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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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삶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운명을 창조해 나가기 위한 끊임없는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좋은 말이지만 그렇게 살기가 쉽지는 않다. 번뇌의 실타래로 엉겨드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둘려 사는 때가 많다.
다른 수련생에게 물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자고 하는데, 오늘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살아가시렵니까"라고. 그 수련생 역시 오래 걸리지 않고 대답했다. "밝고 맑고 향기 나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살겠습니다"라고.
밝고 맑고 향기로운 생각.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렇게 산다는 건 아름답다. 우리의 생각과 의식은 환경과 존재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모든 행동은 그 영향을 받는다. 반대로 환경과 조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과정은 개인의 습관이나 집단 내 관습에 따라 이뤄질 때가 많다. 습관과 관습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다. 하루를 밝고, 맑고, 향기롭게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건 말이 쉽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또 다른 수련생에게 의견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매 순간을 밝고 맑고 향기롭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 주세요"라고. 그분은 말했다. "모든 것에 대해 '고맙습니다'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한 적이 있는데 그랬더니 맑아지고 환해지는 걸 알았습니다"라고.
우리는 온라인 영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화면에 명상 음악을 공유하며 오늘 하루 예정된 일정을 한 시간 단위로 나누어 가며 시간대별로 주변 환경과 대상을 떠올리며 "감사합니다"를 독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작은 소리로 합송도 했다.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공공장소 안내들
모든 대상과 밝고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나누는 방법이 뭘까 하고 떠올려보다가 내가 10년 이상 모으고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표어와 안내 방송이 생각났다. 그걸 몇 개 살펴보자. 알게 모르게 사람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들이라 모아보는 중이다.
대전 어느 식당에서다. 들어서는 입구 신발장에 "신발 분실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라는 붉은 글씨가 큰 아크릴판에 새겨져 있었다.
'당신 신발은 당신이 책임지라'는 것으로 읽힌다. 그 글씨를 보니 신발을 신발장에 넣는 거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 신발을 벗어 들고 들어가라는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신발장 안내문식당 신발장에 붙은 안내문
전희식
밥을 다 먹고 나오면서 주인께 말했다. "신발은 신발장에 잘 챙겨두세요" 정도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주인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쓴 거 아니다. 업체에서 갖다 주는 거 붙였다"라고.
경북 구미 근처 철도 건널목에서 본 표어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당신도 언젠가는 건널목 사고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였다. 군부대 철망에서나 보는 "접근하면 발포한다" 수준이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포고문 5항에 '의료 현장을 이탈하는 전공의를 처단한다'라는 위협에 버금간다.
코로나 시대에는 "마스크 착용 후 승차 요망"이라는 표어가 버스 타는 곳 입구에 붙어 있기도 했다. "마스크 쓰고 타세요"라고 하는 정도이면 좋았을 것이다.
역시 코로나 때 식당에서 본 안내문이었다. "식사 전후 마스크 착용. 식사 시 대화 자제"였다. 그런데 "말을 조심하시고 밥 안 드실 때는 마스크를 써 주세요"라고 하면 밥맛도 좋지 않겠는가. 위와 같은 표어들은 사람을 긴장하게 하고 마음도 딱딱하게 할 것 같다. 행동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봄에 산 입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표어가 있다. "불법 입목벌채 임산물의 굴취·채취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4조 제1호 규정에 의거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함"이라는 경고문이다. 관에서 쓰는 말글이 군대 용어 이상이다. '입목벌채'는 살아 있는 나무를 베는 걸 말한다.
작년에 어느 산 입구에서 반가운 표어를 보았다. "주인의 동의 없이는 산나물이나 산 약초를 캐 가면 안 됩니다. 허락 없이 산채, 약초, 녹비, 나무 열매, 버섯, 덩굴류 등을 따거나 캐서 가져가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였다. 그리고는 처벌 얘기는 없다.
여백이 없어서 못 쓴 걸까? 아닐 것이다. '당신의 지성과 합리적 판단을 믿습니다'라는 글쓴이의 인품이 느껴진다.
위협하고 겁주는 표어가 효과적일까, 아니면 부드럽게 부탁하는 단순 알림이 더 효과적일까? 나는 분명히 후자라고 본다.
아래 표어는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봤다. "깨끗해서 참 좋죠? 쓰레기 되가져 가니까"였다. 근처에 쓰레기나 음식물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안내문고속도로 휴게소의 실외 탁자에 붙은 안내문
전희식
생각은 느낌과 감정에서 싹을 틔운다. 생각은 행동의 뿌리다. 서울 지하철 어느 역에서였다. 대부분 "우측보행"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오른쪽 걷기"라고 되어 있었다. 반가웠다. 고마웠다. 기분이 밝고 환해졌다. 밝고 맑고 향기 나는 느낌이었다.
이걸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일단 하루에도 수십 번 쓰는 문자와 전화 통화에서 밝고 맑고 향기로운 기운 실어 보내기를 해보자. 이보다 더한 상대 배려도 없을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안내문2품격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실외 탁자 안내문이다.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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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에서 본 이 안내, 단박에 기분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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