받아 부여군민들 앞에 정식으로 시연하게 되었다.
늦추위가 몰고 온 백마강 강바람이 시린 날이었다. 수원 2리 송재수 위원장과 마을 사람들은 낙화봉을 줄에 매다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둠이 내리자 '하냥살이' 낙화 불꽃이 부여 전망탑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고고한 불꽃을 내려주었다.
부여의 낙화놀이는 수원 2리 마을에서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실현하기 위해 시동을 건 마을 사업이었다. '하양살이', '함께 해냄'의 염원을 담은 낙화놀이의 불꽃이 우리나라 온 마을에 낙화처럼 분분하게 퍼져나가 따뜻한 온기로 남는 그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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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불꽃비가 우수수... 사람들 탄성 터져 나온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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