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직접 만든 김밥... 엄마 생각이 났다

캐나다에서 불러낸 그리운 김밥의 기억

등록 2025.02.12 10:21수정 2025.02.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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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캐나다의 월마트에서 진열 냉동고에서 김밥을 발견했다. 재미 한국인 블로거 세라 안 씨가 어머니와 함께 올린 '냉동 김밥 먹방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 내에서 냉동 김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러한 인기몰이 때문일까, 이제는 캐나다에서도 냉동 김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 냉동 삼겹살이 유행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던 기억이 난다. 냉동 김밥도 인기가 많아지면 비슷한 현상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월마트에서 냉동 김밥을 본 순간, 오히려 직접 김밥을 만들어 먹고 싶어졌다. 저녁에 김밥을 싸기로 결심하고, 월마트에서 시금치와 당근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아내가 아닌, 내가 김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사실 김밥을 직접 싸보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김밥을 싸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아내가 만드는 과정도 익숙하게 봐왔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김밥은 내게 특별한 음식이다.

어릴 적 운동회나 소풍 때 항상 김밥이 따라왔고, 그때의 즐거운 기억이 함께 묻어 있다. 김밥이 맛있어서였을까, 아니면 먹기 편해서였을까? 왠지 김밥은 늘 특별한 순간을 함께했던 음식이었다.

특히 해외에서는 한인 마트나 특정 식당에 가야만 김밥을 맛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며 한국의 맛을 느끼는 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냉장고에서 김밥 재료를 하나둘 꺼냈다. 치즈, 어묵, 햄, 계란, 단무지, 그리고 월마트에서 방금 사 온 시금치와 당근까지. 김밥을 싸는 대발과 한국에서 사 온 김도 준비했다.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데만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김밥을 싸면서 가장 걱정된 부분은 옆구리가 터지는 것이었다.

예전 어머니를 도와 김밥을 싸던 어린 시절, 몇 번을 반복해도 옆구리가 터지는 바람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첫 김밥을 말면서 살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보기 좋게 완성되었다. 결국 다섯 줄의 김밥을 완성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한 줄을 썰어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이미 만들어 놓은 김밥 한 줄을 썰어 접시 위에 올렸다. 잘려진 단면 사이로 드러난 속 재료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듯하다. 보기만 해도 진정한 김밥의 맛이 느껴진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김밥
집에서 만들어 먹는 김밥 김종섭

우엉이 빠져서 어릴 적 먹던 김밥 맛을 완벽히 재현할 순 없었지만, 나름대로 훌륭한 맛이었다. 아내도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고, 내 김밥을 인정해 주었다.


김밥은 마치 비빔밥과 같은 존재다. 다양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어떤 재료도 거부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또 다른 김밥의 맛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김밥에는 별 게 없더라도, 그 안에 담긴 정성과 기억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오늘, 캐나다에서 만든 나의 첫 김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브런치 스토리에도 함께 실었습니다
#냉동김밥 #해외냉동김밥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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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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