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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금호강 르네상스... 달성습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금호강 르네상스' 제대로 실현하려면 공사 위치 변경해야

등록 2025.02.14 11:37수정 2025.02.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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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단된 삽질.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달성습지 교량 공사를 막고 있다.
중단된 삽질.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달성습지 교량 공사를 막고 있다. 정수근

지난 10일 중단된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중 하나인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은 14일 현재도 다시 공사 재개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현장에 공사기간 내 서 있던 굴삭기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은 환경단체들이 공사현장으로 들어오게 못하게 할 요량으로 현장 출입구 쪽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었다. 출입구만 막아놓겠다는 것 같았다.

왜일까? 지난 10일 환경단체들은 이곳 공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철새도래기에 웬 삽질이냐,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을 즉각 멈춰라!"고 외친 바 있다. 철새도래기(11월 ~ 3월)의 한가운데인 2월 초순에 공사를 시작했는데 철새도래기를 피해 공사를 다시 재개하기 위함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중단된 '삽질'... 교량 위치 조정돼야

 교량 공사 현장에서 불과 몇 십미터 하류에 이렇게 많은 겨울철새들을 볼 수 있다. 철새도래기인 지금 공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량 공사 현장에서 불과 몇 십미터 하류에 이렇게 많은 겨울철새들을 볼 수 있다. 철새도래기인 지금 공사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수근

아니나 다를까 이맘때 이곳은 겨울철새들의 세상이다. 물닭, 흰죽지, 흰비오리 등과 같은 오리류는 말할 것도 없고 큰고니나 큰기러기 같은 멸종위기종 대형 조류 또한 이곳을 찾는다. 맹금류 또한 왕왕 출몰하는데 말똥가리와 황조롱이 그리고 잿빛개구리매 같은 녀석들을 필자는 이미 이곳에서 목격한 바 있다.

공사가 중단된 지 4일째라 공사 현장 주변으로 겨울철새들는 더 많이 목격된다. 그간 공사 때문에 잘 보이질 않았던 새들까지 점점 더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서 목격되는 겨울철새들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사현장 부근 금호강을 찾은 흰죽지 무리들
공사현장 부근 금호강을 찾은 흰죽지 무리들 정수근
 공사 현장 창공을 날고 있는 맹금류 말똥가리
공사 현장 창공을 날고 있는 맹금류 말똥가리 정수근

따라서 "공사 위치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금호강에 현재 서 있는 금호대교 상하류를 생각해볼 때 금호대교 상류는 이미 '인간의 영역'이고 하류는 달성습지로 '야생의 영역'에 더 가깝다.


즉 금호대교 상류는 강 좌안 둔치에 파크골프장도 이미 들어와 있어서 '인간의 영역'으로 편입된 바 있고, 반면 하류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가 포함되어 있고 겨울철새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야생의 영역'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왕에 교량을 건설하려면 금호대교 상류 '인간의 영역'인 이곳에 건설하는 것이 더 맞지 않냐는 것이다. 이 교량의 목적이 애초에 디아크와 달성습지의 연결이니 말이다.


이 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강정보 및 디아크(The ARC) 주변 일대는 달성습지, 대명유수지, 화원관광지 등 주요 문화관광자원이 있으나 하천(금호강)으로 인한 연결성 부족에 대하여 본 사업의 주 내용인 관광보행교 설치를 통하여 대구시민들의 관광자원 이용에 불편을 해소함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목적이 바로 디아크와 달성습지의 연결인 것이다.

 겨울철새가 찾은 곳에 이런 화려한 관광교량은 완전히 이질적 요소다.
겨울철새가 찾은 곳에 이런 화려한 관광교량은 완전히 이질적 요소다. 정수근

여기에 '경관명소'와 '관광활성화 도모'라는 추가 목적까지 덧붙이고 있다. 평가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본 사업은 관광보행교 설치를 통하여 조망되는 달성습지의 자연보호에 대한 교육과 관광객들의 생태관광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며, 대명유수지, 화원유원지 등의 문화관광 자원을 강정보 디아크 주변 일대와 연계하여 생태환경교육 및 문화관광 거점으로 조성하여 대구지역의 경관명소 창출 및 관광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생태환경교육'과 '문화관광 거점 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고 있다. 생태환경교육이라 함은 달성습지의 아름다움과 이곳을 찾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을 통한 교육일 것인데, 이곳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하고 분수까지 쏘면서 생태환경교육을 말하는 것이 의아하다.

따라서 두 마리(연결성 확보와 관광)를 넘어 세 마리(연결성 확보와 관광 그리고 생태교육) 토끼까지 잡으려는 것은 지나친 욕심으로 애초의 목적인 '연결성 확보'와 '생태교육'이라는 두 가지를 목적으로 삼아 공사를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것이다.

그런 기조라면 굳이 금호대교 하류인 달성습지 쪽으로 치우쳐서 교량을 건설할 필요가 없고, 금호대교 상류에 교량을 설치해 연결성을 확보하고, 생태교육의 장으로 그 교량을 활용하면 좋다는 것이다.

 앞에 보이는 저 금호대교 상류에 새로운 교량을 건설하라는 것이다.
앞에 보이는 저 금호대교 상류에 새로운 교량을 건설하라는 것이다. 정수근

순천시 통해 배우자... 달성습지를 진실로 생태관광의 거점으로

"이곳은 달성습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대구 달서구청은 이곳에 먹이주기 행사까지 벌이면서 철새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참에 우리도 겨울 동안만이라도 이곳에 야생동물 먹이 나누기 행사라도 벌여서 달성습지를 찾는 겨울철새들과 야생의 친구들을 위해 봉사할 필요가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공동의장의 제안이다. "교량 공사 유무 이전에 이왕 이렇게 달성습지와 크게 인연이 됐으니 이곳을 찾는 배고픈 겨울철새들과 역시 배고픈 야생동물들을 위해서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는 제안인 것이다.

이처럼 달성습지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야생의 영역에 가까운 곳이다. 인간보다는 야생의 존재들이 더 많고 더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 관광이라는 용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태교육'이란 목적이 더 어울리고 그를 위해 '하천의 연결성 확보'라는 목적이 더 부합한다.

 공사현장 부근 금호강을 찾은 흰비오리. 깜찍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겨울철새
공사현장 부근 금호강을 찾은 흰비오리. 깜찍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겨울철새 정수근

따라서 대구시는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 철학이 수반된 가치 판단에 따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달성습지라는 야생의 영역에 대한 철학적 비전에 바탕을 둔 정책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야생의 영역이므로 관광보다는 생태교육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관광의 요소까지 확대한다면 그것은 '생태관광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박호석 공동대표는 말한다.

"달성습지라는 세계적 습지에 화려한 관광교량은 너무 이질적 요소다. 그러지 말고 달성습지도 살리고 '생태교육'을 통한 '생태관광'의 거점으로 삼으려면 현재의 위치가 아닌 금호대교 상류로 이전해 시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달성습지를 활용한 '생태관광'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길이다."

 공사현장 앞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을 멈추고,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공사현장 앞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금호강 르네상스 삽질을 멈추고,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수근

14일 현재 공사는 중단돼 있고, 아마도 겨우내 공사는 재개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니, 그 기간 다시 심사숙고해서 제대로 된 바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순천시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순천만이라는 대자연과 그곳을 찾는 흑두루미를 활용한 '생태관광'의 묘미를 살리고 있는 순천시를 따라서 달성습지와 이곳을 찾는 다양한 겨울철새라는 생태적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위치에 교량을 건설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란 것이다.

현재의 위치에 관광교량을 설치하는 것은 이곳을 찾는 겨울철새들을 모두 내쫓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시의 생태적 각성을 통한 정책의 수정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그것이 더 '금호강 르네상스'에 진실로 부합할 것이므로.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5년 이상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그간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들을 갈무리해 최근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펴냈습니다.
#금호강르네상스 #금호강 #겨우철새 #생태관광 #생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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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사를 엮은 책 <강 죽이는 사회>(2024, 흠영)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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