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과 거리의 인디음악, 더 크게 울려 퍼지려면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 7주차]

등록 2025.02.15 17:28수정 2025.02.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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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는 앞으로 매주 1번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을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계엄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는, 또는 그 전부터 이어져온 수많은 일상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가능한 다양한 필자를 모심으로써,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글을 전하고 싶다면, 익명도 좋으니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개별 필자의 의견이 본 위원회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쓴이는 소진이란 필명을 쓰는 정의당 청년당원입니다. "나만 알고 싶은 가수"란 표현이 인디씬에서 영영 사라지길 바라며, 오늘도 오래도록 무대를 지켜주길 바라는 뮤지션들의 노래를 여러 번 듣습니다.[기자말]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시민들은 윤석열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그 직후 국회의사당에 들이닥친 계엄군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충격 속에서도 국회 앞으로 바로 달려 나가 그들의 침탈을 막은 시민들이 있었다.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 7주차. 광장과 거리의 인디음악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계엄 때문에 가려진 우리의 일상 7주차. 광장과 거리의 인디음악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KBS는 이후 'KBS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란 제목의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당시 국회에서 계엄군에게 맞섰던 사람들의 인터뷰 영상을 올렸는데, 그중에 인디음악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황인경(그룹명 '전기뱀장어')이 포함돼 있었다. 해당 영상을 공유한 글은 트위터(현 X)에서 1,400회 이상 리트윗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 국회로 달려간 인디뮤지션은 황인경만이 아니었다. 전다인밴드와 여성 펑크밴드 향우회 멤버로 활동하는 다인, 역시 전다인밴드 멤버인 동녘, 모스크바서핑클럽의 규리와 현진, 청요일의 한돌, 그리고 그해 6월 서울퀴어문화축제 마지막 무대에서 공연했던 미루 등 적잖은 인디음악인들이 현장을 지켰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후 집회 현장에 모습을 꾸준히 드러냈고 일부는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화난음표'란 이름의 모임을 구성하여 모금 공연을 두 차례 하기도 했다. '화난음표'는 이렇게 모인 금액의 상당수를 군인권센터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에 기부했고 나머지 금액으로는 핫팩을 구매하여 집회에 나온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인디뮤지션들의 현장 참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표결되기 직전, 이랑은 비상행동이 주최한 여의도 집회에서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 등 각계의 페미니즘-퀴어 인권 운동가들이 모인 '민주주의를 구하는 페미-퀴어 네트워크'의 합창단과 함께 2년 전 윤석열 정권이 검열해 부마항쟁 기념식에서 부르지 못했던 '늑대가 나타났다'를 부르고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은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인디뮤지션들의 현장 참여는 계속됐다(자료사진).
인디뮤지션들의 현장 참여는 계속됐다(자료사진). tenguyen on Unsplash

심미섭 활동가가 윤석열 탄핵안 1차 표결 직전 있었던 12월 7일 집회 현장에서도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 언행이 나오는 문제를 지적했다가 일부 시민들이 야유를 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는데, 혐오와 차별을 배격하는 활동가와 시민들이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외에도 7일 집회에는 워킹애프터유가 현장을 달궜으며, 이후 탄핵정국으로 계속된 집회 무대에서 요조, 예람, 최고은, 됸쥬, 그리고 브로콜리너마저 등의 수많은 인디뮤지션이 현장에 나온 시민들의 사기를 고조시켰다. 12월 18일 발표된 윤석열 파면 촉구 음악인 시국선언에는 기존에 민중가요로 유명한 가수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인디뮤지션과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여 총 2645명이 연명했다.


이러한 인디음악계의 사회 참여 행보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과 잔디는 1980년대 결성된 민중가요 노래패가 시초인 동아리 '메아리' 출신이었으며, 해당 밴드는 2011년 서울대 법인화 반대 투쟁, 2017년 2월 박근혜 파면 촉구 촛불집회, 2023년 서울시 마포구의 고라니특공대에서 열린 생존권 투쟁 벌금 모금 콘서트 '65db' 등 수많은 연대 현장에 함께 해왔다.

특히 인디뮤지션들의 생존권 투쟁 연대는 2009년에서 2011년까지 이어진 서울시 홍대 앞 두리반 식당 철거 반대 농성과 2011년부터 이어진 명동3구역 철거 반대 투쟁 사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한 예로 2013년 해체했지만 아직도 온라인 일각의 컬트적 반응을 얻고 있는 2인조 밴드 무키무키만만수도 한예종 안팎의 사회운동 자장 속에서 활동했으며, 해체하기 전까지 두리반 농성장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을 지원하는 희망버스 집회 등 다수의 연대 현장에서 공연을 했다.


2015~2016년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를 전후해서는 적지 않은 인디뮤지션이 성평등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어려웠고 그해 초 공론화된 N번방 성범죄의 충격이 강했던 2020년 11월에는 여성 음악가들의 연대 활동을 추진하는 WeWeWe 기획단의 주도로 총 12팀의 여성 뮤지션이 인디음악 내 남성중심적 구조 및 사회 전반의 젠더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을 다룬 여성 락 컴필레이션 음반 'We, Do It Together'를 발매했다.

성평등 문제 이외에도, 여성 포크 뮤지션인 예람, 미루 등은 노래 제작과 집회 공연 등을 통해 환경운동에 대한 연대 활동 역시 꾸준히 해왔으며, 황푸하는 옥바라지선교센터 등을 통해 각종 사회 현장의 연대 공연과 저항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그 의미를 담은 민중가요 발표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인디음악계의 행보를 전반적으로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페미니즘 리부트 당시 소셜미디어상의 '인디씬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과 함께 젠더폭력 고발인들의 폭로가 빗발쳤는데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젠더폭력 사례들이 폭로되고 있다.

2020년 말 자신의 불법촬영과 성폭력 의혹이 폭로될 때까지 성평등 문제에 관한 소신도 온라인에 펼쳤던, 당시 가을방학의 정바비는 혐의를 부인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불법촬영은 무죄, 폭행 혐의만 인정된 채 벌금형 선고를 받았다.

그밖에 젠더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적잖은 뮤지션들은 아직도 곳곳의 예술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로맨틱펀치와 쏜애플, 1인 밴드 검정치마로 활동하고 있는 조휴일의 여성혐오 논란은 인디음악 청취자들에 있어 계속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며, 인디음악 전문 팟캐스트 플랫폼이었던 랏도의 밴드뮤직이 운영진의 문제로 폐국했을 때 일부 인디음악 팬들이 2차 가해를 했던 것 역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인디음악이란 명칭은 주지하다시피 독립음악을 뜻하는 영어 표현인 'independent music'에서 유래했다. 이는 인디음악이 자본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케이팝 아이돌 뮤지션들이 대자본 기획사에 묶여 개별 참여 및 집회 인근 가게 선결제 등으로 의사 표현이 제한됐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적잖은 인디뮤지션들의 활발한 현실 참여 행보도 그러한 측면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하지만 인디음악계도 포크라노스와 같은 음원 유통사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인디뮤지션 소속사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젠더폭력 사례들에 관해선 뮤지션과 팬 사이에 존재하는 젠더 위계 및 좁은 인디음악계에서 기인한, 끼리끼리 봐주기 문화로 묻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존재한다. 소속사가 소속 가수의 젠더폭력 폭로에 대해 침묵 또는 방관함으로써 2차 가해가 커지는 상황 역시 계속 벌어졌고, 이에 맞서는 '성범죄자 음악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 캠페인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인디음악이 진정으로 '독립음악'으로서 취지를 살리려면 음악과 그것을 제작, 실연하는 사람 및 향유하는 사람들이 부당한 미시·거시적 권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인식 향상과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민들이 인디음악 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응원하고, 부족한 점은 적확하게 비판하며 함께 해주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청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정의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 블로그(https://justice21youthseoul.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독립음악 #인디음악 #민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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