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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뉴스+35화

2030 남성들 말라비틀어지게? 박구용의 말은 이랬습니다

[뉴스+] 전체 맥락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박구용 교수의 발언

등록 2025.02.13 10:59수정 2025.02.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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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는 12일 자 신문에 <야 연수원장, 우파 지지 2030 겨냥 "사유 없고 계산만 있는 외로운 늑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12일 자 신문에 <야 연수원장, 우파 지지 2030 겨냥 "사유 없고 계산만 있는 외로운 늑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조선일보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2030 남성들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줄을 잇자 12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에서 물러났습니다.

'2030 말라비틀어지게 고립시켜야'(<조선일보>), '2030 말라비틀어지게…민주 연수원장 자진 사퇴'(<한국경제>)라는 제목에서 보듯 많은 언론들은 박 교수가 2030 남성들을 "말라비틀어지게"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는 데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12일 자 '野 연수원장, 우파 지지 2030 겨냥 "사유 없고 계산만 있는 외로운 늑대"' 제하의 기사는 박 교수가 "우파를 지지하는" 2030들을 비난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박 교수는 8일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서 진행자와 대담하는 도중에 해당 발언을 했는데요. 무슨 말을 하다가 언론이 주목하는 "고립"이니 "말라비틀어지게"라느니 하는 말을 하게 되었을까요?

 박구용 교수의 "고립" "말라비틀어지게" 발언의 시작은 서부지법 폭동 당시 불을 지르려고 한 남자의 나이가 18세였다는 진행자의 발언에서부터다. 박 교수가 소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 사람들은 2030 남자가 아니라 폭동에 가담한 극우 청년들이다. (모자이크는 편집 과정에서 추가)
박구용 교수의 "고립" "말라비틀어지게" 발언의 시작은 서부지법 폭동 당시 불을 지르려고 한 남자의 나이가 18세였다는 진행자의 발언에서부터다. 박 교수가 소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 사람들은 2030 남자가 아니라 폭동에 가담한 극우 청년들이다. (모자이크는 편집 과정에서 추가)유튜브 청년오락실 캡처

이 대화의 시작은 지난 1월 19일 일어난 서부지법 폭동에서 불을 지르려 한 남성의 나이가 만 18세였다는 진행자의 말에서부터입니다. 진행자는 "이런 고등학생이 어쩌다가 이런 쪽으로 빠졌나"라고 묻습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답을 한 것입니다. 즉 2030 남성이 아니고, <조선일보> 제목처럼 우파를 지지하는 2030도 아니고 바로 폭동에 가담한 청년들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입니다. 더욱이 남성만을 말한 것도 아니고 "아들이든 딸이든 관계없이"라며 극우에 빠지는 청년들의 특성에 관해 말합니다.

박 교수는 외동으로 집에서 군주처럼 대접받다가 학교에 가서 자신이 별것 아니라는 현실에 부딪치게 되면서 뭔가 잘못됐다고 여기는 일부 청년들이 현실이 잘못 됐다고, 뭔가 부정이 있는 거라고 여기던 차에 정치 선동에 급격히 극우 폭력으로 빠져들었다고 분석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릴 때부터 여기 있는 자식이 아르케(그리스 철학에서 만물을 지배하는 우주의 근본 원리를 뜻하는 말 - 기자 주)가 되었어요. 그게 아들이든 딸이든 관계없이. 그런데 더 중요한 게 뭐냐. 혼자 아르케인 거야. 그래서 모나키예요. 군주. 모나키는 모노+아르케예요. 합쳐서 모나키. 군주로 성장한 거예요. 그런데 학교를 딱 가봐요. 갑자기 내가 군주가 아니잖아. 모든 게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구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 줄 알았는데 학교에 딱 가보니 내가 별 거 아니거든요. 갑자기 그리고 또 똘똘한 학생들이 훨씬 많아요."

박 교수는 이어 자기 생각과 현실이 충돌하면서 적응을 못해 지체된 청년들의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과 '뭔가 부정한 것이 있다'는 부정선거론이 만났다고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왜 내가 지금 모나키(군주)인데 왜 내가 안 되지. 그럼 쟤들이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이게 뭔가 부정이 있는 거 아니야. 이게 부정선거론이에요."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9일 새벽 3시경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했다. 이들은 진입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외벽 및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9일 새벽 3시경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했다. 이들은 진입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외벽 및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락TV 화면

또한 박 교수는 차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는데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극우로 경도되고 있다고도 분석합니다.


"그러니까 10대부터 70대까지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되고 지체된 사람들이 차이에 대한 존중 의식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어떻게 되냐면요. 민주주의 훈련이라는 건 매 순간 매 상황에 맞게 서로 타협하고 서로 협상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거든요. 언제나 나를 위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란 말이에요. 어떤 때는 내가 중심에 설 수 있고 어떤 때는 그냥 주변으로 갈 수 있고. 아, 오늘 점심 뭐 먹을 거야. 그럼 서로 상의해야 되잖아요. 근데 집에서는 다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거든. 매 순간 오늘 점심 뭐 먹을까 하면서 타협하고 협상하고 존중하고 그래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게 일상화 된 친구들이 문화를 이끌어 가요 그러면 이때 지체된 모나키(군주)들은 이게 용서가 안 돼요."

그러면서 극우가 신념화 된 사람들은 설득이 불가능하다며 이들이 다수가 되지 못하도록 소수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문제의 "고립"과 "말라비틀어지게"라는 말을 한 겁니다.

"어떻게 해야 되냐면 그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올 것인가가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하면 소수로 만들 것인가를 해야 돼요. 정치적인 거예요. 제가 아무리 철학하고 대학 교수라고 그래도 그걸 펑퍼짐한 상태의 교육학적 제시를 하면 안 돼요. 지금은 그들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지, 끌어오지 말고 그들을 고립시켜라. 그래야 그들도 또 순화돼요."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하고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극우 청년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많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구용 교수의 발언도 그중 하나입니다. 박 교수의 분석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또 "말라비틀어지게"라는 말이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박구용 교수는 8일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서 "극우로 신념화 된 폭도... 대화로 설득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으로 설득이 불가능하며 그들을 소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구용 교수는 8일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서 "극우로 신념화 된 폭도... 대화로 설득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으로 설득이 불가능하며 그들을 소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유튜브 정치오락실 캡처

그렇다 해도 박 교수의 발언이 2030 남성을 비하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해당 대담 방송의 좌측 위에는 '극우로 신념화 된 폭도... 대화로 설득 가능한가?'라는 대담 주제가 나옵니다. 대담의 대상이 2030 남성 일반이 아니라 '극우로 신념화 된 폭도'입니다. 박 교수는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청년들이 왜 그런지,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관해 말했을 뿐입니다.

박 교수는 지난해 12월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해 "20~30대 남성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려고 한다. 여자분들이 (집회에) 많이 나온다"고 성희롱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박 교수는 이 발언에 대해 "상처를 드렸다"라며 사과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과거 몇 번의 2030 남성 비하 발언으로 호되게 비판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이번 박 교수의 발언에 많은 언론들이 민주당이 또 2030 남성들을 비하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기존 발언과 도매금으로 묶어 비난할 성질의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서부지법 폭동에 가담한 청년들이 있고 이들의 행태가 많은 우려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에 관해 사회적 논의를 더 많이 해야 할 때입니다.

* 이 글에서 일부 발언만 인용해 박 교수가 다른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길 수 있어 박 교수의 발언 전문을 첨부합니다. '정치오락실' 유튜브 영상 링크도 답니다.

#박구용 #서부지법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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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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