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몸싸움 한가운데에서 위태로운 박종철 열사 사진15일 오후 대학가 민주화운동 상징인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서울대 재학생·졸업생·시민들이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했다. 양측이 뒤엉켜 몸싸움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탄핵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탄핵을 반대하는 손팻말이 섞여있다.
김화빈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이 내란을 옹호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점령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울대 학생들과 동문들이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석열 탄핵으로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촉구하는 서울대 학생들을 완력으로 밀어내고 "시진핑 자료실을 폐쇄하라", "불법구속 즉각 취소하라"고 외쳤다. 박종철·조성만·조정식 열사 등 서울대 출신 민주화 인사의 사진이 태극기 깃발에 맞아 부서지고 찢겼다.
15일 오후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서울대 재학생 및 동문 50여 명과 윤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이 충돌했다. 충돌은 예고된 시간이 되어도 서울대 재학생 측이 광장에서 물러서지 않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실력을 행사하면서 발생했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5시부터 우리의 집회 시간"이라며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을 밀어냈다. 지지자들은 재학생들에게 "빨갱이", "종북 좌파"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수적 우위를 앞세워 학생들을 포위하는 방법으로 광장을 차지한 뒤 "우리가 이겼다"고 외쳤다. 학교 안 상황이라 주변에 경찰은 없었다.
당초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제작사 트루스포럼 등은 이날 오후 5시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그러자 서울대 재학생들과 서울대 민주동문회는 서둘러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극우세력이 민주열사들의 혼이 서려있는 캠퍼스에서 활개치도록 내버려둘 순 없다"며 한시간 앞서 '윤석열 퇴진' 집회를 열었다.
교내 '윤 지지' 집회 소식에 달려온 학생·동문들 "극우세력 난동 맞서 싸울 것"

▲윤석열 지지자들 막아선 서울대생들15일 오후 대학가 민주화운동 상징인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서울대 재학생·졸업생·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러 온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막아섰다.
김화빈

▲"서울대도 탄핵 반대하라"는 윤석열 지지자들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5일 오후 대학가 민주화운동 상징인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탄핵반대"를 촉구하며 자신들을 막아선 서울대 재학생들을 비난하고 있다.
김화빈
윤석열 퇴진 집회에서 전찬범(서울대 21학번)씨는 "오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한 트루스포럼은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설립돼 민주열사를 폄훼하고 5.18 민주화운동의 음모론을 유포하며 반민주적 선동을 이어왔다"며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내란을 옹호하는 이들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시헌(서울대 4학년생)씨는 "(비상계엄 해제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 5일 서울대 학생들은 아크로폴리스에 모여 압도적으로 윤석열 퇴진이라는 총의를 모았다"며 "그런데 일부 언론은 '탄핵 찬반으로 대학가가 갈라졌다'는 거짓 프레임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의 총의를 왜곡하는 극우세력들의 난동을 가만히 둘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문들의 규탄도 이어졌다. 1988년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전상훈(85학번)씨는 "서울대 교정에 들어선 성조기들을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며 "우리 서울대 학생들은 박종철 열사를 고문·살인한 전두환 패거리를 단호히 거부하고 맞서 싸워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는) 우리 공화국의 헌법·국회·선관위·언론인·양심적 군인·시민들을 국가 폭력으로 제압하려던 윤석열 패거리에 가담하지 않는다"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 절차에 따라 내란 수괴를 즉각 파면한 뒤 아크로폴리스에 다시 모여 새로 들어설 정부의 민주주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자. 아크로폴리스는 바로 그러한 광장"이라고 강조했다.
"존경하는 학우 여러분 서울대 마크는 '진리가 나의 빛'이라는 뜻입니다. 탄핵 반대(가 적힌 손팻말에) 서울대 마크가 있는 것은 저들이 서울대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마크를 가슴에 품고 40여 년 전 저 김명원은 민주화를 향해 시민·학우 여러분과 함께 투쟁했습니다."
- 김명원 서울대 민주동문회 비상시국특별위원회 위원장(75학번)
수백 명 불어난 윤 지지자들 "너희들 시간 넘겼다" 외치며 학생들 밀어내

▲"'탄핵반대" 속에서 높이 치켜든 "민주주의 파괴세력 OUT"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를 촉구하며 15일 오후 대학가 민주화운동 상징인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 몰려들었다. 이에 광장을 넘겨주지 않으려는 서울대 재학생이 "내란옹호세력은 물러나라"고 외치며 "민주주의 파괴세력 OUT"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김화빈
주변에서 지켜보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후 5시가 가까워질수록 규모가 수백 명까지 불어났다. 이들은 "너희들 집회 시간을 넘겼다"며 서울대 재학생·졸업생들을 광장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양측의 충돌은 약 40분가량 지속됐다. "무력을 쓰지 말라"는 학생들의 요구에도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어깨를 밀치거나 태극기 깃발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내란세력은 (서울대 캠퍼스에서) 물러가라"는 학생들의 외침에 지지자들은 "탄핵 무효", "빨갱이"라고 맞대응했다. 한 지지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아랑곳 않고 서울대 재학생 얼굴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고함을 질렀다.
양측의 충돌은 오후 5시 40분쯤 교내로 출동한 경찰관들이 인간 폴리스라인으로 분리하면서 끝났다. 이후 광장에 오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탄핵 사태의 본질은 체제 전쟁"이라며 서울대 중앙도서관 내 '시진핑 자료실' 폐쇄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서울대가 민주당의 호구인가. 탄핵에 찬성하는 총학생회와 이재명 구속집회는 왜 없나"라며 "지금 대한민국은 미국과 협력해 북한을 해방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으로 도약할지, 아니면 중공의 속국으로 전락할지 엄중한 선택의 순간 위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는 독재로 억압받는 중국인들과 사랑하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시진핑 자료실을 폐쇄하라"며 "서울대는 역사의 요청 앞에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자료실은 2014년 시진핑 주석이 서울대에서 강의한 뒤 1만 52점의 중국 관련 도서·영상 자료를 기증하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오후 8시 현재까지 "윤석열 석방", "선관위 서버 열어"라고 외치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탄핵 반대에 넘어간 아크로폴리스 광장15일 오후 약 40분간 몸싸움 끝에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을 끌어낸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300여 명이 대학가 민주화 상징인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심판 무효"를 외치고 있다.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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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뒹군 박종철 열사 사진... "탄핵 반대"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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