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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이 된 달성습지... 교량공사는 재개되지 않아

10일 중단된 달성습지 교량공사 2일째 중단... 교량 위치 조정돼야

등록 2025.02.12 13:45수정 2025.02.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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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박눈이 내린 12일 설국으로 변한 서대구 달성습지
함박눈이 내린 12일 설국으로 변한 서대구 달성습지 정수근

전국적으로 눈이 내린 12일 이른 아침 달성습지에 공사는 없었다.

지난 10일 대구시가 고용한 시공업체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약 사업인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으로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에서 달성습지 쪽으로 교량공사를 위한 터닦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지역 환경사회단체의 연대체인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 소속 활동가와 회원들에 의해서 공사가 가로막힌 바 있다.

지난 7일에 이어서 두 번째다. 중간에 낀 주말을 제외하면 교량공사가 연속으로 제지를 당한 것이다. 이날 공대위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민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광 교량공사를 강행하는 대구시와 홍준표 시장을 규탄하고, 공사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0일 중단된 공사 이틀째 재개 안 돼 ... 달성습지에 펼쳐진 설국

작업하던 굴삭기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때문인가. 공사는 즉시 중단됐고 잠시 공대위 소속 활동가들과 시공업체 사이의 실랑이가 오고 갔다. 시공업체 측에서 경찰을 부르는 소동까지 있었지만 기자회견은 그대로 진행됐고 그 여파로 인해 그날 공사는 중단됐다.

그후 공사는 그 다음날인 11일에 이어 12일에도 재개되지 않았다. 12일엔 새벽부터 눈도 내리고 해서 공사가 제대로 재개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공사 재개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현장을 찾아야 했다.

 공사현장엔 굴삭기 등 장비는 없었고, 눈송이만 그득했다. 설국으로 변한 공사현장
공사현장엔 굴삭기 등 장비는 없었고, 눈송이만 그득했다. 설국으로 변한 공사현장 정수근
 공사용 깃발만 꽂혀 있을 뿐 이날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공사용 깃발만 꽂혀 있을 뿐 이날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정수근

오전 7시 정도 현장에 도착하자 눈은 함박눈으로 변했다. 공사 장비나 차량 하나 없이 눈앞엔 은백의 설경이 펼쳐질 뿐이었다. 아름다웠다. 비록 공사 현장이지만 그곳을 새하얀 눈송이가 뒤덮어버리니 설국이 따로 없다. 이대로 놔두었다면 이곳에 물억새와 갈대가 올라와 전형적인 달성습지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인데, 교량공사가 시작된 것이라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이곳은 토건 삽질 공사가 행해져야 할 곳이 아닌 복원 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곳이다.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달성습지 핵심지역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생태공간이다.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이자 저명한 생태학자인 김종원 박사에 따르면 "이곳은 완충구역에 해당해 핵심지역을 감싸주는 공간이다. 핵심지역이 온전히 보전되기 위해서라도 완충구역은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대구시가 이곳에 화려한 관광 교량공사를 벌이려 하고 있어서 지역 환경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갈대밭 사이로 난 신작로. 대구 달서구청에서 먹이나누기 터를 만들기 위해서 길을 내버렸다.
갈대밭 사이로 난 신작로. 대구 달서구청에서 먹이나누기 터를 만들기 위해서 길을 내버렸다. 정수근
 갈대밭 사이로 난 신작로길. 달서구청이 먹이터 조성을 위해서 길을 밀었다.
갈대밭 사이로 난 신작로길. 달서구청이 먹이터 조성을 위해서 길을 밀었다. 정수근

이날 필자는 공사 현장을 넘어 달성습지의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갈대밭 사이로 난 신작로와 같은 이곳은 대구 달서구청에서 먹이나누기 터를 조성하기 위해서 굴삭기로 밀어서 내놓은 길이다. 이 길을 따라서 습지 쪽으로 더 들어가면 달서구청이 겨울철새들을 위해 조성해 놓은 먹이터가 나온다.

달서구청은 정기적으로 이곳에 먹이를 주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일 그 모습을 필자는 현장에서 확인하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수십 마리 물닭이 둔치 가장자리 쪽에서 쉬고 있다가 낯선 이방인인 필자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금호강 쪽으로 부리나케 달아난다.

 낯선 이방인의 발걸음에 놀라 달아나는 물닭 무리
낯선 이방인의 발걸음에 놀라 달아나는 물닭 무리 정수근
 겨울철새들이 날고 있는 달성습지. 이런 곳에 웬 토건 삽질인가?
겨울철새들이 날고 있는 달성습지. 이런 곳에 웬 토건 삽질인가? 정수근

그러나 이곳엔 달성습지의 더 안쪽으로 도래해 쉬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큰고니와 멸종위기종은 큰기러기는 찾아오지 않는다. 예민한 친구들은 조그마한 인간의 간섭에서도 놀라기 때문에, 바로 앞에서 대구시가 토건 삽질을 벌이고 있으니 이곳을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것일 터다.

한쪽에서는(달서구청) 겨울철새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대구시)는 겨울철새를 내쫓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이런 모순적 행정이 어디 있을까? 달서구청와 대구시가 따로 엇박자로 놀고 있는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달구서청에서 겨울철새 먹이터로 조성해둔 둔치
달구서청에서 겨울철새 먹이터로 조성해둔 둔치 정수근
 달서구청에서 겨울철새들 먹이터로 조성해둔 자그마한 하중도
달서구청에서 겨울철새들 먹이터로 조성해둔 자그마한 하중도 정수근

이에 대해 대구환경운동연합 박호석 상임대표는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혈세과 같은 국민세금을 이렇게 엉터리로 써도 되는지 묻고 싶다. 한쪽에선 철새를 부르고, 한쪽에선 철새를 내쫓고 참 잘하는 짓거리다. 이러니 대구가 욕을 먹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금이라도 이 엉터리 토건 삽질을 중단하길 촉구한다."

"교량의 위치를 조정해 주십시오"

함박눈은 계속해서 내렸다. 달서구가 먹이터로 조성해둔 곳인 작은 모래섬까지 앞까지 갔다가 돌아나왔다. 교량공사가 없다면 이곳에 흑두루미도 내려올 수 있을 거 같았다. 실제로 2018년에 바로 이 모래톱에 흑두루미 네 개체 한 가족이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곳은 바로 이들 야생의 친구들의 공간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삽질이 이곳에서 자행되어선 안 된다. 이곳은 개발이 아닌 복원이 이루어져야 할 곳이다. 지금도 이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남아있다. 이곳은 물억새와 갈대로 뒤덮인 달성습지의 본래 영역으로 더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공대위는 대구시에 제안을 하려 한다.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교량공사 위치를 조정해 주십시오"란 제목의 집단 민원을 제기해서 대구시의 답변을 받으려 한다.

 저 앞에 보이는 금호대교 뒤로 관광교량을 놓으라는 것이 대구지역사회의 요구다
저 앞에 보이는 금호대교 뒤로 관광교량을 놓으라는 것이 대구지역사회의 요구다 정수근

즉 현재의 위치에서 금호강 상류로 이동해서 교량공사를 벌이라는 것이다. 지금 들어서 있는 금호대교 위쪽에 문제의 관광 교량을 건설해서 활용하란 것이다. 그곳은 바로 옆에 파크골프장도 들어서 있어서 이미 인간의 영역이 된 곳이니 말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1킬로미터 상류 강창교 아래에 잠수교 형태의 도보교로 건설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공사비 90%를 절감해 공사비를 원래 공사비 300억 원의 1/10 수준인 30억 원 정도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금호대교를 기점으로 상류는 인간의 영역으로 하류는 야생의 영역으로 남겨두자고 말이다. 그래야 인간과 야생이 진실로 공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함박눈 내리는 달성습지에서 홍준표 시장의 결단을 촉구해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달성습지 #금호강르네상스 #홍준표 #대구시 #겨울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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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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